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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안보국(NSA)의 감시프로그램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자리에서 NSA가 무차별적으로 미국민들의 통화내역 등 사생활을 도청 및 감시해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NSA가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폭로 보도들을 (자세히) 본다면 모두 작문이고, 정부가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남용해 국민의 전화를 엿들었다거나 이메일을 부적절하게 읽었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우려는 그것이 남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prospect)이며 그러한 남용도 적절히 감시되고 있고, (남용은) 법률이나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명령에 반하는 것"이라며 NSA가 권한을 남용하여 민간인의 사생활은 감시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또 다른 폭로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거짓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오바마는 스노든과의 거듭된 폭로전을 통한 싸움에서 또다시 난처한 궁지로 몰리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NSA가 2008년 미국 의회로부터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권한 확대를 획득한 이후 해마다 수천 건 이상 사생활 보호 규정을 위반하거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자체 내부감사 서류 및 기밀서류 등을 통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들 남용 행위의 대부분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했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정보 목표물을 대상으로 한 허가받지 않은 감시 활동이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번 폭로 서류는 NSA의 감시 활동을 폭로하고 현재 러시아에 임시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30)으로부터 올해 여름 초에 입수한 것이며 "(이 문서는) 미국 의회나 감시 활동을 감독하는 FISC와는 통상적으로 공유하지 않는 세부 정보 및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광범위한 내부 감사문서 폭로... "의도적인 사생활 감청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장문의 연이은 기사를 통해 매우 광범위하게 NSA가 미국인들의 사생활을 감청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이는 의도적인 것도 있었지만, 2008년에는 이집트 국제전화 코드인 '20'을 워싱턴 전화 코드인 '202'로 잘못 인식해 워싱턴 지역 통화에 대한 대규모 감청이 이루어지는 등 실수나 오타에 의한 것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NSA는 2012년 2월에는 법원이 해당 자료를 파기하라고 명령했음에도 3천 건이 넘는 통화 기록들을 불법적으로 저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에 폭로된 기밀 서류에는 "NSA의 요원에게 법무부나 국가정보국(DNI)에 제출되는 보고서에 세부 정보를 삭제하거나 더욱 포괄적인 언어로 대체하라고 지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전하며 이러한 불법 감찰 행위의 은폐 의혹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NSA국장 "실수라도 그런 일은 없다"... 거짓말로 드러나 파문 확대 예상

<워싱턴포스트>의 이번 추가 폭로로 인해 NSA에 의해 고의적으로 권한이 남용되어 미국인의 사생활(전화 통화, 이메일 등)이 침해된 적은 없다고 강조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더구나 NSA의 국장 키스 알렉산더는 지난 주 뉴욕에서 개최된 '사이버-콘퍼런스'에서 "(우리 직원) 누구도 민간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고의적으로 혹은 인지하면서 (이를) 침해하려고 한 적은 없다"며 "그러한 실수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알렉산더 국장이 이뿐만 아니라 스노든으로 인해 기밀 감청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에는 "NSA는 미국민에 대한 자료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 바 있어 그의 주장에도 심각한 (거짓)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NSA는 2008년에 개정된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FISC 등에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하지 않아도 감청이 허용되는 등 확대된 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그 대신에 법무부와 국가정보국으로부터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받고 미국 의회와 FISC에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폭로는 이러한 감사를 준비하는 사전 단계인 내부 감사보고 서류는 물론 회계 감사 보고, 이에 따른 내부 기밀 보고 서류, 추가적인 기밀 서류 등 NSA의 거의 모든 서류들이 이미 스노든의 손에 넘어갔고 일부나 전부는 <워싱턴포스트> 등 관련 언론사에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향후 또 다른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태그:#미 국가안보국, #에드워드 스노든,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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