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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붐이다. 작년말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진 이후 더욱 또렷하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이미 수천여개의 협동조합이 세워졌고, 준비중이다. 특히 경기침체기 일자리 만들기의 새로운 경제모델로 떠오르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010년부터 협동조합 모델을 주목해왔다. 이후 이탈리아 볼로냐와 캐나다 퀘벡주 등의 해외와 국내 사례를 심층적으로 다뤘다. 이번엔 국내 대표적인 소비자협동조합인 iCOOP(아이쿱) 협동조합 조사여행단(단장 이희한)에서 캐나다 협동조합의 원조격인 서스캐치원을 방문해 그들의 모습을 전하려 한다. [편집자말]
 캐나다 협동조합 가운데 최대의 도매 매출을 올리는 FCL이 소유하고있는 정유공장 모습.
 캐나다 협동조합 가운데 최대의 도매 매출을 올리는 FCL이 소유하고있는 정유공장 모습.
ⓒ iCOOP생협 캐나다 협동조합 조사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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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50억 리터의 기름을 정제할 수 있는 정유공장까지 가진 협동조합이 있다고? 그렇다. 석유화학 사업은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이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나라마다 일부 거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실상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갓 협동조합 발걸음을 띤 우리나라 협동조합에선 꿈같은 일이지만 현실이다. 캐나다 서부 서스캐처원 주(州)에 가면 볼 수있다. 서스캐처원의 새스커툰에 본사를 둔 도매협동조합인 에프씨엘(FCL, Federated Co-operative Limited)이 그 주인공이다. 

10조 원 매출의 거대협동조합기업으로 성장한 FCL

실제 우리는 새스커툰 시내 등지의 쇼핑타운에서 빨간바탕의 'CO-OP'(코옵, 협동조합을 일컫는 )이라고 씌여진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었다. FCL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다. FCL은 캐나다 서부 서스캐처원을 비롯해 매니토바, 앨버타,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4개 주(州) 소비자협동조합의 연합체다. FCL에 속한 협동조합만 235개에 달하고, 조합원 수는150만 명에 이른다. 매출액 기준으로 캐나다 500대 기업 가운데 5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 협동조합기업이다.

FCL은 주유소 뿐 아니라 식품과 건축자재, 농자재, 일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직원만 2만여 명이다. 그렇다면 FCL은 대자본이 필요한 정유사업까지 어떻게 직접 운영할 수 있었을까. FCL 정유사업부의 그레그 렙 상무는 "초기 협동조합 1세대부터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사업을 꾸준히 이어받아 조금씩 사업을 성장시켜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웃으면서 "어쩌면 조상 덕이 크다"고 말했다.

 캐나다 서부 서스캐처원주의 새스커툰 시내 주유소. 캐나다의 대표적인 도매협동조합인 FCL이 운영한다. FCL은 아예 정유공장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캐나다 4대 정유업체로 성장했다.
 캐나다 서부 서스캐처원주의 새스커툰 시내 주유소. 캐나다의 대표적인 도매협동조합인 FCL이 운영한다. FCL은 아예 정유공장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캐나다 4대 정유업체로 성장했다.
ⓒ iCOOP생협 캐나다 협동조합 조사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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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상무가 언급한 '조상의 덕'을 살펴보려면 19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당시 주민들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농업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들은 밀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비료부터 종자와 농자재 등을 협동조합을 통해 조달했다. 이어 농기계를 움직이기 위해선 석유가 필요했고 결국 소규모로 정유사업까지 시작하게 된 것이다.

80여년이 지난 정유사업은 3배 이상 성장했다. 또 FCL 안에서도 중요한 사업이 됐다. 매출이나 이익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한마디로 효자 사업인 셈이다. 작년 FCL 전체 매출은 88억3000만 캐나다달러(우리돈으로 약 10조 원)였다. 이 가운데 62억4000만 달러가 정유사업에서 나왔다. 전체 매출의 70%에 달한다.

FCL은 서스캐처원의 주도인 리자이나 외곽에 거대한 기름 저장소를 짓고 있다. 하루 50억리터의 기름 정제능력을 가지고 있는 정유공장에서 다른 지역으로 보다 쉽게 석유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저장탱크가 완공되면 다른 일반 사기업인 정유회사와의 경쟁에서도 앞서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CL의 도전, 조직문화 혁신에 나서다

 쿱 주유소를 이용하는 조합원에게 리터당 75센트를 되돌려준다는 내용.
 쿱 주유소를 이용하는 조합원에게 리터당 75센트를 되돌려준다는 내용.
ⓒ iCOOP생협 캐나다 협동조합 조사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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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협동조합기업으로 성장한 FCL에게도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속에서 혁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난 2011년 30년동안 경영을 책임졌던 최고 경영자가 바뀌었다. 최고경영자로 스코트 반다가 취임하면서 조직혁신이 진행됐다. FCL 내부에 '조직개발부'까지 만들어졌고, 예전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던 의사결정 방식도 변하게 됐다. 아래로부터 의견을 모으면서 보다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FCL 빅 휴어드 부회장은 "특히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분기별로 본부 사내식당에서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갖고 있다"면서 "이 자리에는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했다.

또 FCL 본사 건물 곳곳에는 세가지 경영가치를 씌여져 있었다. '진실성과 우수성, 그리고 책임성'이다. 이같은 글귀는 FCL 직원들이 갖고 다니는 명함 뒷면에도 그대로 씌여 있었다. FCL의 3대 경영가치는 4개월여 걸쳐 직원과 소비자들에게 직접 설문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휘트풀의 몰락, 반면교사를 삼다

FCL의 이같은 혁신에는 예전 대형 농업협동조합이었던 휘트 풀의 실패가 바탕에 깔려있다. 초창기 협동조합의 지녔던 가치와 민주적인 운영방식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협동조합 기업으로서 유지, 발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일반 사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동조합 자체의 혁신도 필요했다.

이 때문에 FCL 역시 기존의 단순한 사업 전략과 이외 조합원 참여를 보다 활성화하는 등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다국적 대형 마트의 도전이 거센 식품사업 분야에서 소비자의 특성과 생협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 좋은 예다.

이와함께 협동조합 기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난 10년동안 10억 캐나다 달러(약 11조원)을 재투자하고 있다. 협동조합 자체 뿐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의 교육에도 투자가 진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3년동안 각 지역마다 조합원 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FCL이 내세운 목표는 단순하다. "소비자협동조합의 장점을 세계적인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10조 원 매출의 거대 협동조합 기업으로 성장한 FCL. 거대 다국적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휘트 풀의 전철을 밟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스커툰 시내에 본사를 둔 FCL 모습.
 새스커툰 시내에 본사를 둔 FCL 모습.
ⓒ iCOOP생협 캐나다 협동조합 조사여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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