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열린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 7만 8천명이 다녀갔다.

지난 7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열린 안산밸리록페스티벌에 7만 8천명이 다녀갔다. ⓒ 임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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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이 새로운 록의 메카로 떠올랐다. 안산시와 CJ E&M이 공동으로 개최한 2013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 지난 7월 26일(금)부터 28일(일)까지 7만 8천명이 경기도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에 운집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낮의 뙤약볕보다 더 열광적이었던 이 페스티벌은 글로벌 청춘의 뜨거운 현장이자 대한민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비상을 시작했다.

 

세계 최초라는 단어는 언제나 들어도 기분 좋다. 안산서 처음으로 열린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은 세계 최초로 약 4만평 규모의 축구장 여섯 개 크기의 잔디밭을 페스티벌 전용 파크로 꾸몄다. 수영장과 캠핑장 등 이색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휴양지가 됐다.

 

젊은이들의 쾌속질주 본능을 대변하는 '불금'의 26일, 하나둘씩 모여드는 지역과 국경을 초월한 청년들의 행렬이 중앙 공연 무대로 향하면서 이글거리는 태양마저도 호기심 가득, 묘한 긴장감과 설렘으로 다가왔다. 

 

로이킴부터 더 큐어까지…사흘간 80여 팀의 수준급 공연

 

로이킴 감미로운 목소리로 로이킴만의 감성을 선사하다

▲ 로이킴 감미로운 목소리로 로이킴만의 감성을 선사하다 ⓒ 임효준

이지형 밴드 유닛으로 등장, 맴버 전원 한복을 입고 톡특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 이지형 밴드 유닛으로 등장, 맴버 전원 한복을 입고 톡특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 임효준



오후 4시 첫날 그린 스테이지 무대에 오른 이는 요즘 한창 표절시비로 홍역을 치르는 로이킴이었다. 불금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많지 않은 관중 앞에서 로이킴은 차분히 "지난해에는 팬의 입장에서 공연을 봤는데 올해는 무대에 오르게 됐다"며 "무대에 오를 수 있게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 '봄봄봄' '러브 러브 러브' '나만 따라와' 등을 부르며 작지만 큰 꿈을 이뤄나가는 로이킴만의 감성을 선사했다.

 

빅탑 스테이지에서는 결성 25주년의 봄여름가을겨울이 국내 록을 대표하며 뜨거운 무대를 펼쳤다. '봄여름가을겨울' '어떤 이의 꿈'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등 자신들의 음악적 삶의 모든 열정을 쏟아내며 한낮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다시 그린 스테이지에서 갓을 쓰고 무대를 휘젓는 이지형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지형은 밴드 유닛으로 등장해 멤버 전원이 한복을 입고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한국적인 맛깔스러움을 음악과 의상으로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해외 뮤지션의 파워는 더욱 막강했다. 뱀파이어 위켄드가 빅탑 스테이지에 등장하면서 여성 록 팬들의 함성소리도 커졌다. 지난 2008년 데뷔한 뉴욕 출신의 꽃미남 인디록 밴드의 가세는 관람객들의 어깨와 엉덩이를 흔들게 만들었다. 간질간질 경쾌한 리듬과 펑크, 유럽풍의 앙증맞은 멜로디로 '화이트 스카이'가 흘러나오자 모두들 흥겨운 춤바람이 펼쳐졌다. 

 

뱀파이어 위켄드 뉴욕 출신 꽃미남 인디록 밴드에 여성록팬들이 열광한다.

▲ 뱀파이어 위켄드 뉴욕 출신 꽃미남 인디록 밴드에 여성록팬들이 열광한다. ⓒ 임효준

The XX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특유의 싸이키델릭, 중저음의 보컬컬러 3인 혼성그룹에 빠져든다.

▲ The XX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특유의 싸이키델릭, 중저음의 보컬컬러 3인 혼성그룹에 빠져든다. ⓒ 임효준



페스티벌은 점차 어둠 속에서 더욱 강렬한 축제의 절정으로 내달리며 더 엑스엑스에서 폭발했다. 지난 2009년 결성된 영국 출신의 3인조 혼성그룹의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일렉트로닉 특유의 싸이키델릭, 중저음의 보컬에 멤버 3명이 가진 매력적인 무대연출에 관객들이 흠뻑 빠져버렸다. 강렬한 눈빛 하나에 록 마니아들의 함성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잠시 숨을 고르기가 무섭게 더 큐어의 공연 시간이 다가왔다. 시작 전부터 모여든 록 마니아들이 총집결해 예정시간보다 20분 늦게 무대에 오른 더 큐어의 등장에 환호성 쳤다. 1976년 결성된 살아있는 브릿팝의 전설 더 큐어, 젊은 록마니아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활동했던 그들의 압도적인 파워와 무대 공연에 밤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몰랐다.

 

ⓒ 임효준


 큐어의 무대

큐어의 무대 ⓒ 임효준



헝클어지고 부푼 머리에 강렬한 검은색 눈 화장, 쉰을 넘긴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로버트 스미스가 관능적 목소리로 히트곡 '프라이데이 아임 인 러브'를 부르자 록마니아들이 '떼창(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을 일컫는 말)'으로 록의 진수를 느꼈다. 3시간동안 총 36곡이 이어지며 첫날의 대미를 장식했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은 지난 2009년부터 지산밸리록페스티벌을 4년간 개최한 CJ E&M이 안산으로 장소를 옮겨 처음 실시한 것이다. 첫날 관객 1만 9000명, 둘째 날 3만 2000명, 마지막 날 2만 7000 명 등 총 7만 8000명의 록마니아들이 록을 중심으로 일렉트로닉부터 힙합까지 총 네 곳의 무대에서 사흘간 80여 팀의 수준급 공연을 지켜봤고 마침내 안산서 처음 개최된 안산록페스티벌은 7월 28일 밤 12시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음악축제 본보기' 영국 글래스톤베리 명성 따를 수 있을까

 

안산에서 처음 열린 안산록페스티벌 영국 글래스톤베리를 꿈꾼다.

▲ 안산에서 처음 열린 안산록페스티벌 영국 글래스톤베리를 꿈꾼다. ⓒ 임효준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을 지켜보면서 부러운 축제 하나가 떠올랐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지역은 1970년대부터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축제를 개최해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와 가수들이 참석하고, 매년 17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다. 이 축제는 특히 지역주민 및 지역경제와의 윈윈(win-win) 구조를 구축하고 있으며 행사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 시설의 유지 및 보수에 지원된다.

 

또한 글래스톤베리의 페스티벌은 각 나라의 내로라하는 유명 밴드들과 음악인이 참여한다. 각국에서 몰려오는 방문객들은 글래스톤베리를 최강의 라인업이라 극찬하며 연령·성별·국가를 초월해 죽기 전 꼭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여기고 있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은 세계 최초로 대부도에 전용 부지를 확보하면서 영국의 글래스톤베리처럼 지역과 상생하고 국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길 꿈꾸고 있다. 반면 개막 전 페스티벌 명칭에 대한 소송을 치르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개최되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은 '최강의 라인업'이라 자부하던 더 큐어, 나인 인치 네일스, 더 엑스엑스, 스크릴렉스, 펀 등은 이미 후지 록페스티벌과 섬머소닉 록페스티벌에 캐스팅 된 상태였다. 무대와 음향 등이 질적으로 향상 되었지만 라인업은 여전히 일본의 록페스티벌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올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5개의 록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들 역시 일본의 두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밴드들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 5개 록페스티벌의 라인업을 합치면 미국의 규모 있는 록페스티벌 중의 하나인 코첼라 록페스티벌급이라고 아쉬워한다. 유명 가수 및 밴드들을 일본 록페스티벌의 일정과 무관하게 안산밸리의 무대로 이끌어낼 힘과 신예 음악인들을 발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을 때 진정한 문화 한류의 강국으로 그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열정적이라고 소문난 한국 관객들을 위한 공연으로 세계 뮤지션들이 뿌듯해하고 정말 글래스톤베리와 같은 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산시와 CJ E&M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편한 진실 하나, 페스티벌과 지역주민은 '따로 국밥'

 

불편한진실2 불편한진실

▲ 불편한진실2 불편한진실 ⓒ 임효준

축제에 앞서 CJ E&M측은 안산시 지차체와 손잡고 진행되기에 기존 참여 기업 중심의 마케팅과 지역경제 효과도 더해져 경제적 효과가 550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관객 수 11만 명에 특히 관람료 및 기업협찬 수입이 400억 원, 숙박·음식·교통·고용·특산물 판매 등 지역경제 수입이 150억 원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관객은 8만 명이 되지 못했고, 인근 음식점과 슈퍼 등 상인들의 반응은 냉소적이기까지 했다. 록페스티벌 개최지인 대부향기테마파크 안에서 안전 등의 문제로 음식물 반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먹거리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T-머니 카드를 구매해 충전해서 사용하도록 해, 출입은 자유롭지만 한마디로 현금은 무용지물이었다.

 

관람객들은 충전해서 사용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 나중에 환불되는 절차가 까다로우니 다 소비하게 되고 정작 카드 구매비는 환불되지 않아 그 금액만큼은 떼이는 돈이다. 주최 측은 T-머니 충전 사용으로 통일화하면서 추후 관리와 통계 등 실질적 편의를 도모했다.

 

잔뜩 기대했던 인근 상인들은 정작 행사장과의 거리는 너무 떨어져 있고 관람객들이 움직이는 동선까지 달라 관람객 구경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결국 페스티벌 행사장 안에 부스를 받은 일부 이름 있는 기업들이 3일 동안 7만 8천명의 먹거리를 책임지니 음식이나 특산물 등 지역경제 수입이 지역 상권을 통해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페스티벌 효과는) 우리 같은 상가와 상관이 없다"며 "단체들 일부만 페스티벌과 부스자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슈퍼 등은 별다른 항의나 불만을 토로 하지 못한다"며 "지금이 성수기이긴 하지만 페스티벌만의 뛰어난 경제효과는 모르겠고 오히려 교통량만 많아져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식당 주인 역시 "(경제효과) 기대하지 않는다"며 "지난번 마라톤대회에서도 별 재미를 못 봤다"며 손사래 쳤다.

 

 지역단체를 위한 부스

지역단체를 위한 부스 ⓒ 임효준



대부도 상인회 소속바르게살기대부동위원회(생수, 청량음료, 아이스크림, 컵라면), 한국자유총연맹 안산시지회(음료수, 야자수, 잔치국수, 컵라면), 안산시 바르게살기위원회(생수, 아이스크림, 음료수, 핫바, 컵라면), 대부도 새마을부녀회(아이스크림, 옥수수, 닭꼬치, 감자, 번데기), 대부 포도농가 연합회(바다향기 대부포도, 과일), 대부도 자율방범대(물, 음료수, 컵라면) 등은 입구 앞에서 초라하게 장사를 했다. 이곳은 현금이 가능한 곳이었다.

 

관람객 입장에서는 공연장을 찾아오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서울역, 사당역, 양재역, 합정역과 행사장을 오가는 유료 셔틀버스(편도 1만 4천원)를 운행하면서 접근성을 높이고자 했지만, 주최 측에서 권장한 대중교통 이용 시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통편도 적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도 인근 주차장에 주차한 뒤 다시 셔틀을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입장하는 데만 10여분 한참을 걸어들어가야만 되는 현실

▲ 입장하는 데만 10여분 한참을 걸어들어가야만 되는 현실 ⓒ 임효준

한여름밤의 꿈 안산록페스티벌 이모저모

▲ 한여름밤의 꿈 안산록페스티벌 이모저모 ⓒ 임효준

 

도착해서도 매표소부터 공연장이 위치한 페스티벌 입구까지 땡볕아래 한참 걸어야 했다. 사전 검열대 역시 안전사고를 대비해 스프레이 등 화기성 제품뿐만 아니라 유리, 캔 등을 여느 페스티벌보다 철저하게 검열하며 입장 시간을 지체시켰다. 입장 시 500ml 이상의 페트병은 뚜껑을 따고 들어가는 등 지나친 제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막상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도 잔디밭이 진흙탕으로 둔갑해 신발과 바지 밑이 진흙투성이가 됐다. 사흘간 화장실, 샤워실, 상점 등 페스티벌 대부분 장소에서 흙투성이들이 보였다. 아울러 CJ E&M 측 방송 프로그램 광고 및 영화 홍보물이 너무 많아 록 페티스벌만의 축제에 집중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이 7개나 된다. 그 처음이 안산밸리록페스티벌이었다. 펜타포트·슈퍼소닉·시티브레이크·렛츠록페·부산국제록페·지산월드록페까지. 지난 5년 전만해도 밸리록페스티벌과 펜타포트 2개이던 대한민국 페스티벌 시장이 이제는 규모와 대중성을 갖추며 크게 성장했다. 아울러 특정 페스티벌 중심의 독주체제가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들로 무장한 각 페스티벌들이 선의의 경쟁과 각각의 차별성을 통해 전체 한국의 음악 산업을 함께 키우며 세계적인 행사로 거듭날 때 한국 락 마니아들의 한여름 밤의 꿈이 완성될 것이다.

2013.08.09 17:09 ⓒ 2013 OhmyNews
안산밸리록페스티벌 큐어 THE XX 글래스톤베리 뱀팡어 위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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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사물에 대한 본질적 시각 및 인간 본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옳고 그름을 좋고 싫음을 진검승부 펼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살아있다는 증거가, 단 한순간의 아쉬움도 없게 그것이 나만의 존재방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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