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이 7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최종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기초연금 도입 방안은... 김상균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위원장이 7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국민행복연금위원회 최종 합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정부가 8월 8일, 2013년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은 박근혜 정부가 향후 대선 공약 이행 의지를 얼마나 보여주는가에 대한 잣대와 같다는 점에서, 발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재정 문제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증세에 반대해왔으며, 당선인 시절에도 "정부의 불필요한 씀씀이 줄이기와 비과세·감면 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하겠다며 야권의 '부자 증세' 주장을 일축했다.

허구임이 증명된 '증세 없는 복지'

그러나 150일 지난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주장은 완전히 허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야권의 '무상 의료' 정책을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 공격하면서, 자신은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이라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간병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는 것으로 후퇴하였다. 재원 마련이 문제였다.

65세 이상 노년계층에게 2012년 기준 월 9만4600원에 불과한 기초연금을 20만 원 정도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은 공식 폐기 절차를 밟고 있다. 이 공약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만 최고 월 20만 원을 차등 또는 정액 지급하는 방향으로 최종 정리되었다.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이른바 '국민행복연금위원회'는 7월 17일, 공약의 변질에 대해 "'전액 세금에 의해 조달되는 기초연금이 자칫 경제성장에 주름살을 만들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변명했다. 역시 재원 마련이 문제인 셈이다.

또 다른 대표 공약인 '0~2세 양육비 전면 지급 사업'도 시행 첫 달부터 파행이 시작되어 8월 현재 아예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중앙정부의 무상보육예산 부담 비율을 높이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재원 마련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의 묵살 내지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부자 증세를 통한 보편 복지' 정책을 비난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는 사실상 완전히 허구임이 증명된 셈이다.

이제와 내놓은 대책이 서민증세?

2013년 세제 개편안은, 재원 마련에 실패한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증세'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서민들의 세금 부담만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먼저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에 따라 연간 근로소득 3450만 원을 넘는 노동자 434만 명의 소득세 부담이 16만~865만 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434만 명은 소득세를 내고 있는 노동자 99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정부는 또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서민의 세액공제율을 15%로 고정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0%까지 축소해 사실상 세금부담을 늘렸다.

한마디로 정부 세제 개편의 주요 타깃이 이른바 노동자의 '유리지갑'인 셈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6세 이하 자녀 1명을 둔 연소득 4400만 원의 맞벌이부부의 경우 세금이 올해(97만5660원)보다 무려 20% 늘어난 116만7510원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세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점업, 제조업 등에서 경비로 인정받는 농수산물 매입 공제한도가 매출액의 30%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은 결국 '원가 상승 → 음식값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농민에 대한 과세도 증가한다. 근로 또는 사업 소득 3700만 원 이상 농민에 대한 자경양도세 감면이 배제된 것이다.

서민들의 세금 부담을 늘리는 간접세에 대한 인상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와 조세연구원은 2013년도 세제 개편안 공청회 부가가치세 인상안을 제시하였다. 대표적인 서민세인 담뱃세, 주세 인상도 박근혜 정부 들어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다.

계속되는 '부자 감세'

참여연대 회원들이 3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복지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힐것을 촉구하고 있다.
▲ 참여연대,"복지확대 공약걸고 당선되니 오해라네" 참여연대 회원들이 3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국민 기만 복지공약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밝힐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반면,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는 철회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먼저 박근혜 정부는 기업집단 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완화했다. "기업들의 투자나 고용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는 기업 내부 부당거래를 막고, 총수일가가 부당하게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과세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혜택을 줄이겠다던 공약도 지켜지지 않았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비과세 감면의 대표적인 문제조항인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고 대기업이 혜택을 많이 가져가는 고용창출세액공제도 그대로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가업 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증여세 면세한도를 10년간 5000만 원으로 늘리는 등 부자들을 위한 혜택에 꼼꼼히 신경썼다. 주택 양도소득세를 누진세율 체계에서 비례세율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되었으나 최종 부결되었다. 이 방안대로라면 고가 주택 등을 사고 팔 때 양도세 부담이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야당을 포함하여 민주노총 등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8일 "월급쟁이, 자영업자, 농민, 중산층, 서민층에게 세금폭탄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도 정책보고서를 통해 "소득 상위 근로자보다 하위 근로자의 세 부담이 더 많이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국채 남발'까지... 소득 양극화 심화시킬 것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영향으로 12조 원이나 세금 수입이 줄자, 국채를 발행하여 이를 매우고 있다. 올 상반기 국채 발행액은 71조8503억 원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에 투자할 여력이 되는 부자들은 이자 소득을 가져갈 수 있지만 실제 빚 갚는 데 사용되는 재원은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채 발행에 대한 개인당 부담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똑같으므로, 당연히 부자에게 유리하다. 결국 국채발행이 남발되면 소득 재분배 효과는 악화된다.

MB정부에서 시작된 '부자 감세' 정책은 박근혜 정부에 와서 '서민 증세'까지 결합한 모양새다. 여기에 국채 남발까지 가세함으로써, 가뜩이나 심각한 한국사회 소득 양극화 현상은 박근혜 정부 5년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들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박근혜 정부의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박근혜 정부 150일은 한마디로 '대책 없이 표류하다 서민 등쳐먹는 형국'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태그:#세제 개편, #서민 증세, #복지 공약, #박근혜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