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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대학교> 영화 포스터

▲ <몬스터 대학교> 영화 포스터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스타워즈>로 유명한 조지 루카스가 만들고,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게 인수되었던 CG 부서. 이들이 훗날 디즈니가 주도하는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종식하고 <토이 스토리>로 대표되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연 픽사(Pixar)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제작된 최초의 풀 3D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토이 스토리>는 21세기 할리우드의 미래를 예감케 했던 혁신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벅스 라이프>로 가능성을 재확인했던 픽사의 21세기의 첫 도전 작품은 <몬스터 주식회사>였다.

장난감('토이 스토리'), 곤충('벅스 라이프')에 이어 괴물을 등장시켰던 <몬스터 주식회사>는 마치 남자배우 두 사람이 콤비로 출연하는 장르인 버디 무비를 연상시키며 티격태격 대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다른 한편으론 <E.T>의 우정을 떠올리게 하는 소녀와 몬스터의 관계에선 눈물도 훌쩍거리게도 만들었다.

그러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토리텔링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인 설리(존 굿맨 목소리)와 마이크(빌리 크리스탈 목소리) 콤비가 어떻게든 영업 실적을 올리는 것에만 급급한 탐욕스러운 기업주가 장악한 '몬스터 주식회사'를 건강한 기업 윤리를 지닌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변화에 있었다.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기업으로의 변화는 아이와 함께 보는 어른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주었다.

<몬스터 대학교> 영화 스틸

▲ <몬스터 대학교>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어린 시절 주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마이크는 우연히 몬스터 주식회사에 견학을 갔다가 큰 감명을 받고 언젠가는 이곳에 가겠다고 마음먹는다. 이후 몬스터 주식회사에 가기 위해 몬스터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마이크는 꿈에 부푼 신입생으로 교정에 발을 딛는다. 하지만 아이들을 겁주기에 재능이 없는 마이크에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마이크와 달리 겁주기에 전설적인 가문 출신인 설리는 언제나 의기양양하고 거만한 엘리트다. 물과 기름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두 몬스터는 우연한 기회로 겁주기 대회에 한팀으로 나가게 된다.

픽사가 <카 2>에 이어 두 번째로 시도하는 속편인 <몬스터 대학교>는 근래 할리우드의 유행처럼 퍼진 전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을 따른다.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환상의 콤비인 설리-마이크가 어떻게 우정을 쌓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면서, 덤으로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악역을 담당했던 투명 능력을 지닌 도마뱀 랜달(스티브 부세미 목소리)이 어떻게 마이크-설리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는지 다룬다.

마이크가 재능은 없으나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타입이라면 설리는 타고난 천재형이다. 똑같이 최고를 꿈꾸던 마이크와 설리가 같은 팀에 속하면서 나만 잘나면 그만이라는 독선에서 벗어나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팀워크를 깨닫는다. <몬스터 대학교>의 전개는 보통의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수행한다.

<몬스터 대학교> 영화 스틸

▲ <몬스터 대학교> 영화 스틸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존 굿맨과 빌리 크리스탈이란 걸출한 명배우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마이크와 설리가 주는 앙상블의 매력은 여전하지만, <몬스터 대학교>는 안일함을 지우기 어렵다.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들을 등장시키면서 요란스럽게 겁주기 대회를 꾸미지만 그저 평범한 학원물과 스포츠 영화에 머물 뿐이다. 이것은 <몬스터 대학교>가 이미 <몬스터 주식회사>로 결론이 나서도 아니고, <몬스터 주식회사>의 귀염둥이 캐릭터였던 소녀 '부'의 부재 때문도 아니다. 마이크와 설리의 만남과 라이벌 랜달 외에 신선함이 부족해서다.

차이콥스키의 발레극으로 유명한 <호두까기 인형>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토이 스토리>나 구로사와 아키라의 걸작 <7인의 사무라이>를 다른 방식으로 소화한 <벅스 라이프> 같은 예전 픽사의 영화들이 준 혁신의 기운을 <몬스터 대학교>에서 찾기 어렵다. 픽사의 장점이었던 스토리텔링의 우수함은 고사하고 <몬스터 대학교>의 이야기는 평범함 그 자체다.

픽사는 2006년에 디즈니와 합병한 후, <월-E> <업> <토이 스토리 3>으로 정점을 찍은 다음부터 줄곧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 시기에 선보인 <카 2> <메리다와 마법의 숲> 같은 작품들은 기술적으론 우수할지 몰라도 스토리텔링에선 이전 픽사의 작품이 주었던 그들만의 특별함을 찾을 수 없었다.

디즈니와의 합병은 그들에게 독이 된 걸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전인미답의 분야를 개척했던 픽사의 도전 정신과 거리가 먼, 지극히 안전한 흥행에만 기댄 <몬스터 대학교>는픽사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라이벌인 <슈렉>의 드림웍스, 후발 주자인 <슈퍼 배드>의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나 <아이스 에이지>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픽사의 모습이 안타깝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노리기도 했던 픽사의 모습을 어서 되찾았으면 좋겠다.

몬스터 대학교 댄 스캔론 빌리 크리스탈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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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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