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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5일)로 방영 6회를 맞고 있는 <왕가네 식구들>이 위태위태하다.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극본 문영남, 연출 진형욱)은 '패밀리얼리즘' 드라마임을 강조하며 이 시대의 현실적인 가족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취지에서 제작되었다.

'왕봉(장용 역)'씨 가족과 그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연어족, 캥거루족, 처월드 등의 현실을 비판함과 동시에 이러한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시청자들의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그 불안감을 충족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여기서 '연어족'은 결혼해 집을 떠났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부모에게 신세를 지는 자식들을 뜻하며, '캥거루족'은 취업도 못한 데다 독립할 여유도 없어 부모의 품에서 기생하는 자식을 말한다.

요즘 뜨고 있는 신조어인 '처월드'는 시월드의 반대말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부상함에 따라 가정 내에서도 여성의 기에 눌려 처가 일에 손발을 걷고 나서다 급기야 '장사(장모와 사위)' 갈등까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 밖에도 왕가네 식구들은 학벌지상주의, 편애 등의 문제를 다루며 시청자들을 '힐링'시켜 줄 주말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초반부터 너무 과도한 설정 탓에 시청자들은 재미를 느끼면서도 "짜증이 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왕가네 식구들은 학벌지상주의, 편애 등 문제 다뤄... '힐링' 주말드라마

극 중에서 왕봉의 큰딸 왕수박(오현경 역)은 부잣집 사모님으로 등장하지만 그도 잠시다. 남편 고민중(조성하 역)의 공장이 부도나면서 하루아침에 셋방살이하게 된다. 손에 물도 안 묻히며 자랐다는 그녀가 맞닥뜨리는 현실이 브라운관 밖 소시민들의 삶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하지만 왕수박의 허영심과 홀시아버지를 모시기 싫다며 나 몰라라 하는 철없는 모습, 저보다 못사는 동생 왕호박(이태란 역)을 무시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둘째 딸 왕호박에 대해서는 엄마인 이앙금(김해숙 역)의 편애가 도를 넘어섰다는 의견이 따르고 있다. 이앙금은 큰 딸 왕수박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든 잘한다, 역시 내 딸이다"라며 입 댈 것 없다는 듯 칭찬을 떠벌리고 다니지만, 왕호박의 그림자만 봐도 구박을 한다.

5회 방영분에서는 왕수박이 살고 있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월세방을 구해 살아야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에 이앙금은 왕호박을 찾아가 "언니 월세방 구할 돈을 달라"고 어르고, 달래고, 윽박까지 지른다. 안 그래도 백수 남편 허세달(오만석 역)과 살며 없는 살림에 악착같이 돈을 버는 왕호박은 고민 끝에 "안 되겠다"고 말하자 이앙금은 "동생이 돼서 그것도 못 해주느냐, 너는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 살다 쫄딱 망한 언니가 우습냐"고 비꼬듯 말한다.

제작진들이 주장한 패밀리얼리즘은 극에 녹여져 있기는 하나, 시청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복합적인 요소들을 초반부터 너무 많이 등장시킨 것은 아쉽다는 평이 있다. 특히 이앙금과 왕수박에 대해서는 "모녀가 철딱서니 없다", "실제로 저런 처가가 있나"하는 시청자의 의견이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르고 있다. 또한, 왕호박에 대한 편애를 본 시청자들은 "왕호박이 불쌍하다", "내가 왕호박이라면 친정과 연을 끊겠다"라며 드라마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수식어답게 KBS는 여러 드라마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2TV의 주말연속극은 그간 <소문난 칠공주>, <부모님 전상서>, <오작교 형제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의 명작을 선보이며 주말 드라마 독주를 이어왔다. 이번 왕가네 식구들도 1, 2회에는 웃음을 선사하며 시청자의 주목을 끌기는 했지만, 과도한 설정과 갈등요소가 집중력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별 고민 없이 보게 되며 오락의 기능을 담당하는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혼란과 답답함을 주어서는 안 된다. 특히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시간대의 드라마는 더더욱 그렇다. 아직 극 초반부지만, 왕가네 식구들에게 닥칠 위기는 수도 없어 보인다. 20%가 넘는 현재의 시청률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마음 편히 보고 위로를 얻으려는 시청자의 입장을 좀 더 고려해야 할 것이다.


태그:#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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