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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착한여행과 함께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부터 꾸준히 라오스 산간학교에 태양광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사는 메콩강 유역 산간 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0km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이들 산간학교 기숙사에 지원되는 태양광 시스템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라오스 산간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햇볕발전 이야기에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2010년 <착한 에너지 기행>이란 책을 낼 때도 말이 많았다. 무슨 연구소가 대중 여행서적을 내느냐 같은 단순한 질문들에서부터, 기후변화를 염려한다면서 책의 필자들이 모두 이렇게 기후에 가장 폐를 끼치는 이동수단인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녀서야 쓰겠느냐 같은 복잡한 질문들과 진짜 '착한 에너지'는 무엇인가 같은 심오한 질문들까지.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답을 찾았고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다.

2013년에는 <나쁜 에너지 기행>이란 책이 나왔다. 말은 더욱 많아졌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낸 두 번째 여행서적이다. 3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은 않아 단순한 질문들은 자연 사그라 들었고 복잡한 질문들, 심오한 질문들은 더 많은 말들을 만들어 내며 바깥으로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착한 에너지'에 대한 답도 아직 다 찾지 못했는데 거기에 더해 또 '나쁜 에너지'라니!

많은 말들은 생각을 늘린다. 연구소 안팎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후발 참여자이기도 하지만 에너지와 기후가 내 전공과는 좀 거리가 있다는 생각에 말하기를 주저하던 나에게도 적극적인 시비를 걸어왔다. 사물에 대한 관심을 분절시켜 전문성을 강조한 분과학문적인 시각으로 판단한다면 나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연구원 자격이 다소 불충분한 사람이다. 또 한편으로 인간의 정치적 활동 결정, 정책에 방점을 찍는다면 나야말로 가장 적격의 연구원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늘어난 나의 생각으로, 두 에너지 기행 서적의 공동필자로서 내가 지금까지 얻어낸 가장 기본적인 구분이 있다. '착한 에너지'는 재생가능 에너지이고 '나쁜 에너지'는 핵과 화석 에너지라는 거다. 너무나 단순한가?
    
라오스의 바이오디젤 식물 '막냐오'

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라오스의 바이오디젤 식물, 막냐오(자트로파)
 울타리로 많이 쓰이는 라오스의 바이오디젤 식물, 막냐오(자트로파)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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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내가 한국국제협력단 단원으로 활동 중이었을 때였다. 라오스로 오기 전에 잠시 몸담았던 인연으로 환경단체의 한 활동가가 내게 연락을 해왔다. 아시아의 환경이슈들을 주제로 한 연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라오스를 방문하고 싶은데 이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거였다. 나는 물론 대환영. 이들과의 구체적인 일정들을 논의하고 조정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 것이 바로 바이오디젤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부터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연료에 대한 이야기는 간간히 들은 바 있었고 그 2-3년 후터는 유채, 폐식용류 등으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으며 이제는 아주 쉽게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것 정도였다. (문제는 막강한 석유업계의 방해와 전통적인 에너지시스템에 사로잡힌 정책결정자들의 비호다.) 그런데 이들이 라오스 시골에 파묻혀 사는 나에게 가져온 새로운 소식은 그 실용화가 라오스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며, 그것도 두어 개 한국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 대규모로 실시할 거라는 것이었다.

팜이 재배되는 열대의 인도네시아나 말레시아 등지와는 달리 아열대인 라오스에서는 바이오디젤을 만들 작물로 '막냐오(자트로파, Jatropha)'를 꼽고 있다. 막냐오는 우리나라의 아주까리와 같이 라오스에서 전통적으로 그 씨앗의 기름을 짜서 불을 밝히는데 써 온 식물이다. 독성이 있어서인지 새순이더라도 소나 닭, 염소 등 가축들이 전혀 먹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도 시골에서는 논과 밭에 울타리 삼아서 많이 심고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바이오디젤은 착한 에너지다. 그런 바이오디젤을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라오스의 막냐오는 당연히 착한 에너지원이다. 더군다나 막냐오는 몇몇 거대 곡물기업의 독과점으로 그렇잖아도 상승 경향을 보이고 있는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옥수수와 같은) 곡물가격의 폭등을 부채질하는 그런 식용작물도 아니다.

'나쁜 에너지', 수출용 바이오디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그 착한 에너지, 바이오디젤 생산 현장을 방문해보고 싶다고 하자 기업이 난색을 표한 것이다. 왜 그 기업은 국내외적으로 좋은 홍보기회가 될 환경단체의 방문을 거절했을까?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막냐오에 대해 가져온 정보들은 그야말로 막냐오 자체가 가진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서의 장점에 대한 것들뿐이었다. 그것을 둘러싼 여러 차원의 맥락에 대한 고려가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들 또한 과장되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적 전망을 담은 것들이었다. 3년 정도만 재배하면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다거나 사막에서도 기를 수 있을 만큼 물을 필요로 하지 않아 다른 작물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 기업이 투자유치를 위해 악의적으로 정보를 조작했다고 만도 볼 수 없다. 지금도 인터넷으로 막냐오(자트로파)를 검색해 보면 이런 허무맹랑한 것들이 정보랍시고 유통되고 있으니 말이다. 

라오스재생가능에너지연구소(LIRE)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막냐오 바이오디젤 차량
 라오스재생가능에너지연구소(LIRE)에서 실제 사용하고 있는 막냐오 바이오디젤 차량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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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업이 라오스에서 생산한 막냐오 바이오디젤의 최종 소비지는 유럽의 몇몇 국가였다. 기업은 라오스에서 거대규모 농장들을 확보하여 속성 재배를 통해 바이오디젤을 추출해 비싸게 팔 수 있는 유럽까지 이를 운송해 간다. 실제 문제들은 이 전과정에서 발생한다.

기업은 천연림이나 원주민들의 다양한 작물 경작지를 사들여 막냐오를 재배하는 플랜테이션을 만든다. 토지를 구매하는 데서 발생할 문제, 단일 작물만 재배함으로 해서 발생할 환경적 문제들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토지를 잃은 원주민들이 익숙하지 않은 기업적 농장 노동자로서밖에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거나 이마저도 탈락되면 환경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장기화된다. 또 이렇게 라오스의 바이오디젤을 유럽으로 운반하면서 배출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와 오염물질들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착한 에너지'의 조건

"그래서 라오스에서도 바이오디젤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라오스의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을 마치고 벌써 다음 지원활동을 구상하고 있는 조보영 연구원의 말이다. 조보영 연구원은 전세계 재생가능에너지, 바이오디젤 이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조 연구원은 라오스와 같이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타이 등의 현장들은 직접 방문해 실제 사례를 연구한 경험이 풍부하다.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 내용을 영상교재로 제작하기 위해 전 과정을 꼼꼼하게 촬영 중인 조보영 연구원
 라오스 재생가능에너지 교육훈련 내용을 영상교재로 제작하기 위해 전 과정을 꼼꼼하게 촬영 중인 조보영 연구원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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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도네시아의 팜 플랜테이션을 직접 접하고 나서는 이 바이오디젤을 '나쁜 에너지로 만드는 '방식'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 게다가 이런 우려는 이번 <나쁜 에너지 기행>에도 실린, 라오스와 지역적 문화적으로 가장 인접한 타이의 사례를 통해 단단히 굳어진 것 같았다.

"작은 마을 단위로 자급하는 방식은 괜찮지 않을까?"

라오스만을 주로 본 나의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 라오스에서는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위한 연료에너지의 자급이 가장 시급하다. 어떤 종류의 발전기를 쓰든지 간에 아직까지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또는 못하는) 가구는 많아도 오토바이가 없는 집은 거의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오스에서는 성인, 아니 보통 열서너 살만 되어도 오토바이가 꼭 필요하다.

라오스에는 막냐오를 재배할 경작지도 풍부하다.(다른 식량작물, 환금작물과 경합할 필요가 없다. 유휴 농경지도 상당하므로) 심지어는 수도인 위양짠(Vientiane)에서도 최고도심 몇 구역을 빼고는 농경지와 주택가가 떨어져 있는 법이 거의 없다. 그야말로 도시든 농촌이든 자신들의 지역에서 막냐오를 재배해 별도의 장거리 운반을 하지 않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바이오디젤을 자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신중한 조 연구원의 염려는 이어졌다. 바이오디젤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면 굳이 기업이 아니어도 주민들이 모두 다 막냐오만을 재배하려 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다. 막냐오 바이오디젤 값이 쌀값보다 오르고 채소보다 비싸지고 목재, 커피, 고무 채취보다 벌이가 좋아진다면 말이다. 지금도 석유 값이 계속 오르고 곧 화석에너지가 고갈될 테니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재생가능에너지 바이오디젤의 '착한 에너지'로서의 운명은 자연법칙에 가깝다. 다만 그것을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가 이에 '나쁜 에너지'의 굴레를 얼마만큼 오래 씌워 놓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조 연구원과 나는 내년 라오스에서 조심스럽게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작은 실험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영란 기자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이자 <싸바이디 라오스> 저자입니다.



태그:#라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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