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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오른쪽)이 2일 오전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국회 예결위회의장에 입장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다가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반대 유인물을 전달한 뒤 목례하고 있다.
▲ 민주당 대표에 고개숙인 진보당 의원... 왜?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오른쪽)이 2일 오전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국회 예결위회의장에 입장하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다가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반대 유인물을 전달한 뒤 목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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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동료 의원들에게 직접 편지를 썼다. 회의장 앞에 가서 유인물도 나눠주고 손도 잡으면서 매달렸다. 국회 방호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이면서 피켓을 들고 소리도 질러봤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온갖 야유에도 마이크를 놓지 않고 간절히 호소했다. 급기야 곡기를 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야당 동료 의원들은 매몰찼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야당에) 덧씌워졌던 종북 이미지를 벗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2일 오전 국회의 모습이었다.

결국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내란 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보고가 이뤄졌다. 이 의원은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당하게 적법절차에 응하겠다"는 말만을 남긴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석기 체포동의안 총력저지 나선 진보당, 그러나...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에 따라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되며,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이 의원이 바지춤을 올리며 회의장을 뜨고 있다.
▲ 바지춤 올리는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국회법에 따라 이 의원 체포동의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되며,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날 본회의에 참석한 이 의원이 바지춤을 올리며 회의장을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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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진보당은 그야말로 사력을 다했다. 우선 당사자인 이석기 의원이 앞장 섰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사무실 직원들을 통해 국회 의원회관 내 야당 의원실에 '친전(親展)'이라고 도장이 찍힌 서류를 전달했다. 자신의 '내란음모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편지였다.

오병윤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 앞으로 몰려갔다. 의총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원포인트 국회'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원포인트 국회'는 특정 사안을 위해 일시적으로 열리는 국회 본회의를 뜻한다.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안건이 대상이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의 손을 잡으며 "본회의 자체가 열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번 사안(이석기 체포동의안)만 갖고 원포인트 본회의가 열리는 것은 좀 막아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김재연 의원과 김미희 의원은 "'내란음모'가 아니라 사상검증·마녀사냥입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내밀었다.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한 총 3페이지 분량의 문건이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실체적 진실과 내란음모를 둘러싼 법리공방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조차 없이 연일 체포동의안 처리를 운운하고 있다"며 "체포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내란음모인데 내란음모 혐의는 오간 데 없고 '종북', '친북' 의원은 안 된다는 전형적인 사상검증 마녀사냥이 재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각,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는 진보당 전국지역위원장단의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이미 국회 방호원 50여 명이 기자회견을 막기 위해 계단 위를 선점했다. 진보당은 이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어렵사리 기자회견을 열수 있었다. 이들은 "남북정상대화록마저 NLL포기라고 왜곡, 날조해 야당과 국민을 농락했던 국정원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정희 대표는 이날 본회의 시작 직전 국회 로비에 자리를 깔고 앉아 "체포동의안 처리시도를 중단하라"며 단식을 시작했다.

2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통합진보당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 조작 규탄 및 체포동의안 원포인트 본회의 반대'를 위한 전국지역위원장 긴급기자회견이 열리자, 국회 방호원들이 당원들 사이에 끼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 통합진보당 기자회견에 긴장한 국회 방호원 2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통합진보당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 조작 규탄 및 체포동의안 원포인트 본회의 반대'를 위한 전국지역위원장 긴급기자회견이 열리자, 국회 방호원들이 당원들 사이에 끼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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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분명히 선 긋고 가자" 단호

진보당의 이러한 노력에도 민주당내 기류는 싸늘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굳은 얼굴로 진보당 의원들과 악수하는 대신 나눠주는 유인물만 받거나 일부 의원은 유인물마저 거절한 채 회의장에 들어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병윤 원내대표가 내미는 손을 어쩔수 없이 잡기는 했지만, 그의 호소는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돌린 채 급히 회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특히 김 대표는 의총 인사말에서 헌법가치 부정세력과의 결별을 강조하며 체포동의안 찬성 기조를 시사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이다. 과거 낡은 사고와 극단주의적 사고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과 단호히 결별, 맞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 역시 "이번 공안 사건에 대한 지도부 입장은 국민상식과 시민의식에 기초해 법이 정한 원칙과 합리적 상식에 따라서 하겠다는 것"이라고 체포동의안 처리 의지를 밝혔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도 이 의원의 비밀회합 강연내용 등이 국민 상식과 헌법의 수용 범위를 넘어선 만큼 국회법에 따라 단호히,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생각보다 강경한 분위기였고, 참석자들이 (현 상황을) 대단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종북 논쟁에서 벗어나, 종북 이미지를 극복하는 계기로 삼자는 의견이 완고했다"고 설명했다.

안규백 의원도 "법리적 판단보다는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현 상황에서 (진보당과) 분명히 선을 긋고 가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석기 의원을 '재앙 덩어리'로까지 표현한 김영환 의원은 "국회는 사법부와 행정부가 법적 요건을 갖춰 요청하는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민주당내 강경 분위기에 힘입어,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됐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다시 열어 체포동의안을 표결로 처리해야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진보당과 국정원의 주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도 나왔다. 박범계·전해철·문병호·이종걸·은수미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제기된 사건과 관련 적법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판단할 자료가) 언론에 보도된 것 밖에 없어서 국회 법제사법위와 정보위를 열어서 보고를 받고 72시간 이내에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각 상임위 간사를 통해 법사위와 정보위의 소집을 요청했다. '이석기 사건'을 말끔히 털고 가기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해석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이석기 체포동의안 처리 막아야" 이정희 단식농성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중단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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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내 강경 기류가 확산된 것은 이날 오전에 공개된 이석기 의원의 5·12 강연 녹취록 전문도 한 몫 했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미온적 반응을 보여온 당내 온건파 의원들마저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자, "더 이상 끌면 도매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것이다. 국회에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현미 의원은 "만일 (체포동의안) 처리를 늦추면 괜히 도매급으로 넘어간다"면서 "오늘 녹취록 전문을 읽고 깜짝 놀랐다. 설사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국회의원을 하거나 정당을 만들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추가 녹취록 해명 못 내놔... 궁지 몰리는 진보당

실제 진보당은 이석기 의원의 5·12 강연 녹취록 추가 공개 등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다. 진보당은 이날 오전 대변인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면서 국정원을 성토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지만, 정작 추가 녹취록 내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진보당 인사들에 대한) 100여 쪽에 이르는 구속영장에 '국정원 괴문서'를 빼면 영장에 남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5월 12일 모임에 참석했던 일부 인사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녹취록은 허위날조"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게 적당하다", "북한 핵무기가 뭐가 문제냐, 민족의 자랑이다",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 매뉴얼 공식도 떴다" 등 이 의원 발언이 담겼다고 보도된 추가 녹취록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 5월 12일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모임에 참석했던 통합진보당원인 김미라 성남 분당구 위원장, 백현종 부천 원미갑 위원장, 신정숙 중앙당 대의원, 정용준 안산 상록갑 사무국장, 최영희 고양 일산시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월 12일 모임은 RO회합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소집한 정세교육과 토론 자리였고 RO라는 조직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국정원이 지어냈다"며 "그날 모임이 무슨 '조직 회합'이었다는 국정원 주장은 터무니 없는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회견을 마친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홍성규 대변인과 함께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궁지 몰린 진보당원, "RO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 지난 5월 12일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모임에 참석했던 통합진보당원인 김미라 성남 분당구 위원장, 백현종 부천 원미갑 위원장, 신정숙 중앙당 대의원, 정용준 안산 상록갑 사무국장, 최영희 고양 일산시 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월 12일 모임은 RO회합이 아니라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소집한 정세교육과 토론 자리였고 RO라는 조직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국정원이 지어냈다"며 "그날 모임이 무슨 '조직 회합'이었다는 국정원 주장은 터무니 없는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회견을 마친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홍성규 대변인과 함께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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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인 이 의원 역시 이날 본회의 참석 직전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전체 말의 기조 그리고 분위기가 중요한데, (국정원이) 몇몇 단어를 짜깁기해서 교묘하게 조작했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진보당은 "범죄 입증 책임은 국정원에 있다"는 입장을 강변하고 있지만, 추가 녹취록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여론의 악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민주당에 이어 정의당까지 잇따라 등을 돌리면서 진보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 모양새이다. 한 때 같은 당이었다가 분리된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열린 상무위원회-의원단 긴급 연석회의에서 "지금까지 공개된 사실들이 다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이는 국민들의 분노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정치적 책임을 우선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라고 이석기 의원을 압박했다.

심상정 원내대표 역시 "낡고 위험한 시대착오 세력과 정권 위기마다 색깔론을 휘둘러온 수구세력 양 극단을 우리 사회에서 구별해야한다"면서 "대한민국이 민주공동체로 거듭나길 바라는 국민과 당원의 뜻에 따라 체포동의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녹취록을 읽어봤더니) 날조한 소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의 해명은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진보당을 비판했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트위터에 "이(석기) 의원 쪽도, 국정원도 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태그:#이석기 체포동의안, #이석기 녹취록, #내란음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국정원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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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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