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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영장 집행에 응하는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있던 이 의원이 국정원의 구인영장 집행에 응하고 있다.
▲ 구인영장 집행에 응하는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있던 이 의원이 국정원의 구인영장 집행에 응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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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이른바 'RO회합'을 둘러싸고 국가정보원의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진보진영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대체로 국가정보원이 혐의를 두고 있는 내란음모 운운의 죄목에 관해서는 허황되다는 한편으로, 이석기 의원 등 이른바 'RO회합'의 녹취록에 나타난 이 의원 등의 상황인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왜 이들이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벗어나지 못했고, 또한 문제되는 상황에서 그저 왜곡이니 날조니 하는 소극적 주장만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가 하는 점이다. 진보진영의 논자들은 대체로 그 원인을 이석기 의원 개인 내지 그 정파의 문제로 국한해서 보는 경향을 드러낸다.

가령 한겨레 9월 6일자 <'화석화된 진보' 국민 공감 못 얻었다> 기사는 "이 의원을 비롯한 진보당의 말바꾸기 등 사태 수습 과정의 미욱함은 진보정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을 뿐 아니라, 진보정치세력의 최대 자산인 진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마저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하면서 "국정원이 이 의원 등을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부터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결국은 '농담이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는 진보당의 모습이 결국 진보적 대의명분과 가치로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어야 할 진보진영 전체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질타했다.

한편 경향신문은 이택광 교수의 9월 7일자 칼럼을 통해 "진보당의 정치성, 있는 그대로 보여줘라"고 요구하면서 "이들이야말로 진보의 정치성 자체를 도덕의 프레임에 가두어 실질적으로 국정원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역설 : 북한경도식 사고가 잔존하는 기반

이러한 분석은 타당한가? 즉 이석기 의원 등 이번 사건의 혐의자들이 관련사건을 부인하고 날조니 농담이니 하는 대응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과연 이들의 진정성 결여나 도덕성의 차원에서 찾는 것이 타당한가 말이다. 온전히 수긍하기 어려운 일면적인 분석에 불과하다.

거기에 더해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공론의 장에서 할 수 없다는 점을 짚어주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그 법이 상징하는 냉전적 사고의 틀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다. 친북도 있고, 반북도 있다. 친북 가운데는 지난 1980년대 광주학살과 미국의 책임을 둘러싸고 대학가에서 비롯된 주체사상 등 '북한 경도식 친북'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친북은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사고라는 것이다. 북한 추종식 친북은 말할 것도 없고 합리적인 친북조차 종북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에 반하여 한국 사회에서 반북은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특히 성조기 흔들며 가스통으로 무장한 맹목적 반북은 거의 완장 수준이다. 이렇게 북한에 대한 증오만이 득세하고 국가보안법이 판치다보니 진보진영 일각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80년대식 사고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토론되고 검증될 계기를 전혀 마련하지 못한거다. 그리고 그 사고의 틀을 제도권 정당에 들어와서도 그대로 유지하다가 지난 5월과 같은 북미간의 갈등과 대립의 수위가 최고조에 이르자 사제 폭탄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겠는가?

국가보안법과 이 법이 상징하는 냉전적, 반북적 사고가 북한경도식 사고의 잔존기반이 된 역설은 바로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사고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사상의 자유시장의 최대의 적이라는 사실을 같이 짚어주지 않은 채 문제의 원인을 이석기 등 개인에게만 찾으려 하는 것이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이 사건 발생시 단지 왜곡·날조, 농담이라고 한 것을 두고 진보진영의 도덕성 내지 진정성의 차원에서 분석하려고 하는 것에는 더더욱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북한경도식 사고에 형벌을 준다는 것에 대한 문제인식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진실을 말하라?

통합진보당 '참수' 퍼포먼스 등장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경남도지부 회원들이 3일 오전 경남 창원 중앙동 소재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앞에서 '내란협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 규탄대회를 개최하던 중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의원 허수아비를 '참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통합진보당 '참수' 퍼포먼스 등장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경남도지부 회원들이 3일 오전 경남 창원 중앙동 소재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앞에서 '내란협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 규탄대회를 개최하던 중 이정희 대표와 이석기 의원 허수아비를 '참수'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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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서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무죄추정을 받는다. 모두 헌법적 원리이다. 이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무죄추정을 받는 결과, 그 유죄의 입증책임은 기소자가 진다. 그리고 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확고한 대법원 판례이다.

자, 여기서 사상의 자유 영역에 속하는 국가보안법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법정 밖에서 진실을 말하라고 하는 것이 타당한가? 국가보안법으로 수사를 받는 사람에게 진정성과 도덕성을 들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것은 헌법상의 진술거부권을 포기하고 자백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이게 올바른 자세인가?

또한 진실하게 이야기한다면 문제가 끝나는가? 그 진술을 가지고 과연 국가정보원은 그 진술을 또 어떤 식으로든지 가공하고 윤색하지 않을까? 국가정보원이 수사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국정원이 그 여동생을 회유하고 협박하여 오빠를 간첩으로 진술하라고 했다지 않는가? 또한 국정원은 대선의 결과마저 좌우하려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석기와 통합진보당에게만 진실을 말하고 고백하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이 공정한가 말이다.

필자는 지금 이석기 등의 녹취록상의 정세인식을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낡아빠진 생각을 가지고 국회로 입성한 이석기 의원의 행태는 결코 지지될 수 없다. 또한 문제가 터졌을 때 하루동안 잠적한 그의 행태나, 이후의 무조건적인 날조 주장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하여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 비겁하고 무책임한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과 원인을 이석기 등 개인이나 그 정파에서만 찾으려 하는 것은 옳은 것도 아니고 타당한 것도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문제의 근본은 이석기보다 국가보안법이다

이석기 의원 등이 가지고 있는 그 '생각'이라는 것은 반드시 공론의 장에서 토론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의 핵심은 한국의 진보진영이 북한문제, 즉 북한의 3대세습(또는 권력승계), 주체사상 등 지도이념, 북핵개발, 인권에 관한 참상, 탈북자 문제 등에 관하여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간 이러한 북한문제가 진보진영 내에서 가감없이 토론되지 못하고, 금기시하면서 침묵한 것이 오늘날의 이석기 류의 '생각'이라는 것들이 나온 배경이 되었다.

그러한 금기가 왜 생겼는가? 진보진영이 게으르고 온정적이라서 그렇다고? 하품 나온다. 북한 얘기를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의 올가미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요한 문제제기가 형벌의 결과로 이어진다는데, 그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겠는가? 그게 온정적인가? 차라리 그럼에도 그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을 '프락치'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겠는가?

 국회의사당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대형 촛불 상징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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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과 국정원 등 공안기관의 존재로 인하여 북한문제가 제대로 된 토론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금기시되는 결과, 문제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북한문제에 대하여 냉소적이 되어 버렸다고 보는 것이 문제의 정확한 상황인식이라 본다. 지금 종북프레임에 진보진영이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는 것도 북한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구심에 관하여 진보진영이 제대로 토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게 국가보안법과 그 법이 상징하는 냉전적, 분열대립적 사고가 큰 원인임에 분명한 것이라고 필자는 보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 등 그 일단의 '생각'이라는 것들, 나아가 종북프레임의 문제에 대한 답은 결국  국가보안법에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북한에 관한 입장을 자유롭게 공론의 장에서 논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 관하여 국가보안법은 단 한마디도 않은 채 그저 진보진영의 도덕성과 눈높이, 진정성만을 얘기하는 것이 한가롭게 느껴진 이유이다.

그렇다면, 자! 닥치고, 철폐! 국가보안법!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이광철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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