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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봄옷은 바깥구경을 며칠 못하고 옷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차가워지기도 합니다. 지난겨울 유난히 혹독했던 추위는 빙하가 녹아 해수온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기후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지금 기후변화는 남태평양에 잠기는 섬과 얼음 위를 위태롭게 걷는 북극곰으로 상징됩니다. 과연 그뿐일까요? <오마이뉴스>는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통계수치나 외국사례에서 벗어나 '우리의 기후변화'를 찾아보려 합니다. '굿바이 사계절'은 다른 세계에 살게 될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현수막으로 가방 만드는 '터치포굿'.
 마포구 대흥동 (주)터치포굿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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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낮 12시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의 한 사무실, 신선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두부샐러드와 도토리묵밥, 계란말이 등으로 채워진 탁자에 여덟 사람이 모였다. 그 주의 식사당번인 김상희(29)씨와 이보영(27)씨가 준비한 밥상이었다.

- 이것도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든 샐러드인가요?
"원래 쌈 채소랑 딸기, 토마토, 고추 등을 키웠는데 다 따먹어서 이 샐러드 재료는 마트에서 샀어요.(웃음) 한동안은 상추랑 치커리를 엄청 먹었고, 심어뒀던 부추로 부추전도 만들어 먹었어요. 지금은 바질 같은 허브류만 남았고, 땅콩이랑 고구마, 감자는 키우는 중이에요."

노유경(31)씨가 말했다.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Touch for Good)'에서 일하는 유경씨는 사무실 옆 공간에서 동료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몇 년 전부터 회사 사람들은 '도시 농부'가 됐다. 사무실이 옥상에 위치한 덕분이었다. 도시의 햇살과 공기, '불량 가방' 화분은 상추, 땅콩, 토마토, 딸기 등이 자라기에 충분했다.

 현수막으로 가방 만드는 '터치포굿'.
 현수막으로 만든 화분에서 각종 먹거리가 자라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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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가방' 화분에서 식물을 키운다? 터치포굿은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곳이다. 박미현(30) 대표는 동료 두 명과 함께 2008년 10월 회사를 세웠다. 그 전까지 박 대표는 걸스카우트에서 일했다. 캠핑 같은 야외 행사가 많았고, 매번 현수막을 수백 개씩 사용했다. 박 대표는 "대개 몇 년 치를 모아서 한꺼번에 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현수막이 불필요하게 많이 쓰이는데,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던 박 대표는 문득 폐현수막을 활용해 가방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려지는 물건을 재활용, 가치 있는 것으로 거듭나게 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재능기부 공모전을 준비했지만 '이건 공모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여겨 목표를 '창업'으로 바꿨다. 2009년 2월, 첫 가방이 나오면서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든다'는 꿈은 현실이 됐다.

회사 목표는 '없어지기'... "현수막 문제 해결하려고 만들었으니까"

 현수막으로 가방 만드는 '터치포굿'.
 폐현수막으로 가방을 만드는 (주)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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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포굿'이란 회사 이름은 '버려지는 것들을 솜씨 있게 좋은 제품으로 만들고, 좋은 가치를 담아 사람들의 마음에 닿고자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사실 폐업을 꿈꾸는 이상한(?) 사장님이다. 터치포굿은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자신들을 '없어지고 싶은 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매출은 연 200%씩 뛰고, 직원 수가 10명으로 늘어날 만큼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고, 올해 서울시 환경상 대상을 받을 정도로 회사는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언젠가 터치포굿이 문을 닫기를 바란다.

"처음부터 생각한 문구예요. 현수막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회사니까, 현수막이 더 이상 안 쓰이는 게 우리 목표죠. 우리가 지속할 수 있도록 (현수막) 문제가 계속 있기를 바라진 않아요."

박 대표는 현수막이 불필요하게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행사로 '선거'를 꼽았다. 그는 "지난 대선 때는 (후보들이) 일주일에 1번씩 현수막을 바꿀 정도로 과다하게 쓰였다"고 말했다. 그해 국회의원선거 역시 만만찮았다. 2012년 4월 사단법인 '자원순환사회연대(이사장 김재옥)은 19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1092명이 읍·면·동에 하나씩 현수막을 설치한 것으로 가정하고 그 숫자를 추정해봤다. 결과는 1만 4100개였다.

무게만 21톤에 달하는 이 현수막들을 소각 처리한다면 그 비용만 28억 원에 달한다. 터치포굿에 따르면, 보통 현수막 하나로 가로·세로 각각 30~40cm정도인 에코백을 3개씩 만들 수 있다. 19대 총선에 쓰인 현수막만 따지면 에코백 4만 2300개에, 28억 원이란 막대한 비용이 불과 함께 사라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터치포굿을 환경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버려지는 자원을 실용성 있는 제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데 선두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터치포굿 사람들에게 '친환경'은 회사 특성만이 아니라 '생활'이다. 박 대표와 직원 10명은 안 쓰는 전기제품 전원 끄기, 표백 안 한 중질지 쓰기 등 소소한 습관을 바꾸려고 힘쓰고 있다. 그 노력을 더 즐겁게, 다함께 하기 위해 '먼스포굿(Month for Good)'이란 사내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신입 직원들끼리 '친환경 습관을 갖자'며 시작한 먼스포굿은 곧 회사 전체로 퍼졌다. 터치포굿 사람들은 손수건·텀블러·에코백 쓰기,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이 몸에 밸 수 있도록 1~2달 간격으로 과제를 정해 실천한다. 직원들은 각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증거'를 남기고, 또 일반 시민의 참여를 꾀하기 위해 실천하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touch4good)에 올린다.

박 대표는 "회사가 사회적 기업이고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곳이니 아무래도 (실천하는 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한때 (가방) 지퍼 등은 왜 재활용을 안 하냐는 얘기를 듣기도 해서 연구 끝에 손잡이 부분은 잡사(쓰다 남은 것들을 모아서 만든 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량품을 텃밭용 화분으로 써본 경험은 '가든포굿'이란 제품을 낳았다. 이때에도 흙을 담을 때 어떤 비닐을 써야할지, 다 쓴 제품은 어떻게 처리하도록 해야 할지 등등 고민은 이어졌다.

그러나 터치포굿 사람들에게 '친환경'은 나아가려는 방향일 뿐, 의무나 강요는 아니다. 박 대표는 "보통 친환경적 생활을 무언가 '포기'하는 일로 생각하는데,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수막으로 가방 만드는 '터치포굿'.
 '터치포굿' 직원들이 폐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을 하나씩 들어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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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새 펜 안 쓰기... 친환경, 각자 할 수 있는 일 해야"

"저는 개인적으로 액세서리를 좋아해서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 대신, 포기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을 더 생각해봤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펜을 많이 사서 집 책상 서랍 하나 가득 있더라고요. 2007년 여름부터 '이걸 다 쓴 다음에 새 펜을 사자'고 다짐해서, 올 여름까지 실천 중이에요. 쓰다보니까 다 쓰게 되고, 막판에는 재밌더라고요. 제가 하는 걸 본 직원 중에 동참하는 사람도 있어요. 아인씨! 얼마나 됐지?"

"펜 안 산 지 6개월째예요."

옆에 있던 마아인(27)씨가 답했다. 박 대표는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한 직원이 회사를 그만 두면서 '저는 종이컵의 질감을 참 좋아하는데, 여기선 (종이컵을 쓰면)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며 "매우 안타까웠고, 이후 먼스포굿을 시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회사 안에서 친환경 때문에) '해야 돼'라고 하는 일은 '현수막은 절대 안 된다' 말고는 없다"고 덧붙였다.

- 사실 회사 차원에서 친환경 생활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동기가 없어서 아닐까요? 진짜로 이걸 해야 할. 저희도 현수막 빼고는 모두 강제성이 없어요. 먼스포굿을 하기 전에는 각자가 친환경 생활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습관을 들이는 시간을 갖곤 했는데, 좀 더 동기를 제공하고 재미있게 하길 원해서 먼스포굿을 택했어요."

그는 "뭐든지 하나씩 시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손수건이든 텀블러든 결국 습관을 바꾸는 문제다. 박 대표는 "천천히 길게 봐야 한다"며 "하나를 시도해서 완벽하게 몸에 배면, 다른 것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터치포굿 사람들은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없어지길 바라는 회사'라는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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