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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9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지역은 대전충청입니다. [편집자말]
전직 대통령들이 묵었던 본관(별장).
 전직 대통령들이 묵었던 본관(별장).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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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국민의 눈물이잖아요. 이런 데 와서 많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개를 해야 하는데, 이 안에서 기생들 불러서 놀았는지도 모르지. '나쁜 놈!' 하면서 걸어야죠. 처음 개방했을 때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힘 있는 사람이라 자기만 '힐링' 하려고 아방궁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화가 났요. 그래놓고는 29만 원 밖에 없다고 버텼다니..."

경남 진주에서 단체로 왔다는 아주머니들은 '전두환 대통령길'에서 욕설을 내뱉었다.

착공 6개월 만에 완공된 대통령 별장

정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도로 양옆에 있는 소나무.
 정문에서 본관에 이르는 도로 양옆에 있는 소나무.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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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박근혜 대통령이 휴양지로 선택한 곳은 경남 거제의 저도였다. 박 대통령은 과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저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를 회상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억 속의 저도'라는 글과 함께 휴가 사진을 몇 장 올렸다. 저도는 1993년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됐지만, 국방부가 소유·관리하고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여전히 금지된 곳이다.

충북 청원군 대청호 주변에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란 뜻을 가진 '청남대'가 있다.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 공식 별장으로 이용된 곳이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를 국민에게 개방했다.

지난 9월 26일 기자는 청남대를 찾았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대통령은 "주변 환경이 빼어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3년 뒤인 1983년 6월 청남대가 착공됐고, 6개월 만인 12월에 완공됐다. 청남대의 면적은 184만4843㎡에 이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즐겼다는 골프장 옆으로 산책코스가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즐겼다는 골프장 옆으로 산책코스가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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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들은 여름휴가와 명절휴가 등 매년 4~5회, 많게는 7~8회 청남대를 이용했다. 약 20년간 89회 472일을 이곳에서 보냈다. 대통령 별장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김해를 비롯해 네 곳 있었으나,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남대만 빼고 모두 폐쇄했다.

청남대는 휴양 중에도 국정을 수행할 수 있는 완벽한 시설을 갖췄다. 2003년까지 국가 1급 경호시설로 청와대에서 관리하며 4중의 경계철책이 설치됐고, 경호실 338경비대가 경비를 수행했다.

그러다가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청남대 관리권이 충청북도로 이양되고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이날 맨 처음 방문한 '대통령역사문학관'은 2011년 6월 확장 개장한 전시관이다. 면적이 5016㎡로 역대 대통령을 소개하는 코너로 꾸며져 있다. 대통령이 받은 선물과 '청남대'에서 사용한 물품 등이 전시돼 있다. 대통령 직무 체험장에는 포토존이 있어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 서 있었다. 지난해 청남대에는 총 664만3353명(1일 평균 2270명)이 찾았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 글귀와 4대강 사업 홍보 CD.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 글귀와 4대강 사업 홍보 CD.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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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썼다는 '금강새물결' 글자가 금강 공주보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다. '녹색성장'이 적힌 부채도 있다. 그 옆으로는 청계천, 4대강(행복4강) 사업과 관련된 각종 CD가 놓여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중에 국민이 "반대한다면 대운하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은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흐르는 강을 보로 막아 녹조를 만들고, 국민과의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혼자만의 자화자찬에 빠진 이 전 대통령의 기록물이 왠지 필자의 눈에는 옹색해 보였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가족과 지인을 불러 이곳 골프장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매일 새벽 4~5시께 조깅을 즐기고, 손자·손녀를 위해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이곳을 15회 방문해 본관 내에서 원고를 쓰거나 독서 산책을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씨와 딸 노정연씨와 함께 방문해 단 하루 머물렀다고 한다.

인기 많은 '전두환 대통령길'..."씹을 게 많아서 좋다"

인기가 높은 산책 코스 '전두환 대통령길’'. 총 1.5km 거리다.
 인기가 높은 산책 코스 '전두환 대통령길’'. 총 1.5km 거리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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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본관(별장)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어야 했다. 안내하는 직원은 "사진 촬영은 금지고, 신발은 벗고 가세요!"라며 연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진 촬영 금지 이유에 대해 "관람객이 몰려 통제가 안 되고, 사진을 찍으면서 시설물에 들어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바닥에는 양탄자가 깔려 있는데, 이용객이 많아서인지 공기가 탁해 코가 막혔다.

본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돼 있다. 연면적 2699㎡ 규모로 1층은 회의실, 접견실, 식당, 손님실이 있고, 2층은 대통령 전용공간으로 침실, 서재, 거실, 가족실, 한실 등이 있다. 창문은 모두가 방탄유리고 TV, 냉장고를 제외한 벽지와 모든 가구는 30년 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청남대는 대통령역사문학관, 하늘정원, 돌탑, 본관(별장), 오각정, 양어장, 헬기장, 어울림마당, 골프장, 그늘집, 행운의 샘, 대통령광장, 선박전시장, 초가정, 출렁다리, 전망대, 행복의 계단, 세족장 등으로 구성돼 있고, '전두환 대통령길'(1,5km 30분), 노태우 대통령길(2km 40분), 김영삼 대통령길(1km 30분), 김대중 대통령길(2.5km 60분 공사 중), 노무현 대통령길(1km 20분 공사 중), 이명박 대통령길(3.1km 90분)도 있다.

전직 대통령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길은 뜻밖에도 '전두환 대통령길'이었다. 이곳은 일단 본관과 양어장을 잇는 길이다. 이 길을 걷는데, 한 무리의 탐방객들 사이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전 전 대통령을 욕하는 소리였다.

단체로 왔다는 한 여성은 "다른 길은 걷기만 해야 하는데 여기는 '씹을 게' 많잖아요"라며 "그런 (전두환 전 대통령) 사람을 대통령이라고 떠받들고 살았으니 우리가 정신이 나간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많은 비자금을 챙겨 편하게 먹고 살다가, 가족들 감옥에 갈 것 같으니까 그때야 마지못해 추징금 내겠다는 사람 아니냐"고 덧붙였다.

청남대에는 사계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조경수 100여 종 5만2000여 그루와 야생화 130여 종 20여만 본이 있다. 자연 생태계도 잘 보존돼 멧돼지, 고라니, 삵, 너구리, 꿩 등이 서식하며 각종 철새가 찾기도 한다.

청남대는 영화 <효자동이발사><국경의 남쪽> 등과 드라마 <영웅시대><제5공화국><서울 1945><제빵왕 김탁구> 등 촬영지이기도 사용됐다.

정문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장식이 있어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정문은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장식이 있어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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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남대, #대통령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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