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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일심회 사건과 통합진보당의 부정경선-폭력사태를 거쳐 최근 '이석기 사태'(내란음모 의혹)까지 터지면서 진보운동은 이제 임계점에 이르렀다. 이석기 사태를 진보운동의 위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진보운동에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진보운동은 이석기 사태에서 무엇을 성찰하고 얻어야 하나? <오마이뉴스>는 보수와 진보진영 등에서 활동해온 인사들과 연쇄인터뷰를 해 그 해답을 찾아본다 . [편집자말]
'내란음모 의혹 사건'에 휘말린 이석기(구속중) 통합진보당 의원은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의 '하부'였다. 김 위원이 지난 92년 조직한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 경기남부위원회의 총책이 이석기 의원이었던 것이다. 이미 86년 '강철서신'이라는 팸플릿에서 주사파 운동을 주창했고, 민혁당 중앙위원으로서 이 의원을 지도했던 김 의원에게 '이석기 사태'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주사파, 반전-평화보다 전국적 인민해방을 더 중시"

 중국에서 국가안위위해 혐의로 체포된 뒤 114일만에 석방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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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에서 제가 지도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라며 "그런데 시대가 많이 바뀌고, 한국사회도 많이 바뀌었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활동해온 것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운동사'의 측면에서 보면 김 위원도 이석기 사태에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김 위원은 '당신의 책임은 느끼지 않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느꼈다"고 담담하게 답변했다.

"제가 남한사회에 종북적인 사상을 처음 퍼뜨렸고, 민혁당의 총책임자로서 지도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 의원을 그런 길로 이끌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런 사상을 바꾸고, 그를 한국사회에 적합한 방향으로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런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책임을 느낀다."

언론에 보도된 '5·12 모임 녹취록'을 모두 읽었다는 김 위원은 "현재 한국사회와 우리 헌법이 허용하는 범주를 많이 넘어섰다"고 평가한 뒤, "상당히 허황되고 돈키호테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과 호응해서 그런 식의 활동을 한다면 사회적·안보적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며 "북한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그 사람들의 성향과 활동 등을 보면 북한과의 연계를 강력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북한쪽에서는 종북세력이 축소된 조건에서 그 사람들 외에 다른 선을 찾거나 맺기도 쉽지 않다. 서로 추구하는 바가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든 서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은 "북한이 남한을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런 점에서 북한 주민들 통제 등 종합적인 체제 보위를 위해서 남한 운동권이 북한에 유용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녹취록이 진보의 대표적인 가치인 '반전-평화'가 아닌 '전쟁 대비' 발언으로 가득차 있는 것과 관련, 김 위원은 "원래 주사파는 대외적으로 반전-평화를 내세우지만 내부에서는 반전-평화를 중심 가치로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라며 "반전-평화보다는 무력투쟁 등을 통한 전국적 차원의 인민해방을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석기 의원에게 여적예비음모죄 적용 가능하다"

 뉴라이트재단 기관지인 계간 <시대정신> 편집위원 김영환씨. 80년대 '강철서신'으로 활약했다 전향한 주사파 운동권이라는 이력이 그에게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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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애초 이석기 의원에게 '내란음모죄' 등을 적용해 구속했다. 그런데 최근 '여적죄' 적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여적죄란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대적한 자'를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이를 적용한 사례가 없을 정도로 사문화됐다.

김 위원은 "발언 자체로만 보면 내란음모죄가 성립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반적인 얘기의 맥락을 놓고 보면 누가 전쟁을 일으키든 북한에 호응해서 준군사행동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법률적으로 내란음모죄가 성립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여적죄 적용 가능성을 점쳤다.

"우리 법률상 그런 행동을 처벌하라고 규정한 조항이 여적죄다. 물론 여적죄는 전쟁상황에서 적용하는 것이지만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석기 의원의 경우 법률상으로 여적예비음모죄가 더 적절하다."

김 위원은 "이들은 지금도 지하운동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지하운동을 지속하지 않으면 사회가 많이 변화한 조건에서 사상의 통일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합법정당운동을 하더라도 지하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지면 지금 한국사회처럼 개방되고 민주화된 나라에서 그런 지하운동은 불필요하다. 하지만 주사파는 사상이 동요될 수 있는 외부적 요인이 굉장히 많은 조건에서 지하조직을 유지하지 않으면 사상이 심하게 흔들리고 운동의 존속 자체가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위원은 "지하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며 "국민을 속이겠다고 생각하면서 지하운동을 계속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국민들에게 이중플레이를 하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은 "그들은 시대변화에 맞게 이념문제를 진지하게 얘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반미민족주의의 영향을 아주 강하게 받고, 내부 동지들끼리 의리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서 '반성하지 않는 관성'에 많이 빠진다"고 거듭 '폐쇄적 조직문화'를 지적했다.  

"녹취록 발언들은 사상의 자유와 관련없다"

 중국에서 국가안위위해 혐의로 체포된 뒤 114일만에 석방된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씨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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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김 위원은 통합진보당 등에서 '국정원 공안탄압'과 '사상의 자유'를 내세우며 국정원에 맞서는 것에는 단호하게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 일반인의 법률감정이나 헌법에서 생각하는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발언하고 집회를 열었다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고, 이번 사태는 사상의 자유와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화국이나 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하겠다고 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와 상관없다. 통합진보당은 공안탄압이나 사상의 자유 등으로 반박할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를 국민들의 의심과 분노를 살 만한 요소를 제거하는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 위원은 "'주사파와 국정원 공안세력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진보진영에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이석기 사태는 진보운동 진영에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번 민주노동당 1차 분당 이전부터 그 사람들의 종북성향과 관련해 여러 차례의 지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합법영역으로 활동을 넓혔다. 그렇게 된 과정에서 선거 때마다 추진한 야권연대 등 전체 진보진영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 이석기 사태 때 진보진영 유명한 원로인사들이 나와서 이석기 그룹을 변호하던데, 그들의 종북성향이 과거에서부터 많이 노출돼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그들을 바꾸려고 많이 노력했어야 했다."

김 위원은 "노력하다가 안 되면 눈물을 머금고 잘라냈어야 했다"며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이석기식 행동에 반대하는 생각을 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금년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뚜렷하게 분화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통합진보당 내부 분화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진영, 주사파와 공개 사상투쟁 벌여라"

"주사파운동의 마지막 장이 넘어갔다"는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의 주장처럼, 김 위원도 "이석기 사태는 주사파 또는 종북주의가 계속 내리막길을 가며 약화되는 과정에서 더 약화되고 해체되는 방향으로 가도록 결정타를 날린 사건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그는 "이석기 사태를 통해 진보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처럼 가는 것은 진보와 다를 뿐만 아니라 진보와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진보진영 안에서 정치적 폭력이나 과격한 민족주의 등을 묵인하거나 관대하게 인정해주는 경향을 극복해야 한다. 해방 직후에 평범한 일본인을 박해하는 것을 영웅담 삼아 얘기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반미성향이 강한 운동권은 이런 것조차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극단적인 경향을 극복하고 좀더 유연하고 넓은 길로 나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김 위원은 "이전에는 미국에 반대해서 얘기할 거리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고 시대가 많이 변했다"며 "반미민족주의에 모든 것을 귀속시키는 것은 다른 것들마저 다 왜곡시키는 편협한 방식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은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이석기식 활동에 쓰는 사람들 중에 70-80%가 주사파다"라며 "이들을 떼내려면 맘을 독하게 먹고 이들과 공개적인 사상투쟁을 제안해서 끝장 토론을 벌이는 방식 등을 통해 사상분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그렇게 하지 않고 대충 적당한 수준에서 넘어가면 단절은 불가능하다"며 "진보진영의 주요한 단체들이 그런 활동가들을 기반으로 조직돼 있어서 독한 맘 먹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관계를 완전하게 끝내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석기 사태의 문제점을 과감하게 공론화해야 한다"며 "진보진영은 통합진보당에 이런 요소를 잘라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공개적인 토론 등 사상투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한편 김영환 위원은 86년 '남한 학생운동 사상 최초의 비합법 주사파조직'인 서울대 구국학생연맹(구학련)을 결성하고, '강철서신'이라는 팸플릿을 써서 학생운동권에 유포해 '주사파의 대부'로 불렸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반 반제청년동맹과 민혁당을 잇달아 결성했고, 91년 밀입북해 김일성 주석과 두 차례 면담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전향해 <시대정신> 편집위원과 <데일리NK> 논설위원 등을 지내며 '북한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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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