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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황금의 제국>은 24부가 지나는 동안 그 어느 드라마보다 시청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황금의 제국> 속 등장인물은 지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엄청난 심리전을 벌였다. 성진그룹의 화려한 집무실, 그리고 최동성 일가의 휘황찬란한 거실과 침실 등은 '황금의 제국'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었는데, 그에 반해 그곳에 흐르는 냉기는 시청자의 위화감에 잠시나마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최서윤은 결국 성진그룹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최동성 회장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최서윤은 결국 성진그룹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는 최동성 회장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 SBS


아리송한 결말, 허술하다 말할까, 열려있다 말할까

<황금의 제국>에 격정적인 멜로는 없었다. 인간이 살면서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온갖 감정의 묘사도 없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끝없이 서로를 배신했고, 따라서 오늘의 적이 내일은 동지로, 또는 그 반대의 상황이 거듭될 뿐이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던 <황금의 제국>에도 마지막은 있었다. 한정희(김미숙 분)는 아들 최성재(이현진 분)를 품에 안아준 최서윤(이요원 분)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세상을 떠났고, 성진그룹을 차지하려 그토록 발버둥 쳤던 최민재(손현주 분)는 결국 감방으로 향했다. 

승자가 된 최서윤은 아버지 최동성(박근형 분)의 초상화 앞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끝까지 충성을 다했던 박 전무(최용민 분)도, 가족들도 없었다. 오열이 그간의 싸움에서 지친 탓인지, 아니면 승리의 기쁨에서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표정에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슬픔과 외로움이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장태주(고수 분)의 마지막이었다. 그는 파도가 몰아치는 방파제에 서 있다 사라졌는데, 저 멀리 배 한 척이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과연 장태주는 자살한 것일까? 아니면 배에 구조된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라면 배를 타고 머나먼 타국으로 떠난 것일까.

드라마의 마무리가 왠지 아리송하다. 해피엔딩을 원했건 아니건, 이보다 더 황당하고 씁쓸한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결말을 두고 누군가는 허술한 마무리라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열린 결말이라며 열심히 그 의도를 캐내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결말은 과연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누가 이기고 지고, 또 누가 죽었으며 살아남았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결국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게 된 장태주. 아마도 그가 행한 모든 일들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

결국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게 된 장태주. 아마도 그가 행한 모든 일들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 ⓒ SBS


폭주기관차 같은 삶, <황금의 제국>이 전하는 메시지는?

우리 시대의 '계급'이란 물질적 조건, 경제적 요소 등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그리고 사회가 지니고 있는 개방성의 정도에 따라 다른 계급으로의 '수직 이동'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그것이 아주 원활하다면 하층에서 태어났다 하더라도 능력에 따라 높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장태주는 많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의 장을 열어 줄 기대주이기도 했다. 오르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황금의 제국'에서 그는 거의 정상에 다다름으로써 그 기대를 한껏 부풀게 했다. .   

그러나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부잣집에서 태어나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그것은 계급의 고착화를 예견하는 말이기도 한데, 애초부터 특권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 속에서 태생부터 불리한 장태주가 이길 방법은 거의 없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했던 극악무도한 수단까지 동원했는데, 그것은 결국 몇몇 사람과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이 되고 말았다.

장태주의 반란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황금의 제국>의 결말을 통해 받는 위안은 적지 않다. 스스로 인정했듯 최동성이 만든 시스템에는 지고 말았지만, 그것에 함몰되기를 거부하고 바다에 몸을 던져 운명을 그 자신에게 맡긴 장태주. 언뜻 무모하기도 하고 부질없어 보이지만, 그것을 단순히 삶과 죽음의 문제로만 해석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 최서윤의 눈물과 장태주의 웃음 띤 얼굴은 그들이 표면적으로 성취한 것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그룹의 총수가 된 최서윤의 눈물은 행복의 상징이 아니었다. 한정희는 아들 최성재가 그토록 원했던 여행을 떠나지도 못한 채 삶을 마감하고 말았다. 아들의 끝없는 욕망을 접한 최동진(정한용 분)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함평 농장'은 드라마의 마지막에도 등장하지 못했다.

<황금의 제국>은 결국 승자, 패자를 가르지 않았다. 다만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것에 대한 통찰만은 극명히 드러냈다. 그것은 시스템을 만든 자들, 그리고 그것에 속한 사람에게 모두 적용된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는 우리 모두에게 <황금의 제국>은 그 질주를 멈추고 잠시만 뒤돌아보라 권하고 있는 것만 같다. 

SBS 황금의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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