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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고객님, 단순변심으로 인한 환불 및 반품은 불가하십니다."

매장에서 물건 파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때가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경우죠.

결혼 전 기사로 쓴 첫사랑 이야기, 원칙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백 번이라도 삭제해드리고 싶습니다.
 결혼 전 기사로 쓴 첫사랑 이야기, 원칙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백 번이라도 삭제해드리고 싶습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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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결혼을 하는데, 몇 년 전 쓴 남자친구와의 동거 내용의 기사가 마음에 걸려서요. 신랑될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
"공무원 취업 준비생인데,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몇 번 쓴 게 좀 문제가 될 것 같아요."
"10년 전에 잉걸로 처리된 기사인데, 지금 읽어 보니 몇 군데 표현이 마음에 안 들어요."
"제가 쓴 가족 이야기로 사이가 틀어졌어요."
"혈기왕성한 청년이었을 때 과격하게 적은 글이에요."

당장 생각나는 사례만 해도 이 정도. 결론은 모두 "기사를 삭제해 달라"는 겁니다. 기사뿐만 아니라 사진·동영상 등도 다양한 이유를 들어 삭제해 달라는 시민기자들의 민원성(?) 전화를 받습니다.

'단순변심'에 고심할 편집부의 심정, 한번쯤 생각해주세요.
 '단순변심'에 고심할 편집부의 심정, 한번쯤 생각해주세요.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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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할까요? 무조건 안 된다고 딱 잡아뗄… 수는 없죠. 실명이 공개되어 곤란하다면 가명으로 가리고, 사진이 문제라면 모자이크 처리를 합니다. 과격한 표현으로 기자와 주변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다소 완곡한 표현으로 수정하는 등 조치를 취합니다. 단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서 말입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부족하다고, '완벽한' 처리를 요구하는 시민기자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편집부와 시민기자 사이의 지리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럴 때는 '기사 삭제는 안 된다'는 원칙만을 무조건 앞세우기도 난감합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A씨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시국이 하 수상하여 SNS에서 한 발언도 문제가 되는 요즘, A씨는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의 행동이 <오마이뉴스>에 실려 있는 게 부담스럽다며 기사 삭제를 요청해 왔습니다. 혹시나 주변에 알려져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편집부에 전하기까지 사정 알 만한 그 분 역시 얼마나 고심했을까요.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한번 정식기사로 채택한 기사(잉걸)는 삭제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종이신문이나 방송의 경우, 한번 제작돼 배포-방송된 기사를 나중에 삭제해달라고는 않잖아요. 인터넷신문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그 기사를 읽었던 수많은 독자들이 나중에 기사가 없어진 걸 알면 얼마나 의아할지 생각해 보셨나요?


태그:#땀나는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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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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