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일 진행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직권남용 등에 대한 3차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출하며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김하철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기획실장과 김보규 서울청 분석팀장의 업무일지 사본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여기에 자필로 적은 메모를 근거로 "아직 사이버 분석이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미리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댓글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초안이 작성됐고, 브리핑에서 있을 예상 질의-답변 작성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검찰] 압수한 서울청 관계자 자필 메모, 메신저 송수신 내역 등 제시

검찰은 지난해 12월 15일 업무일지 메모의 일부 내용을 프로젝트로 띄워 설명했다.

검찰은 "이미 12월 15일부터 (17일에 있었던) 수서서 브리핑을 예정하고, 예상 질의-답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질의응답은 여성이며 말솜씨가 좋은 김수미 경사가 맡기로 역할분담까지 했다"면서 "이때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수서서 분석 의뢰서 관련 분석의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메모에 보면) '수사 방향 및 절차에서 다 무시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라고 하여 회의 석상에서 그런 대화가 오간 것이 확인된다, 'ID 닉네임이 명확히 몇 개인지 밝혀야 하나?'라고 하면서 '복수의 것도 쓸 것도 없다'라고, 미리 분석보고서와 보도자료에 대해 상의한 정황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울청 관계자들의 메신저와 파일 송수신 내역도 제시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6일 밤 9시경부터 분석결과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는 서울청 관계자들의 진술과 달리 압수한 메시저 내역에 의하면 16일 06시 이전에 이미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 수정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면서 "파일 송수신 내역에서도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작성한 경찰의 다른 디지털 분석 결과 보고서도 여러 개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일반적인 분석 결과 보고서는 분석 과정이나 결과를 상세하게 기재하고 근거자료를 첨부했지만, 이번 사건 보고서에서는 과정 설명이 전혀 없고 추출한 자료가 어느 위치에 어떤 파일로 있었는지 등을 생략했고, 근거자료를 첨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적인 분석 보고서는 객관적 사실 위주로 서술하거나 분석 과정에서 추정되는 내용을 서술했을 뿐 혐의사실에 대한 판단을 기재하지 않았지만, 이번 보고서는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누락된 채 혐의사실 유무 판단이 기재되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울청에서 수행한 디지털포렌식 프로그램을 이용해 키워드 개수별 검색 소요시간을 시뮬레이션한 자료도 제출하면서 "키워드 수를 4개에서 100개로 25배 증가시켜도 검색 시간은 1.46배 증가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 12월 15일 '의혹의 점심' 소명자료 제출... "가족·친지와 식사"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김용판 첫 공판, 묵묵부답 일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8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용판 전 청장 측 변호인도 물러서지 않았다. 변호인은 재판 서두에 "앞으로 문제가 될 것 같아 미리 제출한다"면서 지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논란이 됐던 지난해 12월 15일 점심식사 자리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당시 민주당 김민기·정청래 의원 등은 정치권 혹은 국정원 관계자와 식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김 전 청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명확한 해명을 못한 바 있다(관련기사 : 김용판은 12월 15일 누구와 점심 먹었나).

변호인은 "(당시) 가족과 친지들이 와서 견학을 하고 걸어서 식당까지 갔다, 사진도 촬영했다"면서 기념사진이 포함된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그 이전과 그 이후는 기억하면서, 왜 가족·친지 기념사진까지 촬영한 '특별한 자리'에 대해서만 청문회 당시 기억나지 않았는지는 법정에서 특별히 설명하지 않았다.

또 변호인 측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서울청에서 디지털 증거물 반환을 거부 또는 지연했다는 혐의 내용을 반박하는 증거 사진을 제시했다. 변호인 측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7시30분경 서울청에서 1차로 수서서로 보낸 디지털 증거물(하드디스크) 사진을 보여줬는데, 하드디스크에 첨부된 종이 위에 적힌 8개 항목 중 4번에 "추출된 ID·닉네임 목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주일 전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증거분석이 끝나 후에도 즉시 증거물을 받지 못했고, 수차례 항의 끝에 18일 오후 1차로 받았는데 결정적인 ID와 닉네임이 없었으며, 서울청에 직접 쫓아가 항의 후에야 19일 0시가 넘어 받을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변호인 측이 지적한 사항은 내역만 적혀 있던 것인지, 실제 내용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서 다음 공판 때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태그:#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 #국정원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