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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수구-극우진영의 역사왜곡 발언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뉴라이트 인사들이 중심이 돼 펴낸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제의 교과서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긍정 혹은 미화하는 한편 항일 독립투쟁을 소홀히 다루거나 심지어 누락시키는 사례마저 나타났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교학사에서 펴낸 이 교과서의 검정신청본에는 명성왕후를 '중전 민씨'로,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원에서조차 친일인사로 판결내린 인촌 김성수를 민족지사인 양 왜곡했다. 반면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단 한 줄로 처리했고, 안 의사를 색인에서조차 누락시켜 논란을 빚었다.

비단 일제 강점기뿐만이 아니다. 한 예로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를 두고 "군사정변 직전 대한민국은 공산화의 위기로부터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였다며 "5·16 군사정변은 큰 저항을 받지도 않았다"고 기술했다. 4·19 혁명 이후 들어선 민주당 정권 하에서 '공산화 위기'가 크게 논란이 됐던 적은 없었다.

또 5·16 군사쿠데타를 주도한 박정희야말로 남로당에 가입한 혐의로 군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권력욕에 불탄 몇몇 정치군인들의 군사쿠데타를 이런 식으로 정당화, 왜곡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 출범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표현·학문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지난 9일 오전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민주당 홍익표 의원 주최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 부정에 대한 처벌'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9일 오전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민주당 홍익표 의원 주최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 부정에 대한 처벌' 토론회가 열렸다.
ⓒ 정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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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전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의미있는 토론회가 하나 열렸다. 얼마 전 '귀태' 발언으로 주목받은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주최한 것으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 부정에 대한 처벌 토론회'가 바로 그것이다. 홍 의원은 현재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 및 침략전쟁 등을 부정하는 개인 또는 단체의 처벌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추진 중인데, 이날 토론회는 그 일환으로 마련됐다. 향후 법 제정까지는 적잖은 논란이 예상되지만 오늘과 같은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토론회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홍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일제강점기 하에서 이뤄진 일본의 지배 또는 친일반민족행위를 찬양하거나 항일투쟁행위를 비방하는 행위 및 독립운동가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인터넷과 방송 등을 통하여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이므로 적절한 처벌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수 일각의 '일제 찬양-독립운동 폄훼' 발언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헌법 정신과 부합되지 않는다. 해방 후 제헌국회에서 제정한 '반민족행위처벌법'(반민법)은 일제하의 친일행위를 소급해서 처벌하는 소급입법임에도 법 제정이 가능했다. 또 2005년에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이, 2006년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 특별법'이 각각 제정됐는데 이는 모두 일제 식민통치의 법적 정당성을 부인함과 동시에 일제잔재를 청산하겠다는 헌법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문제의 발언'을 실증법으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즉, 문제의 발언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해도 이를 법적으로 재단해 처벌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사회에서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존의 사상 및 가치체계와 상반되거나 저촉된다고 해도 용인해야 한다"(1982년 5월 25일)며 학문의 자유를 폭넓게 용인하고 있다. '명예훼손' 건도 사정은 비슷하다. 형법에 관련 조항이 명시돼 있어 자칫 중복규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교과서에 친일을 미화하는 것은 범죄의 재구성"

 교학사 교과서의 표지.
 교학사 교과서의 표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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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는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발제자로는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완익 변호사(전 친일재산조사위 사무처장)·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이 나섰다. 토론자로는 박경신 고려대 법학과 교수, 그리고 내가 참여했다. 이들 모두 역사청산 문제에 대한 법률 및 역사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연구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재승 교수는 '홀로코스트 부인과 역사왜곡'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역사왜곡은 특이집단의 이상행동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시대적 병증으로 다뤄야 한다"며 "정치적 증오와 내면적으로 깊이 연결된 정신질환"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이 교수는 법 제정에 반대 입장을 폈다. '문제의 발언'을 두둔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증오적 표현'이 '홀로코스트(제노사이드) 부인'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이 교수는 "특정한 역사관의 주장자를 처벌하기보다는 오히려 공통의 인식지평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끊임없는 표현의 문화적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발제 말미에 홍 의원이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한 몇 가지 소견을 밝혔는데 유익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우선 이 법률을 위반한 자의 전형(典型)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며 또 그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를 묻고는 자칫 상징적인 입법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법안 명칭과 달리 침략전쟁이나 단체 처벌 방식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점, 재일 친일인사인 오선화씨 등 외국인에 대한 처벌문제, 형법상 명예훼손과의 차별성 그리고 친일인사 기념물 조성행위 등도 법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완익 변호사는 제헌헌법 부칙 101조에 근거해 반민법이 제정됐고, 또 2005·2006년에 각각 제정된 친일규명특별법과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이 각각 헌재에서 합헌 판결을 받은 사례를 들어 법안 제정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럼에도 장 변호사 역시 명예훼손의 경우 현행 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며 '역사적 날조행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 그리고 학문이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할 위헌적 요소가 크다며 "법 제정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폈다.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한용 실장은 "독재자를 국부나 민족지도자로 미화하고 동상이나 기념관을 세우고 나아가 교과서와 같은 공적 자료에 이들을 미화해서 기술한다면 우리 범죄의 망각·은폐를 넘어 범죄의 재구성에 해당한다"며 "한국사회가 성취하고 합의한 공공적 가치관과 성과마저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박 실장은 또 "과거사 청산은 우리사회의 갈등이나 자학적 요소라기보다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확대로 나아가는 자랑스런 역사"라고 평가하고는 보수진영 일각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태를 '역사쿠데타'로 규정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박경신 교수는 신중론에 무게를 뒀다. 박 교수는 "일본침략을 정당화, 부인 또는 사소화하는 발언을 처벌한다면 북한 남침을 정당화, 부인, 사소화 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규제를 제시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반민족 '행위'의 처벌과 반민족 '발언'의 처벌은 다르다"고 지적하고는 법안을 추진할 경우 '행위'에 대한 처벌로 좁혀 '학살피해자에 대한 차별 및 혐오금지법'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일제 때 제정된 모욕죄·명예훼손죄·진실명예훼손죄·협박죄·업무방해죄 등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나는 "'역사적 관점' 운운하며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는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올바른 역사관 정립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표현의 자유'가 사회적 통념과 상식 그리고 민족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까지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적 합의의 틀 속에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폈다. 나는 친일작가 김완섭씨가 독립운동가들을 폄훼한 행위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벌금 750만 원)을 받은 사례를 들어 '표현의 자유'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적극 입법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법안 제정, 관용과 표현의 자유 두고 고민"

국정원 회담록 공개 규탄하는 홍익표 의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의 회의록 전문 공개에 대해 "청와대와 협의했다며 항명이고 변형된 쿠데타이다"고 발언하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6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 당시 모습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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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방청석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몇 사람 눈에 띄었다. 노영민 의원은 자유발언을 통해 "지난 18대 국회 때 이런 내용의 입법을 추진한 바 있다"고 밝힌 뒤 "국회 입법조사처와 심지어 대형로펌에도 자문을 구했으나 입법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노 의원이 밝힌 '부정적 의견'의 골자는 ▲ 표현의 자유 ▲ 명확성의 원칙 ▲ 실효성 문제 등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 의원은 헌법 정신과 반인도적 범죄 차원에서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제라도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이같은 내용의 입법 시도는 앞선 사례가 있다. 지난 2005년 3월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일제 침략행위 왜곡 및 옹호 방지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원 의원이 이같은 법 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은 그 무렵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일본 우익잡지에 '일제 식민지배는 축복'이라는 요지의 글을 기고한 것과 지만원씨가 '(일본에) 먹힐 만하니까 먹혔다'는 발언을 해 사회적 논란이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원 의원의 이같은 시도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 이유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원 의원의 친일발언 처벌 법제화 작업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홍익표 의원은 행사 말미에 "민족주의 관점에서 '똘레랑스'(관용)와 '표현의 자유' 문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이같은 법안을 제정하려는 취지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댓글에 대응하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법안 제정이 "동아시아의 미래를 가로막는 장애물 제거 차원"이라며 일본과 한국에서 국가주의 성향의 정권이 출범해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려 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 국회 상황에서 홍 의원이 제안한 법이 제정되려면 넘어야 할 고비가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 또한 적지 않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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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언론사에서 근무했고, 친일청산 등 역사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평소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갈망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