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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옥천사 대웅전.
▲ 대웅전 옥천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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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더위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짜증을 넘어 고통에 이르기까지 하는 무더위. 사람이 사람을 이처럼 괴롭힌다면 하소연도 하고 달려들기라도 하련만.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인간은 자연이 주는 이익만 받을 수는 없다보니, 이런 고통도 자연스레 받아들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법. 자연과 친해지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야 이런 무더위도 자연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어쩌랴.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휴일을 지낸다는 것은 고통이다 싶어 자연과 친해지려 밖으로 나섰다. 지난 15일, 경남 고성에 위치한 옥천사를 찾았다. 이 사찰은 그간 몇 차례 다녀왔건만, 그래도 발길이 자연스레 옮겨지는, 친밀함이 묻어나는 절이다.

옥천사 옥천사 자방루 정면에 걸려있는 '옥천사'라는 현액.
▲ 옥천사 옥천사 자방루 정면에 걸려있는 '옥천사'라는 현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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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산 옥천사(玉泉寺, 경상남도기념물 제140호). 의상대사가 당나라 지엄법사에게서 화엄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화엄을 강론하기 위해 670년(신라 문무왕10)에 창건했다고 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쌍계사 말사이지만, 당시에는 화엄종찰로 지정된 화엄10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힌 유명한 사찰이다. 옥천사라는 절 이름에서 풍기듯, 대웅전 좌측에는 끊임없이 솟아나는 달고 맛있는 샘(옥천, 玉泉)이 하나 있는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사찰이 일반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것 중 하나도 이 샘물로, 옥천사에 들른 여행자라면 꼭 둘러봐야 할 곳이다.

자연의 소리 옥천사 계곡에는 장구소리, 물소리, 매미울음소리가 자연의 오케스트라로 화음을 이루고 있다.
▲ 자연의 소리 옥천사 계곡에는 장구소리, 물소리, 매미울음소리가 자연의 오케스트라로 화음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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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입구까지 승용차를 타고 갈 수 있지만, 주차장에 두고 걸어서 가기로 했다. 울창한 숲길은 더위를 반만큼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시원하다. 거기에다 매미군단이 들려주는 오케스트라의 화음은 여행자를 천상의 나라로 인도하는 기분이다. 하늘을 덮은 600m의 숲길을 걸으니, 또 다른 풍악이 들려온다. 이번에는 계곡의 물소리와 화음을 이룬 우리네 전통악기 장구소리다.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휘젓는 악사의 장구채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까지 들려준다. 한참이나 소리에 빠져 몸과 마음이 리듬을 타고 있었다는 것은, 소리가 끝나서야 느낄 수 있었다.

생명력 따가운 땡볕에도 연약한 저 풀 한기는 강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 생명력 따가운 땡볕에도 연약한 저 풀 한기는 강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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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울음과 장구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숲길

천왕문을 지나 절 마당으로 통하는 입구 계단에 삼배하려 멈춰서니, 좌우로 길게 늘어선 전각이 여행자를 압도한다. 화려함은 없어도 고색창연한 기풍은 그 어디에 내놔도 기죽지 않은 위대함을 간직한 모습이다. 전각 현액은 '옥천사(玉泉寺)'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참으로 궁금하다. 어째 옥천사라는 절 이름을 현액에 새겨서 달아 놓았을까. 많은 사찰을 구경하였건만 이처럼 절 이름을 전각 현액에 새겨 놓은 것은 처음으로 접한다는 기억이다. 그럼에도 끝내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돌아서야만 했다.

옥천사 옥천사 입구계단을 올라서니 웅장한 전각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 옥천사 옥천사 입구계단을 올라서니 웅장한 전각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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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사 현액을 건 전각은 알고 보니 자방루(滋芳樓, 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53호). 이 전각은 "꽃다운 향기가 점점 불어난다"라는 의미로, "불도를 닦는 누각"이라는 뜻. 영조 40년(1764) 뇌원대사가 초창할 당시 300여 명의 승군(僧軍)에게 군사교육을 실기하기 위함이었으나, 이후 승려들에게 불경을 가르치고 법회를 여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내부 공간을 보니 탁 트인 공간이 시원스런 느낌이다. 6개의 대들보도 웅장하다. 4번째 대들보는 하늘을 나는 아름다운 비천상이 쌍방으로, 3번째는 비룡이 그려져 있다. 기둥은 4개. 2번, 3번 기둥머리에는 용두(龍頭)가 쌍방으로 조각돼 있다. 화조도와 풍경화를 번갈아 그린 단청도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스님과 불자들에게 대단히 예의 없는 말이자 상놈이란 소리를 들을지언정, 시원스런 공간에 대 팔자로 드러누워 낮잠 한숨 잤으면 하는 솔직한 마음이 인다. 물론, 그렇게 하래도 하지는 않을 테지만.

자방루 자방루란 '꽃다운 향기가 점점 불어난다'는 말로 '불도를 닦는 누각'이란 뜻이다. 영조 40년(1764) 뇌원대사가 초창하고 고종25년(1888)에 중수한 누각으로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뛰어난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 자방루 자방루란 '꽃다운 향기가 점점 불어난다'는 말로 '불도를 닦는 누각'이란 뜻이다. 영조 40년(1764) 뇌원대사가 초창하고 고종25년(1888)에 중수한 누각으로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뛰어난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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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을 찾는 즐거움 더해주는 전각 구경, 경남 고성 옥천사가 딱!

대웅전을 지나 그 유명하다는 옥천(샘)으로 갔다. 정말이지 맑고 깨끗한 청정수다. 불자를 비롯한 많은 대중들이, '저같이 맑고 깨끗하다면 어찌 좋지 않을까' 싶다. 바가지에 물 한 모금 떠 목을 축였다. 조금 전 '자방루에 팔자로 드러눕고 싶다'는 부끄러움을 씻어 냈다. 인간은 순간순간 어리석음을 반복하며, 그 어리석음을 깨닫는 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악순환이라고 부른다. 눈이 부시도록 맑고 깨끗한 저 물도 하수구로 들어가면 더러움이 묻어날 터. 다시, 바위와 돌 틈을 돌아 이끼를 만들어 내는 맑은 물로 순환한다. 악순환이 순환으로 거듭나는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옥천샘 옥천사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샘물인 옥천샘. 물 한 모금 떠 마시면 마음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을 수가 있다.
▲ 옥천샘 옥천사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샘물인 옥천샘. 물 한 모금 떠 마시면 마음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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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이 깊은 불자가 아니고서야 우리나라 사찰을 찾는 재미 중 하나는 전각 구경이 한 몫 하리라. 전각(殿閣)이란, 전이나 각의 이름을 붙인 집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옥천사야말로 전각을 구경하는 장소로서 제일 적합한 사찰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설명한 자방루는 두말 할 것도 없고, 대웅전(경상남도유형문화재 제132호), 명부전(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146호), 조사전 등도 볼거리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명부전 뒤편 언덕에 세워진 독성각과 산령각. 이 두 전각은 크기가 1평도 채 될까 말까한테도, 갖출 것은 다 갖춘 형식으로 당당한 전각대우를 받고 있다. 앞쪽 공터에 피어난 두 그루의 상사화는 누구를 애타게 그리다 피었을까. 하나의 꽃은 독성이요, 다른 하나의 꽃은 산령일까. 애타는 두 꽃은 서로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전각 옥천사를 둘러보는 재미 중 하나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전각을 구경하는 재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채 1평도 될까 말까 한 독성각과 산령각.
▲ 전각 옥천사를 둘러보는 재미 중 하나는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전각을 구경하는 재미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채 1평도 될까 말까 한 독성각과 산령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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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사 청련암에서 빈 마당을 쓸어내는 아이들

옥천사에서 청련암으로 걸어가는 숲길 또한 울창하다. 매미도 제 생명이 다해 오는 것을 아는지 더욱 애잔하게 울어댄다. 세상사 슬프지 않은 일이 없고, 기쁘지 아니한 것도 없다. 인간만이 슬픔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연도 아픔이 있고 고통이 있다. 다만 인간이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됨을 느끼고 싶어서일까. 청련암에서는 '옥천사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휴식형, 불교문화 체험형, 당일 템플스테이 그리고 단체형 템플스테이로 구분돼 있다.

청련암 경남 고성 연화산 옥천사 청련암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 청련암 경남 고성 연화산 옥천사 청련암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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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스님과의 대화
숲 소리, 바람소리, 물소리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여유
산사의 절제된 생활과 명상을 통하여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내면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는 시간
평온한 삶의 여유와 자연 속에서 휴식과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힘들고 지친 마음은 내려놓고
행복한 마음만 가져 가십시오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옥천사 템플스테이 글 중에서 -

몇몇 학생들이 청련암 마당에서 비를 쓸고 있다. 꼭 쓸어야 할 아무런 쓰레기도 없는 마당을, 아침마다 스님들이 쓸어내는 것처럼. 그런데 저 학생들은 무엇을 쓸어내 담아 없애 버릴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적멸보궁 경남 고성 연화산 옥천사 인근에 자리한 적멸보궁. 이곳에는 부처님의 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 적멸보궁 경남 고성 연화산 옥천사 인근에 자리한 적멸보궁. 이곳에는 부처님의 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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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나오는 길. 차량으로 청련암에서 약 2.5km 떨어진 적멸보궁에도 들렀다. 적멸보궁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법당으로, 영축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적멸보궁, 사자산 법흥사 그리고 태백산 정암사 등이 우리나라에는 5대 적멸보궁에 손꼽힌다. 연화산 적멸보궁 사리탑에는 부처님의 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데, 사리탑의 유래는 서기 675년 의상대사가 봉안한 적멸보궁을 그 시초로 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차례 여행을 떠난 경남 고성 옥천사. 뜨거운 여름날 무더위를 이겨내고자 떠난 사찰여행에서 작은 깨달음도 알았다. 거기에다 종전에는 둘러보지 못한 청련암과 적멸보궁도 함께 구경한 덤도 얻었던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남 거제지역 언론사인 <거제타임즈>와 블로그 <경남이야기>,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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