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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찾아간 전남 나주의 죽산보. 23, 24일 내린 비로 수심이 올라간 영산강은 죽산보를 지나쳐 마치 댐 수문을 연 것과 같이 녹조가 섞인 폭포를 쏟아냈다.
 27일 찾아간 전남 나주의 죽산보. 23, 24일 내린 비로 수심이 올라간 영산강은 죽산보를 지나쳐 마치 댐 수문을 연 것과 같이 녹조가 섞인 폭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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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의 죽산보는 '녹조 폭포'를 토해냈다.

27일 찾아 간 전남 나주의 죽산보.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23, 24일 내린 비로 수심이 올라가 있었다. 이 때문에 마치 댐의 수문을 연 것처럼 보는 물을 쏟아냈다. 보의 콘크리트는 녹색 페인트를 칠한 것 같았고, 콘크리트를 지난 물줄기는 녹색 빛이 진해졌다. 역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죽산보 주변에선 하수구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바람이 강하게 불수록 냄새는 짙어졌다.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아래 4대강 검증단)과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이 27일 목격한 죽산보의 모습이다. 4대강 검증단에 속한 황인철(40) 녹색연합 4대강현장 팀장은 "수질이 굉장히 안 좋고, 녹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물 색깔이 저렇게 녹색으로 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계절의 영향으로 물 색깔 강도가 시각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영산강 죽산보의 녹조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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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보 클로로필-a 농도, 4대강 중 최고

사실 녹조 폭포를 발견하기 전까지, 육안으로 보기에 죽산보의 녹조 현상은 심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녹조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기자의 말에 이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은 손을 내저었다. "지난주 비가 와 녹조가 일시적으로 쓸려 내려갔다"는 것. 오병윤 의원 측 관계자는 19일 찍은 사진을 내보였다. 사진에는 죽산보에서 뜬 일명 '녹조 라떼'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환경부에서 내놓은 죽산보의 조류 농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22일 측정한 죽산보의 클로로필-a는 205.2㎎/㎥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한강(21일), 낙동강(21일), 금강(20일) 중에서 죽산보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한 곳은 없었다. 죽산보 외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금강의 세종보도 101㎎/㎥에 불과했다. 클로로필-a는 물 속의 식물 플랑크톤 세포에 분포하기 때문에 조류 농도의 지표로 삼는다.

클로로필-a와 함께 조류 농도의 지표로 사용되는 남조류 세포수 역시 죽산보는 20400cells/㎖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한강(21일), 낙동강(21일), 금강(20일)과 비교했을 때 최상위권이다.

19일 영산강 승촌보(왼쪽)와 죽산보의 상태.
 19일 영산강 승촌보(왼쪽)와 죽산보의 상태.
ⓒ 오병윤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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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로필-a 농도 15㎎/㎥ 이상, 남조류 세포수 500cells/㎖ 이상이면 조류주의보가 발령된다. 클로로필-a 농도 25㎎/㎥ 이상, 남조류 세포수 5000cells/㎖ 이상이면 조류경보, 클로로필-a 농도 100㎎/㎥ 이상, 남조류 세포수 100만cells/㎖ 이상이면 조류대발생 경보가 발령된다. 발령은 클로로필-a 농도와 남조류 세포수가 모두 주의보 발령 기준에 연속 2회 해당되면 이루어진다.

황인철 팀장은 "클로로필-a가 200을 넘었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라며 "클로로필-a만 따졌을 때, 조류대발생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비가 온 후) 26일 다시 채수를 해 조사를 했더니 크로로필-a 농도가 2.7㎎/㎥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하천 체류시간이 길어져 문제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녹조가 발생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기여 정도를 결론지어 말하기엔 어렵다"며 "향후 기여 정도를 좀 더 연구하고 정부 평가단(국무총리실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 지칭)에서 이런 부분에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사 후 녹조 처음 봐... 물에서 썩은 내 풀풀"

당초 영산강의 경우 다른 강에 비해 4대강사업의 필요성이 힘을 얻었던 곳이다. 사업 이전부터 수질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박준영 전남지사는 2010년 3선에 당선된 직후 "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정부의 대운하와 연결 짓는 4대강 사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강변에 삶터를 둔 주민들이 수질개선 등을 간절히 바라는 만큼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영산강을 찾은 새누리당 재해대책위원은 "올해 영산강 승촌보와 죽산보의 녹조 현상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지난해 영산강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아래 BOD)이 5.0㎎/ℓ에서 3.6㎎/ℓ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4대강 중 가장 큰 폭이다.

하지만 지난 1월 나온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환경부의 발표가 영산강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실책이었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 건설로) 체류시간이 증가하게 되면 BOD 대신 화학적 산소요구량(아래 COD)으로 관리해야"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를 보면 "영산강은 상류에 대규모 댐 등 인위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4대강사업으로 보 설치에 따라 증가된 체류시간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잘 나타내고 있다"며 "4대강 사업 후 BOD는 모두 감소했음에도(1~18%) 난분해성 유기물을 포함하는 COD는 보 미설치 구간에서 다소 증가한(5~7%) 반면 보 설치구간에서는 크게 증가(41~42%)했다"고 나와 있다.

평생 영산강의 지류인 지석강에서 산 이영석씨가 27일 낚시를 하고 있는 동료를 바라보고 있다. 이씨는 "4대강 공사 이전엔 녹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평생 영산강의 지류인 지석강에서 산 이영석씨가 27일 낚시를 하고 있는 동료를 바라보고 있다. 이씨는 "4대강 공사 이전엔 녹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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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의 지류인 지석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이영석(62)씨를 만났다.

"앞전에, 그러니까 비오기 전에 내가 한 번 여그를 와 봤는디 말이여. 워메, 녹조가 싹 생겨서 썩은 내가 풀풀 나더랑께. 물이 다 썩어브렀더라고. 내가 여기 평생을 살았는디 전에는 녹조를 본 적이 읎어. 공사를 하니 녹조가 생기더라고. 전에는 붕어도 잡히고 쏘가리고 잡히고 혔는디 인자 베스 말곤 읎어."

이에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예전부터 지류에도 녹조 현상은 나타났다"며 "다만 강도, 빈도 수에 대해서는 지금 딱히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승촌보 앞 곳곳 수심 이상... "파이핑 현상 의심"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왼쪽)과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27일 광주 남구의 승촌보 현장답사를 마치고 보트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왼쪽)과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27일 광주 남구의 승촌보 현장답사를 마치고 보트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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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검증단은 이날 광주시 남구의 승촌보 앞 수심 측정을 위해 보트에 오르기도 했다. 보 구조물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보트를 타고 30여 분간 승촌보 앞을 조사한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 앞 중간중간에 다섯 군데의 수심이 10m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승촌보 앞 수심이 5m임을 고려했을 때 보 앞 콘크리트 바닥 일부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박 교수는 "파이핑 현상"을 의심했다. 파이핑 현상이란 흙 속에 파이프 모양의 물길이 형성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부실시공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박 교수는 "(보 앞 다섯 군데에 수심이 10m 이상인 것이) 어떤 현상에 의한 것인지는 향후 정밀조사를 해야겠지만 다른 강의 사례와 비교했을 때 파이핑 현상이 의심된다"며 "어떤 현상이든 간에 수심이 많이 파였다는 것은 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로 보가 붕괴될 정도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는 건 아니지만 상시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승촌보는 지난해 3월 보 바닥 보호공 유실 및 수직이음부 충진재 탈락, 지천 합류부 하상보호공 일부 유실 등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발견돼 이미 한 차례 보강공사가 이뤄진 바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27일 광주 남구의 승촌보 현장답사를 한 뒤 기자들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27일 광주 남구의 승촌보 현장답사를 한 뒤 기자들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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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와 함께 보트를 타고 둘러 본 오병윤 의원은 "보 앞 수심의 일부가 10m를 넘은 것을 보니 세굴이나 파이핑 현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며 "정기국회가 열리면 바로 '4대강사업 진상조사 및 4대강 생태계 복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이 제출할 법안은 대통령 직속의 4대강 복원위원회를 꾸려 2년 동안 활동, 4대강 복원을 위한 중장기 종합대책을 세운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이날 4대강 검증단의 현장조사 결과를 두고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는 즉각 반발했다. 국토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산강 승촌보 하류의 세굴현상 주장에 대해 확인 측량한 결과(27일 오후, 수자원공사) 해당 지점에서 세굴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4대강 보는 보 본체를 암반에 설치하거나 파일 기초 위에 건설하고 치수용 쉬트파일을 설치하는 등 철저하게 치수를 고려하여 시공되어 파이핑이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 설치 후 기존 유수 흐름의 변화로 일부 하상 세굴(또는 퇴적)은 발생할 수 있으나, 일정 기간 경과 후에 안정된 하상을 형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4대강 검증단은 지난 8, 9일 각각 낙동강, 한강을 현장답사한 바 있다. 이들은 이날 영산강 검증에 이어 28일 금강으로 자리를 옮겨 답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공채6기 신입 기자들로 구성된 '독립편집국'에서 생산한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행복하게 일하는 회사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립편집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립편집국'은 오마이뉴스 모든 기자들이 뉴스게릴라본부(편집국)에서 독립해 1인 혹은 팀을 짜서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기획-취재-생산합니다.



태그:#4대강 검증단, #죽산보, #승촌보, #영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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