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8월 27일, 숙영이 기일이 마침 제 생일이더라고요. 100일 갓 지난 자기 아이를 두고 숙영이가 어떻게 눈을 감았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오늘 산재 신청에도 갑상선암에 불임, 유산까지 한 후배들이 함께 들어있는데, 더 이상 우리 같은 피해자가 없었으면 합니다." 

우비를 입고 마이크를 잡은 박아무개씨(41)는 울음을 삼키느라 자주 말이 끊겼다. 지난해 2월 유방암 판정을 받은 박씨는 백혈병으로 산재승인을 받은 고 이숙영(31)씨와 함께 일했다. 이들이 근무한 곳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 이곳에서만 백혈병, 유방암, 갑상선암 등 최소 3개의 희귀질병이 발병했다.

 지난 23일 반올림 및 피해자 유가족들이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23일 반올림 및 피해자 유가족들이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집단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삼성전자 반도체와 LCD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과 폐암 등에 걸린 노동자 10명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을 통해 집단으로 산재를 신청했다. 시간당 약 40㎜의 강한 비가 쏟아진 지난 23일, 반올림 활동가와 피해자 및 유족들은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의 질병이 산업재해임을 주장했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공장 내 작업환경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하며 빗속에서 약 한 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연 뒤 근로복지공단에 진단서, 경위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동료 19명 중 4명 불임... 여성 불임 최초 신청, 승인 여부는

이번에는 특히 삼성 반도체 산업 여성 노동자의 불임에 대해 최초로 산재를 신청, 승인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1997년부터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15년간 일해온 김아무개씨(36)는 지난해 4월 '상세불명의 불임' 판정을 받고 퇴사한 뒤 산재를 신청했다. 김씨는 이 외에도 자궁에 발생하는 희소병인 융모상피암과 갑상선 질환 판정 등을 받고 현재 투병 중이다.

반올림 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지난 6년간 반올림에는 생리불순과 무월경, 불임 등 다양한 피해 제보가 이어졌다"며 "여성이 불임이라고 밝히기 힘든 사회적 시선이 있기 때문에 제보되지 않은 피해는 더욱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올림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고 이숙영씨와 박아무개씨가 일한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3라인 엔드펩 공정에서 함께 근무했던 19명 중 4명이 불임 판정을 받았다.

 이번 산재신청에는 유방암으로 투병했던 박아무개씨(가운데)를 비롯해 10명이 포함됐다. 박씨는 "많은 동료들이 불임과 유산 등으로 고통받는다"고 말했다.
 이번 산재신청에는 유방암으로 투병했던 박아무개씨(가운데)를 비롯해 10명이 포함됐다. 박씨는 "많은 동료들이 불임과 유산 등으로 고통받는다"고 말했다.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한 집단에서 뇌종양이 다수 발생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올해로 31세인 이아무개씨(삼성반도체 근무)는 올해 1월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반올림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5월 악성 뇌종양으로 사망한 고 이윤정씨의 동료로 같은 공장에서 동일한 작업을 했다. 현재 해당 공정 출신의 뇌종양 피해자는 4명에 이른다.

이종란 노무사는 "(뇌종양은) 십만명 당 한명 걸릴까 말까 할 정도로 발병률이 굉장히 낮은 병인데 해당 공장에서만 네 명의 뇌종양 피해자가 발생했다"며 "근무 환경과 관련이 없겠느냐"고 반문했다. 공유정옥 산업보건전문의 또한 "삼성 반도체의 경우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상대적으로 (화학약품) 노출시간이 길 뿐 아니라 신제품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같은 날 대한문에서 고 황민웅 씨 8주기 추모제 열려

 같은날 열린 고 황민웅씨의 추모제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가장 오른쪽이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
 같은날 열린 고 황민웅씨의 추모제에서 피해 유가족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가장 오른쪽이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
ⓒ 유성애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오후 7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삼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 씨의 8주기 추모제가 열렸다(관련기사: 갓 태어난 딸 두고 떠난 '삼성맨 아빠'를 추모합니다). 오후 11시경까지 진행된 이날 추모제에는 일반인을 비롯해 피해유가족, 용산참사범대위,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20여개 시민단체 150여 명이 참석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3년 전부터 반올림을 후원중이라는 조아무개씨(41, 서울 성북구 정릉동)는 "노동자들이 이렇게 죽어나가는데도 삼성이 모르는 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라며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삼성이 주는 광고 때문에 백혈병 등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