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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말한다.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서 맛있는 간식으로 유혹한다거나 집까지 차로 태워주겠다고 말하면 거절하고 도움을 청하라고. 범죄로부터 취약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벌어진 많은 사건들을 접한 대부분의 어른들이 흔히 하게 되는 충고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알고있는, 아이들에게 말해주던 그런 말들이 사실 잘못된 생각이었다면 어떨까? 사실 '낯선 사람'이 '죄없는 순수한 아이들'을 상대로만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그저 우리의 편견에 불과하다면?

로빈 삭스의 책 <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는 바로 그런 사회의식과 문제점을 꼬집는다. 더불어 법의 한계와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충고도 담겨있다.

아동 성폭력의 불편한 진실, 문제는 '낯선 사람'이 아니다

 <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의 표지.
 <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의 표지.
ⓒ W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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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의 저자 로빈 삭스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찰청 검사로 일하면서 아동 성폭력 사건을 맡아온 사람이다. 현재는 UCLA 대학과 LA경찰국 등 각종 기관에서 형사정책과 범죄학을 강의하며 Fox11·NBC·ABC 등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성범죄 사건 관련 분석전문가로 활동중이다.

10년 동안 아동성범죄를 전담한 검사로서 그녀는 미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동 성폭력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아동성범죄가 결코 '낯선 사람'에 의해서만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책에 인용된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아동 성폭력의 93%는 피해자가 이미 알고있던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것. 친근하고 신뢰하기에 접근이 쉬웠던 가족·선생님·친지·코치·이웃사촌 등이 주된 가해자라는 이야기다.

바꿔서 말하면, 가해자 중 10명 중 9명이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심지어 양부모, 혹은 친부모에 의해 아동에 대한 성폭력이 벌어지기도 한다.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지만, 외면하지 말고 인정할 수 있어야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고 로빈 삭스는 말한다.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말은 곧 "친한 사람은 의심없이 믿어도 된다"는 뜻으로 아이들에게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험으로 몰아가는 편견은 이 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성범죄의 피해대상이 되는 아동들은 '착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의 바른 어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이는 곧 술담배나 가출을 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당해도 싸다', '다 그럴 만하니 당한 것 아니냐'라는 가혹한 말을 듣게 되는 악영향을 낳게 된다. 아이의 상태가 어떠하든 보호받아 마땅하고, 성인으로부터의 폭력에 저항하기 힘든 존재라는 것을 쉽게 망각해버리는 것이다.

자녀를 둔 부모들을 위한 '성폭력 예방 지침서'

<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는 아동 성폭력 사건들을 열거하지만, 보고서 형식이라기 보다는 아동 성범죄의 발생과 기소·재판과정을 포함한 정보를 담은 '예방 지침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은 단어 뿐만 아니라 상황과 과정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성범죄 전담반이 의사와 간호사·상담가·형사·검사를 포함한 '팀'으로 구성되어 움직인다는 사실과 그 이유가 '피해아동이 똑같은 진술을 수차례 반복하며 거듭 상처입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 성범죄와 범죄자들의 유형, 다양한 아동 성범죄와 재판의 예시, 사건 발생 이후의 면담과 재판과정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저자 로빈 삭스는 부모들에게 마치 충고하려는 듯하다. 책에는 자녀가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미 범죄를 당한 경우에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해야(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조언들이 나와있다.

저자는 "부모가 지나치게 사건 수사에 개입하려 들거나, 반대로 너무 무관심한 경우에 아이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껴 증언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자녀가 당한 일로 슬퍼하거나 분노하는 반응은 당연하지만, 그러한 감정표현이 자녀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넌 잘못이 없어, 너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너에게 이런 짓을 한 사람에게 화가 난 거야"라고 설명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인다. 자신이 겪은 일로 아이가 스스로를 심하게 자책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동 성폭력 전담검사의 증언 "인식과 제도의 변화 필요해"

저자 로빈 삭스는 미국에서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소녀들의 20%, 소년들의 17%가 성폭력 피해를 겪는다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2분당 한 건 꼴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중 3분의 2는 아동이 피해자라고도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야한 옷차림'이 주된 범행동기가 아니라 선생님이나 부모·코치 같은 권력관계에서 아동을 손쉽게 통제하려는 욕구가 더욱 큰 원인이라고도 지적한다. 그래서 아이가 자신감이 없는 경우, 가해자는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아이와 친분을 쌓으며 범행을 계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저자는 "한 걸음씩 변화를 이루기 위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아동 성폭력은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기에 개인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되며,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범죄자들을 등록하여 인터넷에 정보를 공개하는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모두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책에는 부록으로 한국의 아동 성폭력 상담기관과 지원센터·아동보호기관에 대한 정보가 지역별로 자세하게 나와있다. 한국에서도 아동 성폭력은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가정이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라는 전담검사 출신 로빈 삭스의 이야기는, 이 땅의 모든 어른들이 새겨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양의 탈을 쓴 늑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첫걸음은,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들지 말고 대화하고 소통하라"는 저자의 충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 (로빈 삭스 씀 | 김한균 옮김 | W미디어 | 2013.08. | 1만5000원)



누가 양의 탈을 쓴 늑대일까?

로빈 삭스 지음, 김한균 옮김, W미디어(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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