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 시민단체가 지난 2007년부터 '사설 해병대캠프' 문제를 국방부와 감사원에 제기했으나, 두 기관 모두 이를 외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동·송파 지역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는 지난 2007년 해병대를 대상으로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의 철저한 이행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실제 군복을 입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니 해병대가 나서 이를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해병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단체는 비슷한 시기, '해병대 사칭 영리행위 단속 직무유기'라는 제목의 민원을 감사원에도 제기했지만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2007년 9월 위례시민연대의 민원제기에 따른 해병대의 답변.
 2007년 9월 위례시민연대의 민원제기에 따른 해병대의 답변.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30개 사설 캠프서 전투복 100벌 회수가 전부

위례시민연대는 2007년 9월 '사설 해병대캠프의 군복 및 군용장구 단속'을 요청했으나 당시 해병대는 '해병헌병단장'의 이름으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함을 군에서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관련기관에 통보하여 단속 활동 등을 실시토록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해병대는 사설 해병대캠프에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해병대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 당시 국방조사본부에 단속을 요청, 유사 전투복 100벌을 회수한 것이 전부였다. 사설 해병대캠프가 전국적으로 30여 개임을 감안했을 때 전투복 100벌 회수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다.

'군복 및 군용 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은 "군인이 아닌 자는 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구를 사용 또는 휴대하여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유사 군복을 착용해 군인과 식별이 곤란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하게 된다.

해병대에 민원을 제기한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당시 우리의 요청에 따라 해병대와 국방부가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만 잘 이행했어도 사설 해병대캠프가 난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랬으면 이번 사고도 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위례시민연대는 "(사설 해병대캠프로 인한) 신뢰훼손의 당사자인 해병대가 민간업체들을 대상으로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점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추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설 해병대캠프로 인해 해병대의 신뢰도가 떨어졌고, 이를 해병대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해병대는 "(사설 해병대캠프가) 해병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였다고 한 사실은 추상적인 것"이라며 "민간업체들이 국민들을 기망한 구체적 사실이나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형사 고소할 수는 없음을 알린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해병대 측은 위례시민연대의 민원보다 앞서 2007년 5월 "최근 사설업체들이 '해병대 훈련' '해병대 병영체험' 등 마치 해병대가 운영하는 듯한 명칭을 사용해 국민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민원의 답변과는 다소 다른 내용이다.

이득형 이사는 "학생들에게 군복을 입혀 놓고 훈련을 시키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해 당시 민원을 제기, 문제를 해결해고자 했다"며 "하지만 군이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안이하게 처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설 해병대캠프 홈페이지에 가면 다들 군복을 입고 해병대와 같이 행세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공유재산인 해병대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교련 수업이 없어진 지가 언젠데 군대도 아닌 곳에서 학생들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나"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단속, 군 소관 아냐", 감사원은 해군본부로 떠넘기기

2007년 위례시민연대의 민원제기에 따른 감사원의 답변.
 2007년 위례시민연대의 민원제기에 따른 감사원의 답변.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국방부는 사설 해병대캠프의 직접적인 단속은 군의 소관이 아니란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사 캠프를 직접 단속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군의 영역이 아니다, 국방부에서 단속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법률에 명시된 군복 및 군용장구 외엔 캠프 자체의 직접적 단속이 어렵다는 의미다.

감사원도 당시 사설 해병대캠프의 문제점을 제기한 위례시민연대의 민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으로 나타났다. 위례시민연대는 2007년 9월 감사원을 상대로 '해병대 사칭 영리행위 단속 직무유기'를 내용으로 한 민원을 제기했다. 공공기관인 해병대가 해병대를 사칭해 영리 행위를 하는 사설 캠프를 적절히 단속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감사원은 "해군본부에서 조사할 사항으로 판단되어 해군본부에서 처리하게 됐다"고 민원을 군으로 넘겼다.

이후 위례시민연대는 앞서 해병대로부터 받은 것과 같은 내용의 답변을 또 다시 해병대(해군본부 소속)로부터 수령했다. 명의만 해병헌병단장에서 해병대사령관으로 바뀐 상태였다.

한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2002년 특허청에 '해병대 아카데미' 상표 등록을 요청한 내용. 특허청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한 사설 해병대캠프에서 2002년 특허청에 '해병대 아카데미' 상표 등록을 요청한 내용. 특허청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 소중한

관련사진보기


한편 한 사설 해병대캠프는 2002년 '해병대 아카데미'의 특허 등록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특허청은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해병대는 이번 사고가 난 후인 지난 19일에서야 "해병대 캠프의 상표등록을 포함해 법적 제재수단이 있는지 법률 검토를 거친 후에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그:#해병대 사설캠프, #해병대, #감사원, #국방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