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굿닥터>의 박시온(주원 분).

KBS 2TV 월화드라마 <굿닥터>의 박시온(주원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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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화드라마 <굿닥터>의 줄거리는 '레지던트 1년차 박시온의 소아외과 의사 성장기'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박시온의 성장이 쉽지만은 않았다. 주위의 편견 때문이었다.

박시온은 수술을 하는 써전(외과의사)이 되기를 원하지만, 성원대학교병원 사람들은 단지 그를 '의학암기를 잘하는 천재' 정도로 생각했다. 이는 서번트 증후군인 박시온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동전의 양면처럼 자폐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김도한(주상욱 분) 부교수가 박시온을 '기계 같다'라고 폄훼한 것도 결국 자폐증 때문이었다.

시청자 입장에서 박시온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보기 불편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에 마냥 투정만 할 수 없는 것은 현실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자폐증을 앓는 의사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모르긴 몰라도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것이다. 그래서일까. 자폐증 레지던트 박시온이 맞이한 첫 수술의 순간은, 마음속에 가졌던 한 움큼의 편견을 깨는 시간이었다.

환자를 살리는 숭고한 의식, 그 자리에 박시온이 있었다

16일 방송된 <굿닥터>에서는 어느 때보다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통학버스 전복사고가 일어나, 버스에 타고 있던 학생들이 부상을 입은 것이다. 성원대학교 병원은 실려 온 20여명의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긴박한 수술환자는 늘어났지만, 수술을 할 수 있는 집도의 숫자에 한계가 있었다. 레지던트 4년차 한진욱(김영광 분)까지 집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갈비뼈가 비장을 찔러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또 한 명의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왔다. 박시온은 김도한 교수가 일전에 환자 두 명을 수술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가 수술 중인 옆방으로 옮겼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두 환자 모두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급상황에서 김도한은 고민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박시온에게 집도를 맡긴 것이다.

박시온의 집도를 명령한 김도한 교수의 결정, 이는 박시온을 집도의로 인정하는 결정적 대목이라 할 만 했다. 그동안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자폐증 의사가 마침내 한 명의 진짜 의사로 인정받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박시온의 집도 결정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현재 박시온은 아버지를 만났다는 충격으로 서번트 증후군으로서의 재능을 잃어버린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천재적인 의학지식이 없어진 박시온은 어떤 면에서 보면 자폐증 단점이 있는 문제 의사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냉철한 김도한이 최악의 상태인 박시온을 믿었다. 이는 기계적인 능력을 가진 박시온을 믿은 게 아니라, 한명의 인간으로 사고하는 박시온을 믿은 모습이라 감동을 줬다. 재능을 잃고 두려워하는 박시온에게 김도한이 전한 조언에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너 같은 의사 한 명 두면 좋겠다 생각했어...역기능, 부작용, 그건 일반인들의 기준일 뿐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나랑 한 약속 지켜야지. 날 뛰어넘기로 한 것 말이야. 빨리 이겨내, 시간이 약이니 뭐든 그런 생각 하지마. 그런 생각할수록 네가 살릴 환자는 줄어들어."

그동안 박시온의 진짜 의사로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것은 과연 자폐증뿐이었을까? 어쩌면 서번트 증후군으로 인한 천재적 능력 역시 박시온의 의사로서의 성장을 가로막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민하고, 좌절하고 그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박시온은 천재적 재능으로 인해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범한, 평범 이하의 의사가 된 박시온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 속 진짜 의사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몰랐던 사실 하나가 있다. 박시온이 천재적 암기 능력 이상의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바로 노력이었다. 그가 환자 만족도 1위의 의사가 된 것은 병실을 5번씩 찾는 따뜻한 마음가짐이 바탕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박시온이 가장 어렵고, 가장 위급한 순간 '집도의'로 선택되며 빛을 발했다.

위기의 순간, 박시온이 얻은 레지던트의 자격은 그의 재능이나 동정으로 얻은 것이 아니었다. 환자를 향한, 그의 무수한 땀방울이 빚어낸 노력의 결과였다.

환자를 살리는 과정에서 적도, 아군도 없었다. 밉상캐릭터였던 고충만(조희봉 분) 과장, 이기적이었던 김재준(정만식 분) 과장을 비롯해 모든 집도의가 한 마음이었다. 의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 환자를 살리는 숭고한 직업의식. 그 자리에 박시온이 있었다.

굿닥터 박시온 주원 자폐증 서번트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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