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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정치공작·대선개입 진상규명 시국회의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앞에서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한 KBS·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국정원 정치공작, 언론도 '공범' 국정원 정치공작·대선개입 진상규명 시국회의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앞에서 '국정원 정치공작의 공범자로 전락한 KBS·MBC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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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사태를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계속되는데도 공영방송사인 KBS·MBC에서 침묵으로 일관한다는 성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들 방송사 내부에서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6일자 협회보에 '실종된 뉴스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한국의 대표뉴스라는 KBS <뉴스9>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식이 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광장·광화문 일대에서 이어지는 촛불집회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21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항의하는 첫 촛불집회가 개최된 이후, KBS가 저녁 메인뉴스에서 내보낸 촛불집회 보도는 총 3건이다. 2건은 단신으로 처리했고, 3만여 명(주최 쪽 추산)이 모인 지난 3일에는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시민단체가 주최한 촛불집회에 합류해 장외투쟁을 이어갔다"는 정도로 전했다.

KBS 기자협회 "촛불집회 발제 계획 있었는데도 보도 안 됐다"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주최로 지난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5차 범국민대회에 수많은 촛불을 든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 주최로 지난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5차 범국민대회에 수많은 촛불을 든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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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매일같이 촛불집회가 열리고 주말이면 대규모 범국민 집회가 열렸지만 9시 뉴스만 봐서는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도통 알 수 없다"며 "현장 취재를 나간 협회원(기자)들의 가슴도 갑갑하다, 게시판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 뉴스에서는 관련 소식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일수 KBS 기자협회장은 지난 8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몇 번 문제제기를 했지만 보도국 간부들은 촛불집회 보도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며 "지난달 27일 집회 때는 사회 2부에서 발제 계획이 있었는데도 보도가 안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도 형태는 차치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사회의 목소리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아래 공추위)도 보고서를 통해 촛불집회가 축소보도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추위는 6일 '뉴스모니터를 통해 "한동안 KBS뉴스에서 '촛불'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편파방송이라며 시청자들의 많은 항의가 잇따르자 마지못해 한두 번 '촛불'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지만 이내 다시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최문호 공추위 간사는 "내부구성원들은 촛불집회를 포함한 국정원 사태 관련 보도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언론인 시국선언'에 500명 넘는 KBS 구성원이 이름을 올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그런데도 소수의 보도국 간부가 이러한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BC 내부에서도 국정원 사태 규탄 촛불집회 관련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나온다. MBC는 첫 촛불집회가 열린 때부터 관련 소식을 한 건도 전하지 않다가, 지난 3일 민주당이 합류한 촛불집회 소식을 보도했다. 이날 집회에 총 3만 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지만 MBC 보도에는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촛불집회를 하는 배경은 찾을 수 없었다.

전국언론노조 MBC지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아래 민실위)는 9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7월 27일 KBS가 처음으로 메인뉴스를 통해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벌어진 촛불집회 소식을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 소식과 함께 다뤘다, 그런데 이날도 공중파 방송 3사 가운데 유일하게 MBC만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며 MBC <뉴스데스크> 보도를 지적했다. 

MBC 보도국의 한 기자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일체 다루지 않고 있다는 자체가 MBC의 현실"이라며 "행사 주최와 상관없이 공영방송으로서 중립을 지키면서 보도하는 게 맞는데 전혀 그러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해당 기자는 "사회부에서 몇 번 발제를 했는데도 결국 보도되지 않았다"며 "기자들이 촛불집회 현장을 취재하러 가도 '어차피 안 내보낼 거면서 왜 왔냐'며 쫓겨나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KBS "올바른 정보 제공하고자 유의... 공영방송 흔들려는 움직임 유감"

<오마이뉴스>는 이러한 비판 여론과 관련해 KBS·MBC 보도국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회사 공식 입장을 보내왔다.

KBS는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와 이해 당사자의 주장을 구분하여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유의하고 있다"며 "시국회의라는 단체나 일부 전문매체의 '축소·왜곡 보도'라는 주장은 해당 단체들의 경향성을 흡족하게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만인데, KBS는 이번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와 기소까지의 과정을 적절히 보도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기소 사실에 나타난 댓글의 성격과 법적 의미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국정원의 국기문란이나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몰아가는 일은 공영방송으로서 성급한 판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는 "집회 시위 그 자체가 뉴스로서의 의미가 있다면 다루겠지만, 이들의 주장과 의견을 중계방송 하듯 보도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할 일은 아니다"라며 "정치적·정략적 맥락에 개입해 공영방송을 두고 무분별하게 흔들려는 움직임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KBS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사실은 사실대로 충실히 보도하고, 의견과 주장은 적절한 균형을 갖추면서 국민의 이해를 돕도록 취재와 제작에 더욱 유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MBC 보도국장의 의견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태그:#촛불집회, #국정원규탄, #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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