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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 대기승객의 기나긴 행렬 올 여름 성수기 일평균 6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 출국장 대기승객의 기나긴 행렬 올 여름 성수기 일평균 6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인천공항을 이용해 해외 여행길에 올랐다.
ⓒ 신용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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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이후 최고의 이용객을 기록한 하루였다. 입출국 합계 14만8000여 명. 실로 엄청난 수다. 가히 인천공항 입출국장은 북새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여행객들이 떠나고 또 돌아왔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알려지지 않은 공항의 일꾼들, 보안검색요원들이 있다. 역시 보안검색요원으로 일하는 기자는 그중 10년 경력의 여성보안검색요원 A의 하루를 따라가며 속깊은 이야기를 전해보려 한다.

오전 4시 30분, A는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10년간 반복된 일상이지만 이 시간에 일어나기란 언제나 어렵다. 날이 일찍 밝는 여름은, 한겨울 어둡고 추운 출근길보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A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른 시간임에도 공항으로 출근하는 직원들로 셔틀버스는 항상 만원이다.

공항에 도착한 A는 베이지색 제복으로 갈아입고 여객터미널 3층에 있는 총 4개의 출국장 중 한 곳으로 올라간다. 이미 항공사 체크인카운터에는 승객들의 긴 줄이 이어져 있다. 조회가 시작되고 오늘 하루 예상 승객수를 전해 듣는다. 6만, 7만.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오늘 A의 근무는 그들의 용어로 '올데이근무'.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근무다. 그들은 올데이근무 → 오전근무(오전 6시 30분~오후 1시) → 오후근무(오후 1시~오후 10시) 순으로 3일을 근무하고 하루를 쉰다.

오전 6시 30분, 드디어 출국장이 개방되고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모닝커피 한 잔? 그런 건 먼 나라 얘기다. XㅡRAY 판독, 신체검색, 안내, 무거운 짐들을 밀고 당기고 또 설명하고 안내하고 그렇게 A는 오후 8시 30분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 또 반복한다.

경찰도 공무원도 아닌 1년 계약직 노동자

 인천공항에서 직원들이 승객과 수하물을 검색하고 있다.
 인천공항 검색요원들이 승객과 수하물을 검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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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시간이 있지만 승객이 몰리면 쉬지도 못한다. 대기실 소파에 기대어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다. 점심시간에는 밥을 허겁지겁 급하게 먹는다. 그래야 잠시라도 더 쉴 수 있기 때문이다. A처럼 점심은 패스트푸드로 빨리 해결하고 남은 시간에 쉬는 직원들도 많다. 밥보다 휴식이 더 달기 때문이다. 화장실도 종종걸음으로 갔다 온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오늘은 조용히 지나갈까? 아니다. 어디선가 또 승객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기내반입이 금지된 물건을 가지고 온 승객이다. 왜 안 되냐고, 그런 법이 어디에 있냐고 소리를 지른다.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고함 친다.

자주 보는 광경이란다. 신입 때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단다. 다만 속으로 생각한다. 법을 우리가 만들지 않았다고. 그러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정하고 이해시키며 안내하는 것일 뿐이다. 이럴 때는 정말 힘이 안 난다. 당장 제복을 벗고 싶은 마음도 든단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또 다른 승객의 짐을 들어 옮기고 있는 A씨.

오후 8시 30분, 퇴근시간이다. 길고 힘든 하루지만 퇴근은 즐겁다. 퇴근길 버스 자리에 앉자마자 피로가 밀려온다. 집이 있는 인천 시내에 도착하니 오후 10시가 다 되어간다. 이렇게 10년차 공항 보안검색요원인 A의 하루가 끝이 난다.

10년 일해도 신입사원과 월급 20만 원 차이

보안검색 안내문 인천공항에 비치되어 있는 보안검색 안내문. 공항 홈페이지를 통하여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 보안검색 안내문 인천공항에 비치되어 있는 보안검색 안내문. 공항 홈페이지를 통하여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 신용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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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소속은 인천국제공항 항공보안처 보안검색팀. 인천공항에는 여러 업체 소속의 특수경비원이 2000여 명이 근무한다(그중 보안검색요원들은 2개 업체 소속 약 800명). 공항공사 소속 용역, 항공사 소속 용역, 국제우편 분야 등 많은 곳에 소속되어 있는 이들은 2001년 인천공항 개항 후 새로 생겨난 직업군이다.

보안검색 경비보안 등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그리고 특수경비업법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거해 국가 경비시설 '가'급인 인천국제공항 내에서만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신분이다. 청원경찰이나 국가공무원을 파견하지 않아도 되니 정부부처나 공항공사로서는 엄청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매년 일정한 기간에 1년씩 계약을 새로 해야 한다. 과정에서 용역업체가 바뀌는 경우도 생긴다. 또 업체가 바뀔 때 계약 갱신이 거부되는 직원도 있다. 몇 년을 근무하였더라도, 그들의 고용승계는 용역업체의 마음이다. 직원들은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해고의 불안에 떨게 된다. 한 특수경비업체는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해고를 한 적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1년짜리 파리 목숨'이라는 쓴 농담도 하는 것이다.

보안검색요원의 주임무는 항공기에 위해물품이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출국장, 위탁수하물, 환승승객 등 여러 분야에 나누어 배치돼 있다. 연령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며 급여는 180만 원에서 200만 원선. 3일간 약 30시간을 근무하고 하루를 쉬는 그들에게 결코 많은 급여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얼마 전 입사한 신입과 A의 급여 차이라 해봐야 20만 원 정도. 10년 경력의 일반 회사 정규직 사원들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 일이다.

대부분 특수경비원(보안검색요원)으로 공항에서 일한다고 하면 엄청난 연봉을 받고 많은 권한을 가진 줄 안다. 취직이 됐다고 하면 지인과 가족들도 잘됐다고 축하를 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러나 용역회사의 소속인 것을 주변에 당당하게 밝히는 직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승객들은 가끔 묻는다.

"경찰이세요? 공무원이세요?"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기자가 예전에 들은 한 노신사의 말이 생각난다.

"이 좋은 공항에서 이렇게 나랏일을 하고 있으니 참 자랑스럽고, 부모님도 좋아하시겠습니다."

다음은 잠시 A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10년간 일하셨는데 언제가 제일 힘드세요?
"체력적으로 힘들죠. 남자직원 여자직원 차이 없이 똑같이 일도 하고, 승객도 너무 많이 늘었고요. 그리고 승객들하고 부딪힐 때가 제일 힘들죠."

-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세요? 막 반말 하고 그런 분들이 있으면?
"일단은 법과 규정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하죠. 그래도 막무가내로 그러면 간부들을 부르죠."

- 간부들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똑같죠. 안내하고 그래도 안 되면 사정하고.(웃음) 저희는 그렇게 강하게 못 나가요."

- 용역회사에 불만은 없으세요?
"불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용역회사 계약직이 다 그렇죠. 그냥 생각을 안 해요. 그냥 일만 하는 거죠. 어차피 지금 회사에 계속 소속되는 것도(정규직 직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은 언제였어요?
"보람요…?(침묵)"

"승객이 욕을 하고 짜증을 내도 참을 수밖에 없어요"

A에게 일하면서의 보람을 물었을 때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 뭐 이런 상투적인 대답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A의 쓴웃음에 더 이상의 대답은 필요 없었다.

내년에는 월급이 조금이라도 오를 수 있었으면, 직원이 증원되어 조금 더 쉴 수 있었으면, 관련 기관이나 승객들이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수고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10년 동안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으로 살아온 A의 희망이고 꿈이다. 자리를 떠나며 남긴 A의 마지막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저희는 경찰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잖아요. 승객이 욕을 하고 짜증을 내고 집어던진 화장품에 옷을 버려도 저희는 참을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부탁했다.

"승객분들도 출국하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준비해 주셨으면 고맙겠어요. 그게 저희가 바라는 가장 큰 소망이에요."

2013년 여름 성수기 비상근무 중인 인천공항에는 하루 최고 14만 명의 '갑'을 맞이하는 그들이 있다.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이 그들에 눈과 손에 달려 있다. 내 생명을 책임져주는 이들이다. 쉬운 일도 편한 일도 아니다. 항상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사는 이들이 그곳에 있다. 여행길 스쳐가는 그들에게 "수고하세요"라며 한 번 웃어주는 것도 즐거운 여행길의 시작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천공항 특수경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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