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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문
 단오문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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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단오제는 매년 음력 5월 5일을 전후해 8일간 남대천변 단오장에서 열린다. 그러므로 양력으로는 6월이 된다. 그러나 실제 준비는 30일 전 신주빚기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20일 전 대관령 국사성황사에서 제를 올리는 것으로 행사 시작을 알린다. 본 행사는 단오날을 전후해 이루어지며, 영신제, 조전제, 송신제로 이어지는 단오제례, 단오굿, 관노가면극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과거부터 전해오는 강릉단오제의 핵심이다.

여기에 민속놀이, 문화예술 공연, 청소년 경연, 단오 관련 체험이 더해져 강릉 단오제가 이루어진다. 강릉단오제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67년 중요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는 단오제례, 단오장, 단오 씨름대회, 관노가면극이 어우러진 형태로 이어져 왔다. 70년대 이후 민속놀이와 전통연희가 이루어지고, 단오 체험촌이 만들어지면서 시민의 참여가 활발해졌다. 2005년에는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그때부터 단오제의 위상이 높아졌다.

강릉농악팀의 휴식
 강릉농악팀의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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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단오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행사는 단오굿이다. 음력 5월 4일부터 7일까지 단오장 제단에서 이루어지며, 무녀와 악사가 어우러져 20여 가지 굿거리를 진행한다. 그리고 단오제례가 중요한데, 대표적인 것이 대관령 산신제, 대관령 국사성황제, 국사여성황제다. 단오제 때 벌어지는 민속놀이와 전통연희로는 농악, 씨름, 그네뛰기 등이 있다. 난장으로 열리는 남대천변 단오장도 중요하다. 물건을 구입하는 재미뿐 아니라 사교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단오제례를 이곳에서 보게 되다니

행사장에 있는 단오문을 지나 공연장으로 들어가니 관노가면극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다. 모산초등학교에서 문성고등학교까지 10여 개 팀이 복장을 갖추고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공연은 이들이 남대천변으로 퍼레이드를 하고난 다음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축제장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주변에서 여성들이 참여하는 투호놀이가 열리고 남성들이 참여하는 씨름대회가 열린다. 이들을 지나면 단오제 공개행사가 열리는 단오제단이 있다. 그곳에서 단오제례가 행해지고 있었다.

단오제례 중 조전제
 단오제례 중 조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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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제례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의 한 축을 이루는 유교의례다. 단오제례는 여섯 가지 제례가 9회에 걸쳐 진행된다. 여섯 가지 제례는 산신제, 국사성황제, 국사여성황사 봉안제, 영신제, 조전제, 송신제이다. 여기서 조전제(朝奠祭)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조전제는 단오 전후 4일간 매일 아침 10시 유교식으로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에게 올리는 제례다. 제례부분 기능보유자 조규돈의 집례 하에 유교식 복장을 갖춰 입은 헌관들이 홀기에 따라 예를 수행한다.

내가 본 것이 바로 조전례로, 대관령 국사성황신과 국사여성황신에게 풍농(豐農), 복덕(福德), 방재(防災), 무병(無病)을 기원하고 있었다. 이들이 드리는 기원의 일부에는 해방 이후 추가된 문구도 보인다.

'시정과 민생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市政民生 欲賴所願), 외지 손님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시장에서 물건이 활발하게 팔리기를 바랍니다.(外客雲集 市沽圓活)' 

홀기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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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는 찬인과 집사, 헌관과 축관의 자리 잡기, 폐백 드리기, 초헌관이 신에게 술 올리기, 아헌관이 신에게 술 올리기, 종헌관이 신에게 술 올리기, 신에게 올린 술 음복하기, 폐백과 축문 소각하기, 신에게 감사하며 보내드리기로 이루어진다. 제관과 집사의 선정, 제기와 제물 준비 등은 사전에 이루어지고, 진설은 제례를 진행하기 직전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제례는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조금은 어설픈 아이들의 관노가면극 
   
강릉단오제의 지정문화재 행사는 단오제례, 단오굿, 관노가면극이 있다. 조전제에 이어 단오굿이 이루어진다. 단오 굿당에서 무녀와 악사들이 함께 진행한다. 여자 무당이 악사들의 장구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을 추며 굿을 한다. 굿은 축원굿, 조상굿, 심청굿, 칠성굿, 용왕굿 등 20여 가지가 있다. 그런데 나는 이곳에서 단오굿을 보지 않고 관노가면극 공연장으로 간다.

중학생들이 벌이는 관노가면극의 시시딱딱이 훼방 마당
 중학생들이 벌이는 관노가면극의 시시딱딱이 훼방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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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관노가면극은 무언극이어서 누구나 이해할 수 있지만, 몸짓으로만 이루어져 그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점도 있다. 양반과 각시, 두 명의 시시딱딱이와 두 명의 장자마리, 10여 명의 악사가 춤과 동작으로 펼치는 연극놀이다. 모두 다섯 마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양반에 대한 풍자가 내용의 핵심이다. 먼저 장자마리가 놀이마당을 연다. 이어 양반과 소매 각시가 사랑을 한다. 이것을 시시딱딱이가 방해한다. 그러자 소매 각시가 자살소동을 벌인다. 마지막에는 양반과 각시가 화해하며 모두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그런데 아무래도 학생들이 하는 것이라 어설프다. 벚꽃이 한창 필 때 경포대 옆에서 연희하는 관노가면극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관노가면극은 오죽헌 상설공연장에서 토요일과 일요일에 관람할 수 있다. 이 공연을 주관하는 단체는 강릉 관노가면극 보존회다. 현재 이 단체는 예능보유자인 김종군씨가 이끌고 있다. 그 밑에 2명의 전수조교와 14명의 이수자가 관노가면극을 시연한다.

전문가들이 벌이는 강릉 관노가면극
 전문가들이 벌이는 강릉 관노가면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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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관노가면극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소매 각시의 자살소동 마당이다. 소매 각시가 시시딱딱이와 춤을 추는 것을 본 양반광대는 분통을 터뜨리며 시시딱딱이를 밀치고 소매 각시를 끌고 온다. 소매 각시는 양반광대에게 잘못을 빈다. 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은 양반 광대가 소매 각시를 계속 질책한다. 이에 소매 각시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양반광대의 긴 수염에 목을 맨다. 수염에 목을 매어 죽으려는 소매 각시의 결백 호소에 양반광대는 놀라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소매 각시를 용서한다.

씨름과 그네 그리고 투호

관노가면극을 보고 난 나는 이제 민속놀이장으로 간다. 그곳에는 씨름, 그네뛰기, 투호놀이 경연대회가 열리고 있다. 씨름은 젊은이들이 참가하고, 그네는 제한이 없으며, 투호놀이는 여자들이 한다. 씨름은 세 분야가 있다. 대학생부 단체전, 군인부 단체전, 일반부다. 내가 현장에 있을 때는 군인부 예선이 벌어지고 있었다. 젊은 군인들이 웃통을 벗고 모래판 주위에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인근 군부대에서 나온 장정들이었다. 이들은 심판의 호각소리가 울리자마자 힘을 쓰는데 순식간에 승패가 갈렸다.

씨름 경기
 씨름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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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는 그네를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복 차림의 선수들이 그네에 올라 진행요원의 지시에 따랐다. 그네는 가장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최종 승리자가 된다. 씨름이 남성적인 놀이라면 그네뛰기는 여성적인 놀이다. 그러나 남성들도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들이 하는 또 다른 놀이로는 투호가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성들이 읍면동 대표로 참여해 화살을 항아리에 던져 넣는 경기다. 공식적인 경연이 열리는 뒤쪽에서 연습을 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투호는 삼국시대부터 행해지던 전통놀이로, 편을 나눠 항아리에 화살을 더 많이 넣는 팀이 이기게 된다. 그런데 한복이 조금은 문제인 것 같다. 한복 추단하랴, 화살 던지랴, 정확히 넣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 외 이곳 강릉단오제에서 행해지는 민속놀이로는 줄다리기 대회, 윷놀이 대회 등이 있다. 

투호놀이
 투호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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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강릉 단오제, #단오제례, #단오굿, #관노가면극, #민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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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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