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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독(讀)은 형성자로 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 큰 소리로 말하듯 책을 읽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讀 읽을 독(讀)은 형성자로 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 큰 소리로 말하듯 책을 읽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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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분량의 중국 단편영화 <독자연애(讀字戀愛, dúzìlián'ài)>에는 휴대전화 문자의 글씨체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사랑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쩌면 종이로 된 자료보다 모니터 화면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읽을 독(讀, dú)자는 형성자로 물건을 팔기(賣) 위해 큰 소리로 말(言)하듯 글을 읽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의사소통에서 듣고 말은 하지만 글을 읽지 못하면 '문맹(文盲)'이라고 한다. 1949년 건국 초기 중국 전체 인구의 80% 이상이 문맹이었다.

중국의 민족혼이라 불리는 루쉰(魯迅)마저도 '한자를 없애지 않으면 중국은 틀림없이 망할 것이다(漢字不滅, 中國必亡)'고 외치며 한자를 폐지하고 로마자 표기를 주장한 바 있지만 마오쩌둥(毛澤東)은 심각한 수준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어려운 한자의 개혁을 선택했다. 그 결과 획순을 대폭 줄인 2,235개의 간체자(簡體字)가 등장했다.

문자개혁과 경제발전의 성과로 문맹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중국정부가 정한 문명인(文明人)의 기준인 1300자의 한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1억 상당의 인구는 여전히 '까막눈'으로 살아가고 있다.

고대 사회에서 책을 읽는 것은 모든 이들에게 허용된 일은 아니었다. 사대부만이 독서를 업(業)으로 삼을 수 있었으며 하층민들에게 독서는 엄격히 통제되었다. 왕안석(王安石)은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貧者因書富 富者因書貴)"고 했지만 사실 가난한 사람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는 말이다.

두보(杜甫)가 말한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男兒須讀五車書)"는 시구에서 확인하듯 여성에게는 독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가 않았다.

유종원(柳宗元)의 문장에 나오는 '한우충동(汗牛充栋, hànniúchōngdòng)'고사처럼 우리 주변에 수레에 실으면 소가 땀을 흘릴 정도이고 방에 쌓으면 대들보에 닿을 정도로 책이 넘쳐난다. 그러나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는 안중근의 말이 무색하게도 우리나라 성인의 4명 중 1명은 1년 동안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도서 출판국이면서 연간 독서량은 4권으로 우리나라의 11권보다 훨씬 낮다.

전국시대 소진(蘇秦)은 자신의 허벅지를 송곳으로 찌르며 책을 읽어 자고독서(刺股读书, cìgǔdúshū)의 고사를 만들어냈다. 반딧불을 모아 그 빛에 책을 읽은 차윤(車胤)이나 눈에 책을 비춰 읽은 손강(孫康)의 형설지공(螢雪之功, yíngxuězhīgōng) 고사는 이미 널리 회자되는 얘기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을 위해 후한의 동우(董遇)는 '독서삼여(讀書三餘)'의 고사를 남겨 놓았다. 겨울은 한 해의 남은 시간이고, 밤은 하루의 남은 시간이며, 계속 내리는 비는 한 때의 남은 시간이라고 했으니 곧 자투리 시간을 아껴 책을 읽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태그:#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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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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