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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엠립 교외의 공터 야시장

2006년 캄보디아 시엠립(Siem Reap)에서는 중요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앙코르와트 유적지 일원에서 개최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입니다. 이 행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측이 기획하고 경상북도와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개최한 것으로 신라문화와 아코르문명을 바탕으로 국가브랜드이미지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였습니다.

2006년말부터 50일간(2006. 11. 21 ~ 2007. 1. 9) 개최된 그 행사장의 하나로 시엠립 교외 넓은 공터가 활용되었고 행사종료 6년이 지난 2013년 7월의 그 현장은 시엠립시민들이 즐겨 찾는 야시장으로 변해있었습니다.

'오래된 미래-동양의 신비(Ancient future-The Myths of the Orient)'를 주제로 2006년 시엠립 일대에서 개최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은 시엠립의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습니다. 그 행사장의 일부였던 공터는 현재 야시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동양의 신비(Ancient future-The Myths of the Orient)'를 주제로 2006년 시엠립 일대에서 개최된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은 시엠립의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습니다. 그 행사장의 일부였던 공터는 현재 야시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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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의 개최를 위해 시엠립에는 동서남북의 교외로 10km 남짓 가로등이 설치되었습니다. 이런 도시 외곽까지 밝히는 가로등 설치는 캄보디아 전역에서 유일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과 캄보디아 수교 10주년에 맞추어 개최된 이 엑스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상 처음으로 캄보디아 정부의 제의로 해외에서 개최된 행사입니다. 이 가로등도 당시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한국과 캄보디아 수교 10주년에 맞추어 개최된 이 엑스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상 처음으로 캄보디아 정부의 제의로 해외에서 개최된 행사입니다. 이 가로등도 당시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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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야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밤 8시의 야시장은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에 온가족을 태우고 물건을 사기위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피서를 겸한 야간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 야시장은 크게 볼거리가 없는 캄보디아 서민들에게 좋은 나들이 장소입니다. 시엠립 사람들에게 이곳은 밤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야시장은 크게 볼거리가 없는 캄보디아 서민들에게 좋은 나들이 장소입니다. 시엠립 사람들에게 이곳은 밤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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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에 다섯 식구 모두를 태우고 나들이를 나온 가장. 온 가족들이 모두 모인 저녁시간, 이곳 야시장은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오기 좋은 장소입니다.
 오토바이에 다섯 식구 모두를 태우고 나들이를 나온 가장. 온 가족들이 모두 모인 저녁시간, 이곳 야시장은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오기 좋은 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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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이 켜진 도로 양쪽 편에는 길게 노점들이 펼쳐져있습니다. 각종의류와 이불, 세제와 화장품 등 거의 모든 생활용품들이 노점에 진열되어있습니다.  

가로등이 있는 메인 도로 뒤쪽에는 먹을거리 장터가 펼쳐져있습니다. 포장마차 조리대에서 닭다리와 식용개구리다리, 해산물들이 즉석에서 구이로 조리되어 팔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접시에 골라 담아 주변에 깔아둔 돗자리에서 시원한 앙코르맥주 한 캔과 함께 야식을 즐깁니다.

이 청년이 구운 고기를 포장하는 포장재는 화학발포용기가 아니라 연잎입니다.
 이 청년이 구운 고기를 포장하는 포장재는 화학발포용기가 아니라 연잎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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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에 구워내는 각종 생선과 고기들은 그 냄새만으로도 나들이의 흥취가 돋습니다.
 숯불에 구워내는 각종 생선과 고기들은 그 냄새만으로도 나들이의 흥취가 돋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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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위에서 맥주를 즐기는 가족.
 돗자리위에서 맥주를 즐기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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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쪽의 공터에는 각종놀이시설이 아이들이나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관람차, 회전목마, 미니카 등이 어둠속에서 호객을 합니다. 그 옆으로는 다시 풍선 터트리기 게임을 하고 상품을 지급하는 가게들이 이어졌습니다.

해먹에 아이를 재우고 풍선을 갈아 넣는 풍선터트리기 가게 주인
 해먹에 아이를 재우고 풍선을 갈아 넣는 풍선터트리기 가게 주인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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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을 깁고 있는 신발장수

이 모든 풍경과 분위기는 수십 년 전 우리의 5일 장날을 밤으로 옮겨놓은 모습이었습니다.

야시장을 한 바퀴 돌고 다시 가로등 밝혀진 큰 길로 나갔습니다. 간격이 넓은 가로등 아래에 작은 비닐좌판을 벌인 모습들은 앙코르 유적을 통해서 확인한 크메르왕국의 웅장함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제게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색깔의 옷을 걸친 도로위의 마네킹, 옷걸이를 걸고 있는 공사장 비계 가설물 같은 행거들. 구구한 좌판들에 놓인 상품들만으로도 이곳의 군색한 살림들이 짐작되어 괜스레 애잔해졌습니다. 

좌판의 상품들에 다가가 보니 새 상품만이 아니었습니다. 취급품목의 적지 않은 양이 중고들이었습니다.  

옷가지뿐만 아니라 신발과 구두들의 태반은 중고였습니다. 그중에서 상태가 괜찮은 것은 짝을 맞추어 가지런히 놓였고 상태가 더 나쁜 것들은 그 옆에 무더기로 두어서 사람들이 비슷한 짝을 찾아 골라 살 수 있게 했습니다.

짝이 맞지 않는 중고 신발도 팔리고 있습니다.
 짝이 맞지 않는 중고 신발도 팔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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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신발들이 삐뚤빼뚤 놓인(진열된 모습만 보아도 신발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중앙, 가로등 아래에서 한 청년이 제가 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싹 다가갔을 때야 비로소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습니다.

주로 중고 슬리퍼를 팔고 있는 좌판
 주로 중고 슬리퍼를 팔고 있는 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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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와 얼굴이 마주치자 흰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습니다. 어두운 가로등 아래에서도 그의 웃음이 얼마나 순박한 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끈이 끊어진 신발들을 깁고 있었습니다.

끈 떨어진 슬리퍼를 깁다가 고개를 들고 제게 웃음을 짓고 있는 청년
 끈 떨어진 슬리퍼를 깁다가 고개를 들고 제게 웃음을 짓고 있는 청년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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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좌판 신발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재활용 박스에 넣기도 미안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이었습니다. 더구나 그의 옆에서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들은 도대체 이것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었습니다. 

"좀 편히 앉아서라도 작업을 하지…." 

좁은 가로등 기초콘크리트 모서리에 앉아서 무릎에 올려놓고 신을 깁는 그의 모습에 60년대 저의 고향 인근 5일장에서 고무조각을 오려서 검은 고무신을 본드로 때우던 신발 수리공의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작업대를 하나 만들어 자세라도 편하게 작업을 하면 덜 피곤 할텐데….
 작업대를 하나 만들어 자세라도 편하게 작업을 하면 덜 피곤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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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던 일을 하기위해 고개를 숙인 그를 향해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정말, 미안해. 우리만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어서…."

저는 7년째 검은 고무신을 신고 있습니다. 신고 벗기가 쉽고 관리가 편합니다.
 저는 7년째 검은 고무신을 신고 있습니다. 신고 벗기가 쉽고 관리가 편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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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씨엠립, #야시장,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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