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기아 타이거즈 프로야구 경기. 8회초 기아 공격 때 선동열 감독이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지 생수를 들이키고 있다.

8월 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린 롯데 자이언츠 대 기아 타이거즈 프로야구 경기. 8회초 기아 공격 때 선동열 감독이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지 생수를 들이키고 있다. ⓒ 연합뉴스


요즘 KIA 타이거즈를 보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시즌 전 우승 후보로 불렸지만 14일 문학구장에서 SK 와이번스에게 1-8로 대패하며 6위 SK와 1.5게임차 7위가 됐다. 4위 넥센 히어로즈와는 6게임차까지 벌어지며 4강은 더욱 어려워졌다.

9개 팀 중 7위지만 사실상 최하위나 다름없다. KIA 아래는 올해 처음 1군에 합류한 NC 다이노스와 류현진을 포함한 팀 주축이 대거 빠진 한화 이글스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분위기라면 5.5게임차인 8위 NC에게 따라잡히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올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투수력이다. 평균자책점과 팀 실점은 각각 4.87, 472점으로 8위를 기록 중이다. KIA보다 안 좋은 팀은 한화뿐이다. 그렇다면 시즌 초 순항하던 KIA는 어쩌다 7위까지 추락했을까?

투수 왕국 타이거즈의 몰락

KIA는 전신 해태 타이거즈 시절부터 투수력이 강한 팀이었다. 한국 최고의 투수로 인정받는 현 KIA 선동렬 감독부터 조계현, 이강철, 이대진까지 100승 투수만 4명을 배출했다. KIA로 넘어와서는 리오스, 그레이싱어, 로페즈, 구톰슨 등 용병 투수를 가장 잘 뽑는 구단으로 소문이 났다.

탄탄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2009년에는 SK를 누르고 그토록 기다리던 10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그리고 작년 팀의 레전드인 선 감독 부임과 2011년 프로야구 MVP를 수상한 윤석민, 재기에 성공한 김진우, 메이저리거 서재응, 파이어볼러 양현종이 버티는 마운드는 올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실제 작년 4강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막판 KIA 선발진이 보여준 활약은 놀라웠다.

하지만 KIA의 고질적인 문제는 선발이 아닌 계투진에 있었다. 2009년 22세이브 10홀드 0.53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우승의 주역이 된 유동훈은 이후 점점 기량이 떨어졌고 한기주는 부상으로 등판이 어렵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영민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며 임의탈퇴를 당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즌 전 전문가들이 KIA를 우승후보 1순위로 꼽은 것은 화려한 타자진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서 맹활약한 김주찬을 FA로 데려오면서 이용규-김선빈-김주찬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의 테이블세터 진을 만들었다. 최희섭-김상현-이범호-나지완의 중심 타선도 무게감이 상당했다.

타자진과 함께 투수 조련의 대가로 인정받는 선 감독이 KIA의 약점인 불펜을 어떻게 변화시켜 갈 것인지에 대해 팬들이 거는 기대감도 컸다. 애초 선 감독의 예상은 박지훈-박경태-유동훈-앤써니로 연결되는 좌, 우, 언더, 마무리라인이 적절히 어울려 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었다. 특히 선발에서 마무리로 전환한 앤써니의 활약 여부가 중요했다.

시범경기 1위답게 시즌 시작부터 KIA의 돌풍은 거세게 몰아쳤다. 시즌 초반 김주찬이 부상당했지만 신종길이 완벽히 살아나며 공백을 메꿨다. KIA는 4월에 7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내내 1위 자리를 지켰다. "타이거즈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됐나"라는 기사까지 등장했다. 물론 겉으로는 우승까지 노려볼 분위기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때부터 마운드에는 문제가 생겼다.

선발 소사가 4월 중반부터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마무리 앤써니도 확실함이 떨어졌다. 박경태-진해수 좌완 듀오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여에 따른 관리 소홀로 4월을 함께 하지 못했던 에이스 윤석민이 복귀하면 어느 정도 마운드가 안정될 것으로 생각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

기아 타이거즈는 전체적인 선발 붕괴와 함께 후반기 반전 카드로 믿었던 양현종까지 무너지며 그야말로 몰락한 투수왕국이 됐다. 사진은 타이거즈의 투수 양현종. ⓒ KIA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또 하나 변수로 작용한 것이 SK와의 대형 트레이드였다. 5월 6일 KIA에서는 김상현과 진해수를 내주고 SK의 송은범과 신승현을 데려오는 2대2 트레이드를 실행한다. 트레이드 직후 상황을 보면 KIA가 상당한 이익을 가져간 듯 보였다.

2009년 MVP까지 받으며 우승을 이끌었지만 하락세인 김상현을 주고 송은범과 신승현을 데려와 약점으로 지적되던 불펜진을 한층 보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지키는 야구'를 꿈꿨던 선 감독의 예상과는 전혀 반대로 흘러갔다.

애당초 KIA의 강점은 타격이었다. 불붙은 타선이 약점인 투수력을 보완하며 승리를 쌓아갔다. 그러나 선 감독은 강점을 지키기보다 약점을 보완하는 데 더욱 신경을 썼다. 하지만 타선에서 김상현이 빠진 공백은 의외로 컸다.

나지완이 꾸준히 활약했지만 이범호-최희섭이 부진할 때는 주자가 나가도 불러들이기 어려웠다. 해결사 본능을 가진 김상현이 아쉬웠다. 트레이드가 더욱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외야 수비 부분이다.

6월 초 김원섭이 왼쪽 발목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됐고 김주찬도 복귀 후 다시 부상을 당했다. 확실한 1번 타자였던 이용규도 부진과 함께 부상으로 수비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나지완과 이종환까지 수비에 투입했지만 완벽히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트레이드의 목적이었던 투수력 강화도 이뤄내지 못했다. 신승현은 합류 후 한동안 방어율 제로의 놀라운 피칭을 했지만 최근 급격한 하향세이며 송은범은 평균자책점 6.40이 말하듯 전혀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인 선발 붕괴와 함께 후반기 반전 카드로 믿었던 양현종까지 무너지며 그야말로 몰락한 투수왕국이 됐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선 감독이 세운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지키는 야구를 하려다가 강점이 없어지고 약점 또한 보완되지 않는 결과만을 남긴 것이다.

리더의 부재

요즘 잘되는 팀을 보면 특징이 있다. 팀을 이끄는 리더들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타선에 이승엽(38), 진갑용(40)이 투수 쪽에는 배영수(33)가 있고, 엘지는 타자에는 이병규(40), 박용택(35), 마운드에 류택현(43), 봉중근(34)이 있다. 두산에도 홍성흔(37), 정재훈(34) 등이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 팀에서 상당한 상징성을 가지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실력 또한 젊은 선수들 못지 않게 출중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과 코치들이 할 수 없는 팀의 단합을 이끌고 후배에게 경험에서 나오는 많은 가르침을 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KIA에는 이러한 리더를 찾기가 힘들다. 서재응(37) 정도만이 유일하다. KIA 타자들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타선을 이끌 리더가 없는 이유가 크다. 때문에 팬들은 여전히 현 한화 이글스 코치인 이종범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시즌을 눈앞에 두고 갑작스러운 은퇴 발표로 팀을 떠난 후 리더가 갖는 중요성은 해를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종범은 은퇴 전인 2011년 97경기에 나와 0.277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백업요원으로 충분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선수로 뛰었다면 야구천재라는 수식어처럼 본인이 가진 경험과 작전수행 능력이 현재 성장 중인 KIA의 어린 선수들에게 충분히 좋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종범의 은퇴로 인해 KIA 타선의 리더는 사라졌다.

미래가 더 어두운 타이거즈

어느 팀보다도 KIA에게는 올 시즌 성적이 중요했다. 2년차인 선 감독의 평가와 함께 많은 관심과 투자를 통해 건설된 신축야구장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내년 시즌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승의 목표를 이루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만큼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었다.

이를 위해 윤석민은 해외진출을 포기했고 나지완도 군입대를 미뤘다. 구단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홈 경기장 잔디를 교체하고 김주찬까지 영입하는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라이벌 삼성 라이온즈에게 11연패의 수모를 당했고 시즌 7위를 기록 중이다. 구단과 팬들 입장에서는 이보다 나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올해보다 미래가 더 어둡다는 점이다. 당장 나지완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이용규와 윤석민은 올 시즌 이후 FA로 풀린다. 팀의 주축인 키스톤 콤비 김선빈-안치홍도 군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자원은 보이지가 않는다. 퓨처스 리그에서 최하위를 기록 중인 것만 봐도 2군 선수자원이 어떤지 알 수 있다. FA 시장에서 성적이 좋지 못하면 곳곳에 빈틈이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운영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이렇게 된 이상 선수뿐 아니라 선동렬 감독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벌써 팬들에게서는 구단이 2009년 우승과 2011년 4강을 이끈 전 조범현 감독과 똑같은 잣대로 선 감독을 평가해야 한다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물론 가장 난감한 것은 구단이다.

타이거즈와 가장 적합한 감독이라고 영입했지만 실제 조 감독 때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에게 연패하며 구단 이미지에도 손상을 많이 입었다. 극적인 반전이 없이 이대로 끝나거나 NC에게 따라잡히기라도 한다면 역대 최악의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KIA가 망가진 자존심을 남은 경기에서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또한 성적에 따라 구단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도 FA 시장만큼이나 흥미로운 요소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IA타이거즈 KIA 타이거즈는어떻게강팀이됐나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丈夫出家生不還 -梅軒 尹奉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