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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남해변 갯바위.
 부남해변 갯바위.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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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피서철이 성수기 중에 성수기인 극성수기를 맞고 있다. 일 년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강원도 동해안을 찾을 때다. 하지만 지금 동해안에서 장사를 하는 지역 주민들의 얼굴이 어둡다. 일부 해변은 관광객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경기가 안 좋은 탓인지, 관광객들의 씀씀이도 예전만 못하다.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들을 걱정스럽게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한 달 이상 두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장마다. 역대 최장기 장마다. 이 장마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영동 지방인 동해안의 날씨는 영서 지방과 다르다. 폭우는 주로 영서 지방에 내렸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영동과 영서를 구분하지 않는다.

경포해변.
 경포해변.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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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걱정이다. 강원도 최대 피서지인 경포해변은 지난해 무질서한 해변 문화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 때문에 큰 홍역을 치렀다.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는 아픔을 겪었다. 후유증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경포해변 주변 상가와 경찰 등이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지역 경기는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동해안 주민들은 또 국가도 걱정이다. 국가가 나라 차원에서 벌이는 일들이 동해안 주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삼척의 부남해변은 올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확정되면 내년부터는 더 이상 문을 열지 못할지도 모른다. 고성의 명파해변은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해변을 찾는 관광객들이 줄어드는 현상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명파해변, 한적한 풍경.
 명파해변, 한적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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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안에만 모두 90개가 넘는 해변이 있다. 바위 절벽이 버티고 있는 곳을 제외하고 해안이라고 하는 해안은 거의 모두 백사장이 있는 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해변들이 매년 피서를 떠나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그 해변들 중 일부는 여전히 침체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여름 시름을 겪고 있는 강원도 동해안을 돌아봤다.

[삼척 부남해변] 이 멋진 풍경을 보는 일이 올해 마지막이 될 수도

삼척 부남해변. 샤워장, 식당 등의 단출한 설비들.
 삼척 부남해변. 샤워장, 식당 등의 단출한 설비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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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남해변은 최근 들어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한 해변이다. 이 해변이 있는 부남리라는 마을이 워낙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해안가 작은 마을이라, 이곳 해변 역시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해변은 여름 한철에만 문을 열고, 나머지 기간에는 일반인들이 출입할 수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들 알고 찾아오는지 매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해변은 삼척시가 숨겨둔 숨은 보석 중 하나다. 해변이 보기 드물게 아름답다. 산과 바다와 갯바위가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해변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맛으로는 이 해변을 따라올 해변이 그리 많지 않다.

부남해변, 비가 오던 날 아침의 한적한 백사장.
 부남해변, 비가 오던 날 아침의 한적한 백사장.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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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남해변 백사장. 멀리 덕산항이 보인다.
 부남해변 백사장. 멀리 덕산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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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남해변 바위 위에 올라서 있는 성황당.
 부남해변 바위 위에 올라서 있는 성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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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해변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어, 주민들은 물론이고 이 해변을 아끼고 사랑해온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해 말, 삼척 시민들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부남해변이 있는 부남리와 동막리 일대를 삼척원전(대진원전) 건설예정 구역으로 고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을 의식해 일단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그리고 올해 안에 이 계획의 실행 여부를 확정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냐에 이 해변의 운명이 달려 있다. 주민들은 해변이 사라지고 자신들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이 마을 이장인 김아무개씨는 이 해변이 사라지는 걸 안타까워했다. 그는 "때론 원자력발전소가 아니면 안 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부에서 논의해 결정할 일이라, 우리는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해변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은 "이 좋은 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부남해변 다양한 모양의 갯바위들.
 부남해변 다양한 모양의 갯바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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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남해변 그늘막. 빛에 젖어 검은 빛을 띠고 있는 백사장.
 부남해변 그늘막. 빛에 젖어 검은 빛을 띠고 있는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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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이 사라지는 데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주민들뿐만이 아니다. 평택에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올해 4년째 이 해변을 찾아온 정아무개씨는 "이곳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내년에는 이 해변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경치도 좋고 아이들과 함께 놀기도 좋은 해변이라 매년 찾아오고 있는데 이 해변이 없어지면 섭섭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남해변은 작은 해변이다. 해변에 50동의 그늘막이 처져 있다. 그 외 관광객들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시설만 갖추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해변 가까이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들어가는 길이 매우 좁다. 관광객들이 많을 때는 주차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주민들 말에 따르면, 올 여름 들어 이 해변을 찾은 관광객 수는 예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경포해변의 피서객들.
 경포해변의 피서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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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해변] 실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데 최소 4, 5년 걸려

지난 여름 언론 보도가 개장을 하루 앞둔 경포해변을 발칵 뒤집어 놨다. 경포해변이 피서철이 되면 취객 천국이 된다거나 폭력과 성범죄 등의 사건이 빈발해 음주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이후 경포해변은 순식간에 논란의 대상이 됐다. 보도는 백사장 안에서의 음주 금지가 주된 내용이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경포해변에서 일어나는 무질서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면서 경포해변은 졸지에 무질서가 극에 달한 난장판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피서철에 해변에서 발생하는 무질서가 경포해변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일단 언론에 의해서 한 번 타깃이 되고 나서는, 비난의 화살이 온통 경포해변에 집중됐다. 그 바람에 그해 경포해변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민박이나 펜션 등에서는 예약 취소가 줄을 이었다.

당장 경포해변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여론을 등에 업은 경찰은 해변에서의 음주 금지를 추진했다. 음주 금지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곧 시의회와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논란을 거듭한 끝에 조례 제정은 보류됐다.

경포해변 튜브, 파라솔 대여 천막.
 경포해변 튜브, 파라솔 대여 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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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로 한바탕 홍역을 앓고 난 탓인지 올해 경포해변은 비교적 조용한 모습이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과 경찰은 해변에서 무슨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일어난 사건이 올해 다시 재현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상인들과 경찰은 계도와 홍보를 통해서 해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를 방지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올해 경포해변에서의 야간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포해변에 특설무대를 설치하고, 해가 질 무렵인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경포여름바다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 예술제를 통해 지금까지 포크 록 콘서트, 국제 록 페스티벌 등의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는 4일까지 계속된다. 경포해변은 또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는 DJ 파티를 열고 있다.

경포해변,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
 경포해변,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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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역 상인들의 노력에도 올해 경포해변을 찾는 관광객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올해 관광객 수가 최악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급감한 관광객 수가 올해, 예년 수준으로 회복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실제 7월 31일에 찾아간 경포해변은 미처 임자를 찾지 못한 그늘막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경포해변 번영회는 이런 현상을 놓고 "지난해 벌어진 일에다 올해 긴 장마까지 겹쳐, 지금까지 경포해변을 찾은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40% 가량 더 줄었다"며, "동해안이 전체적으로 안 좋지만, 경포해변이 특히 더 안 좋다"고 말했다. 번영회는 지난해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한 번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시간이 앞으로 "최소 4, 5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고성 명파해변.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해변.
 고성 명파해변.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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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명파해변]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험한 파도를 넘어야 하는데...

명파해변 가는 길에 내걸린 플래카드.
 명파해변 가는 길에 내걸린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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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파해변은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민통선을 바로 앞에 두고 있다. 이 해변은 아직도 군사작전지역으로 묶여 있다. 그러니 만큼 이곳에 발을 들여 놓으려면, 한여름 피서철이 될 때를 기다려야 한다. 해변이 비교적 넓은 편이다. 사람의 손을 많이 타지 않아서인지 백사장이 무척 깨끗하다. 철조망 밖에서 들여다보는 것하고는 많은 차이가 있다.

고성군 전체가 그렇듯이 명파해변 역시 남북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해변 중에 하나다. 금강산 관광객이 총격을 당한 사건 이후, 불안한 남북관계가 계속되면서 이 해변 역시 남북관계만큼이나 불안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점점 더 외롭고 한적한 해변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6월 초 남북 간에 대화가 재개된다는 소식에, 이 지역에 아주 잠깐 반짝 빛이 들었다가, 며칠 못 가 회담이 무산되면서 다시 빛을 잃었다. 그 잠깐 사이, 고성군을 비롯한 명파리 주민들은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지역 경기도 다시 되살아날 터였다. 하지만 그런 희망이 물거품이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명파해변을 찾는 사람들은 평소 그렇게 많지 않다. 그나마 고성 통일전망대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중간에 시간을 내 들러 가는 일이 많아, 겨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7월 31일, 이 해변을 찾은 이아무개씨 역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다. 그는 애초 이곳에 올 생각은 없었는데 통일전망대에 들렀다 되돌아가는 길에 명파해변이라 쓰여진 표지판을 보고 핸들을 돌렸다.

명파해변.
 명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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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파해변에는 이씨 같은 사람이 심심찮다. 하지만 요즘 명파해변은 한적해도 너무 한적하다. 남북관계가 불안해지면서, 통일전망대를 찾는 사람들까지 줄어든 탓이다. 당연히 명파해변이 살아나려면, 통일전망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고, 통일전망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려면 먼저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전환돼야 한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의 길을 가고 있다. 오히려 더 경색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명파해변에서 일하는 사람들 말에 따르면, 이 해변은 올해 관광객 수가 40% 가량 줄었다. 그래서 그런지 해변에서 활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도 명파해변은 소규모 해변치곤 비교적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관리도 잘 되고 있는 편이다.

간혹 마차진해변을 명파해변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통일전망대 출입국신고소로 들어서기 전에 나타나는 해변이 마차진해변이다. 명파해변은 출입국신고소를 지나서 3, 4km를 더 올라가야 한다. 명파해변은 민통선 밖에 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굳이 출입국신고소를 들르지 않아도 된다. 동해안은 8월 3일부터 피서가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명파해변은 8월에 좀 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그:#부남해변, #경포해변, #명파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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