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나란 놈이, 태어나서 괜찮다는 사람 처음이다."

5일 MBC <투윅스>에서 장태산(이준기 분)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 눈길을 끌었다. 사랑하는 연인 서인혜(박하선 분)가 차려준 생일상 앞에서 이렇게 토로하는 장태산은 거칠고 힘든 삶 속에 약해진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사실 그럴 만 했다. 밑바닥 인생 얼마나 힘겨웠을까. 유년시절 생일날 어머니가 자살하고, 아버지한테도 버림받은 삶, 모난 돌처럼 세상에 맞섰던 시간은 얼마나 우울하고 슬펐을까.

더없이 힘겹던 장태산의 인생은 서인혜로 인해 더욱 음지로 곤두박질 쳤다. 서인혜를 죽이겠다는 문일석(조민기 분)의 협박에 죄를 뒤집어썼고, 출소해서는 죽음의 위기에 몸서리 쳤다.

<투윅스> 장태산의 성장담, 우리시대 아버지가 읽힌다

하지만 <투윅스>의 장태산은 죽음의 위기 앞에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탈주한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것은 물론, 자신의 목숨을 노렸던 문일석 일당에게 통쾌한 복수를 시작하고 있다. 이런 장태산의 모습은 '철인'을 방불케 한다. 과거 문일섭의 협박에 겁먹었던 장태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문일석조차 장태산의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는 눈치다. 처음 문일석은 장태산을 얕잡아보고 무시했다.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상대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태산이 여러 차례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급기야 디지털 카메라 속 증거로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상황이 되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루가 다르게 초인으로 성장하는 장태산, 그의 성장에는 이유가 있다. 그 밑바탕에는 사랑했던 연인 서인혜와 딸 서수진(이채미 분)이 있다. 유년시절 장태산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시궁창 인생을 살았다. 그런 장태산에게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서인혜의 존재는 희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시절 장태산이 가진 희망이란 약하디 약한 것이었다. 언제 깨질지 몰라 항상 불안한 그 무엇이었다. 당시 장태산은 서인혜를 죽이겠다는 문일석의 협박에 굴해 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믿은 장태산의 사랑은 너무 가엾고 여렸다. 장태산의 희망은 어두운 현실을 뚫고 나오기에는 너무 약했다.

8년 후, 장태산이 출소한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유일한 희망이던 연인은 떠나고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날 같은 희망은 작은 기적을 낳았다. 장태산이 감옥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동안, 서인혜가 장태산의 딸을 낳아 기른 것이다.

장태산에게 있어 8살 딸 서수진의 존재는, '불안하고 약했던 남자'가 한 아이의 아버지로 성장함을 의미했다. 아버지가 된 장태산은 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아이를 살리겠다는 마음, 그 이유 하나로 어느 철인, 어느 특수부대원도 감히 해내지 못할 14일간의 탈주를 이어가고 있다.

장태산의 탈주가 무모함 속에서도 빛나는 이유는 부모 자식 산의 사랑이라는 숭고한 인륜을 위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투윅스> 장태산의 14일간의 탈주에서는 그의 이야기를 넘은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공통적인 성장담이 엿보인다. 어둡고 약했던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된 후, 어느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강하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아버지들의 삶도 <투윅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저마다, 극 중 문일석과 조서희(김혜옥 분)로 상징되는 불안한 현실과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그저 별 것 없고 약한 아버지들, 하지만 실상 그들은 초인이 되어 현실과 맞서고 있다. 자녀를 위한 무한 사랑, 자녀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