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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연결 공사로 2010년 말 철거된 구 군산역 자리에서 바라본 광장
 도로 연결 공사로 2010년 말 철거된 구 군산역 자리에서 바라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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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의 '구 역전 종합시장'(역전시장) 입구 모습이다. 역전시장은 구시장(공설시장), 신영시장 등과 나란히 벨트를 이루고 있으며 매일 새벽 '도깨비시장'이 형성돼 군산의 명물 중 하나로 꼽힌다. 충청도 장항, 서천, 한산지역 주민들도 이용하는 역전시장은 구 군산역 광장을 끼고 있어 얘깃거리도 많고 역사도 깊다.

한때 군산의 얼굴이었던 이곳에서 10m~20m 거리에 채만식 소설 <탁류>의 주인공 초봉이가 근무했던 제중당약국이 있다. 주인 박제호는 훗날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초봉이를 꼬드겨 살림을 차리게 되는데, 지금도 그 자리에 약국이 들어서 있고, 건너편 길가 모퉁이에 남승재가 근무하던 병원 건물이 자리하고 있어 문학 탐방 코스이기도 하다.

역전시장 주차장 입구이자 횡단보도에 쌓인 쓰레기더미.
 역전시장 주차장 입구이자 횡단보도에 쌓인 쓰레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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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생선 쓰레기에 몰려든 쉬파리들
 부패한 생선 쓰레기에 몰려든 쉬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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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있는 쓰레기더미가 꼴사납다. 상당히 먼 거리임에도 악취가 진동한다. 눈만 피곤하게 하는 게 아니라 코까지 아프게 한다. 고향동네가 지척이고 자주 다니다 보니 정(情)도 들만큼 들었는데, 갑자기 재래시장이 미워진다. 눈살이 찌푸려지면서 '행인들 눈에 띄지 않는 지정된 장소에 쌓아놓으면 어디 덧나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접근하기조차 무섭다. 귀신도 이렇게 지독한 귀신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내심을 발휘, 코를 막고 가까이 갔더니 쉬파리 수백 마리가 윙윙거리며 부패한 생선 주위를 맴돈다. 그야말로 쉬파리들의 잔칫날. 속이 메스꺼워지면서 구역질이 나온다. 금방이라도 쉬파리들이 달려들 것 같아 몸서리가 쳐진다. 

부패한 쓰레기가 왜 그리 많은지 의아했는데 부근 과일가게 주인아주머니 얘기를 듣고 궁금증이 풀렸다. 일요일은 청소하는 인부들이 쉬기 때문에 토요일 점심때부터 내다 버린 쓰레기라는 것. 아주머니는 "바람이 부는 날에는 악취가 집안으로까지 들어와 머리가 아프고, 수거를 해도 썩은 물기가 도로에 배여 악취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며 괴로워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월) 오전 10시 21분에 촬영했다. 과일가게 주인아주머니와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할아버지들에게 전후 사정 얘기를 듣고, 11시 다 되어 자리를 떴는데 쓰레기수거 차량은 그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항상 오전 10시 이전에 쓰레기를 거둬 가는데 오늘은 이상하다고 했다. 문제는 쓰레기 수거로 악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탁류 소설비’ 앞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탁류 소설비’ 앞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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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시장 상인들이 버린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 군산의 체면을 여지없이 구기는 현장을 목격했다. 초봉이 직장 제중당약국을 알리는 '탁류 소설비(碑)' 앞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었던 것. 그날은 냄새가 지독하지 않아 곧 치우겠지 하고 그냥 지나쳤지만, 수치심은 어쩔 수 없었다. 손가락질하며 조소를 보내는 탐방객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 상인들이 오물을 쓰레기 규격봉투에 담아 지정된 장소에 버리도록 행정 조치와 계도가 필요하고, ▲ 쓰레기 수거를 일주일에 6일만 할 게 아니라 인력을 보강해서라도 일요일에도 해야 하며, ▲ 행인들이 불쾌감이나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오물 처리장을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지난 2일(수) 만난 군산시청 자연 순환과 청소행정 담당자는 "상인조합을 통해 상인들이 규격봉투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쓰레기 수거를 매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수성을 고려, 하루에 두 번이라도 거둬가도록 청소대행 업체와 상의할 것이며, 오물 처리장 마련도 연구해보겠다"고 말했다. 두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역전시장, #군산역,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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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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