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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 청문회에는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 축소와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 실무자들과 사건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증인으로 나왔다.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파행만 겪었었던 국정조사인지라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역시 걱정은 걱정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오전 청문회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가림막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보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상관 없다는 것이었고, 민주당은 가림막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장담할 수 있냐는 이유로 가림막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다툼을 벌이다 가림막 일부를 잘라내는 것으로 합의하고 다시 청문회를 진행했다.

청문회의 파행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2차 청문회가 진행되는 내내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의 원색적인 모욕과 막말이 증인들에게 쏟아졌다. 생중계되는 국정조사를 보면서 헛웃음을 치게 하거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말들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런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가장 이슈가 된 것이 새누리당 국조특위 조명철 의원의 '광주의 딸' 발언이다. 다음은 2차 청문회 증인 심문 과정에서 나온 조명철 의원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대화 내용이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 우리 권은희 과장님 광주의 경찰입니까, 대한민국 경찰관입니까.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 질문의 의도가 무엇입니까.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 대답을 하세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고 있는 와중에 본질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하기보다는 이렇게 지역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지금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일고 있는 '광주 =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권은희 전 수사과장에게 씌우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듯 보인다. 객관적이고 개연성 있는 주장보다는 추상적인 종북몰이로 국정조사를 어물쩍 넘기려는 수작이다. 또한 '광주 = 종북'이라는 아주 편협한 사고에 갇혀 있다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자질까지 의심해봐야 할 문제다. 조명철 의원이 탈북자 출신이라는 사실은 이 발언을 더 아이러니하게 만든다. 지금 국민들은 이러한 발언에 진노하고 있다.

이어진 막말은 더 어이없었다.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는지, 심각한 조사가 필요한 듯 보인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하는 질문들도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로지 매카시즘, 진영 논리, 원색적인 언어 등이 있을 뿐이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 권은희 증인, 지난 대선 시에 문재인 의원이 당선되길 바랬죠. 밖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공무원의 입장으로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 저는 수사를 진행하기에 여념이 없어서 투표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 : 아니 마음 속에 있을 거 아녜요. 지금도 이 나라의 대통령이 문재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 지금 의원님께서 하시는 질문은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십자가 밟기'와 같은 질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한 사건의 수사와 증인으로서 발언하는 것들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한 일처럼 몰아가려는 수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김태흠 의원의 발언은 권은희 전 수사과장이 말한 대로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를 믿는 사람에게 '십자가를 밟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새누리당의 의도, 국정조사를 진흙탕으로 만들기 위한 교묘한 작전으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막말은 진화한다.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내부고발자인 전 직원에게 조직을 팔아먹은 것이 아니냐고, 북한에 팔아넘긴 것이 아니냐고 모욕을 주는 발언을 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내부고발자에 관대하지 못하다. 정의롭지 못함을 고발하기 위해 세상에 알렸지만 한 솥밥 먹은 회사를 팔아먹은 놈, 조직을 팔아먹은 놈 등의 언어로 되레 비난당한다. 아직까지도 '우리가 남이가'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도 이런 점을 이용해 얕은 수를 부린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 김상욱 증인. 아까 내가 국정원을 어디다 팔아먹었습니까 북한에 팔아먹었습니까 미국에 팔아먹었습니까 이렇게 이야기했죠. 말 잘했습니다. 지금 북한에 팔아먹고 있는 짓을 하고 있는 겁니다.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 : 저에 대한 모독 아닙니까. 증인은 인권 없습니까. 제가 북한에 팔아 먹었다고요? 그럼 저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시죠.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 김상욱씨 때문에 우리 국정원이 이 국정조사까지 당하고 일을 해야될 판에 정보기관이 무력화되는 것에 대해서 한때 국정원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조금의, 정말 일말의 미안한 감정도 없습니까?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 : 없습니다. 저는 한때 담지 않고 평생을 담았습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 그런데도 조금의, 일말의 미안함도 없어요?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 : 국정원이 바로잡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 바로 우리 김상욱씨처럼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조직을, 이렇게 매관매직하는 그런 행태가 문제인 겁니다.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 : 검찰에서 매관매직 증거 없다고 발표까지 했었습니다. (후략)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되려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에게 역공을 당한다. 북한에 국정원을 팔아먹었다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라고, 매관매직은 검찰이 증거가 없음을 보증했다고 말이다. 아무런 개연성도 없는 종북몰이로, 조직을 팔아먹었다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국정조사를 모독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국정조사를 객관적인 증거 없이, 정치적인 수사로 일관할 수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나랏일하라고 뽑아준 국민을 우롱한 것이나 진배없다.

최종 청문회는 새누리당 국조특위 위원들이 없는 '반쪽' 청문회로 진행된다고 한다. 사실상 국정조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국정조사에 앞서 선서를 거부하고, 청문회는 막말로 시끄러웠다. 이런 것들로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청문회로 전락해 버렸다.

그래도 얻은 것이 있다면 국민들의 분노다. 국정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촛불은 계속됐다. 이 국민들의 분노가 더해지면 아마도 촛불은 더 거세질 것이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라는 국가기관이 권력의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촛불을 통해 보여줘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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