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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주민센터 입구에 걸린 현수막
▲ 현수막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주민센터 입구에 걸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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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보>의 저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고은(80) 시인이 경기도 수원시민이 됐다. 수원시는 광교산 자락인 상광교동에 생태박물관이나 전시장 용도로 사용하려 매입해둔, 옛 이안과 원장의 개인주택을 리모델링해 고은 시인이게 제공했다. 광교산 자락에 있는 이 집은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265㎡ 규모로 서재와 작업실, 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체류하며 문학축제 참가, 강연, 북 투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 귀국한 고은 시인은 그동안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만정리 대림동산 전원주택단지에서 30여 년째 거주하며 창작활동에 전념해왔다. 고은 시인은 인문학 도시 구현을 목표로 하는 수원시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지난 19일 수원시 장안구 상광교동(행정동 연무동)으로 이사했다.

수원시 인문학 도시 구현에 박차

수원시는 그동안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명성을 떨친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계의 대부인, 고은 시인을 모셔오기 위해 적극 나섰었다. 고은 시인은 끈질긴 수원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원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고사를 해왔던 터.

19일 수원으로 자리를 옮긴 고은시인은 지난 20일 부인과 함께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아, 공연관람 후 가진 리셉션 현장에서 "오랫동안 살며 정들었던 안성을 떠나는 일이 쉽지 않아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수원에서 새로운 삶과 문학을 시작하게 돼 기쁘다"며 그동안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로써 수원시는 인문학 도시 구현을 추구하는 품격 있는 문화예술도시로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수원시의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특구를 지정하고, '고은문학관' 건립 등 인문학적 이미지를 갖춘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전했다.

고은 시인 홍성관 수원시 장안구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연무동 주민센터로 들어서고 있는 고은 시인
▲ 고은 시인 홍성관 수원시 장안구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연무동 주민센터로 들어서고 있는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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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승려생활도 한 고은 시인

고은(본명: 고은태(髙銀泰), 1933년 8월 1일 ~ )시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참여시인이자 소설가이다. 전라북도 옥구 출생으로 호는 '파옹(波翁)'이며 본관은 제주이다. 전북 군산고등보통학교 4학년을 중퇴하였다. 한국 전쟁 시기였던 1952년 일본 조동종의 군산 동국사에 출가하여, 중장 혜초로 부터 '일초(一超)'라는 법명을 받고 불교 승려가 되었다.

1958년 조지훈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폐결핵>을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1960년대 초에 본산(本山) 주지, 불교신문사 주필 등을 지냈으며, 1960년 첫 시집인 〈피안감성〉을 출간하고 1962년 환속하여 본격적인 시작활동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동안 발간한 고은시인의 시집으로는 <피안감성(1960)> <해변의 운문집(1964)> <신 언어의 마을(1967)> <새노야(1970)>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1974)> <부활(1975)> <제주도(1976)> <고은 시선집(1983)> <시여 날아가라(1987)> <너와 나의 황토(1987)> <대륙(1988)> <만인보(萬人譜)(연작: 1986 ~ 2010년 4월 9일)> <독도(1995)> <허공(창비, 2008)> 등 많은 시집과 소설, 에세이집 등이 있다.

고은 시인 고은 시인이 민원 담당자 앞에서 전입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 고은 시인 고은 시인이 민원 담당자 앞에서 전입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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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문학적 위상 높아져

고은 시인은 29일 오전 11시 15분 경, 비가 뿌리는 가운데 홍성관 장안구청장의 안내를 받아 연무동 주민센터에 들어섰다. 연무동 주민센터 입구에는 '고은시인, 행복한 연무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있다. 고은시인이 입구에 들어서자 연무동 여직원이 꽃다발을 드렸으며, 곧 이어 전입신고를 마쳤다.

수원시인협회 김우영 회장은 고은시인이 수원시민이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고은 시인은 그동안 노벨문학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이 자주 거론 되었던 우리 문학계의 큰 별이다. 이런 분이 수원시민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으로서는 큰 힘을 얻었다. 앞으로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고 하면, 수원은 문학사에 길이 빛날 도시로 명성을 얻을 것이다."

고은 시인 고은 시인이 전입신고서를 담당 여직원에게 제출 하고 있다
▲ 고은 시인 고은 시인이 전입신고서를 담당 여직원에게 제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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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文義(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다다른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이 세상의 길이 신성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달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小白山脈(소백산맥)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빈부에 젖은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고 서서 참으면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文義(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무덤으로 받는 것을.
끝까지 참다참다
죽음은 이 세상의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지난여름의 부용꽃인 듯
준엄한 정의인 듯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文義(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민음사(1974)에서 펴낸 고은 시인의 다섯 번 째 시집에 수록된 '문의 마을에 가서'라는 시이다. '문의마을에 가서'는 친구의 장례식에 참가했던 시인이 자신의 심경을 시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이 시는 고요하고 적막한 겨울 마을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순간의 감성을 서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시인의 시 100선 중에 포함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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