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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대 TV에 나온 박정희 대통령에게 욕설을 해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처벌 받았던 전직 공무원이 36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대구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A(71)씨는 지난 1975년 12월, TV에 나오는 전국 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박정희 XXX 독재는 곧 꺼진다. 저 XX는 김일성과 같다"는 등 욕설을 했다.

또한 새마을지도자대회가 마치 박 대통령 개인을 위한 꼭두각시 대회인 것처럼 왜곡 전파했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대구지방법원은 1976년 4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대구고법은 항소를 기각해 1977년 형이 확정됐다.

19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공포된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 또는 비방하거나, 유신헌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발의·제안 또는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행위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비상군법회의 등에서 재판해 처벌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는 1975년 5월 제정되고, 1979년 12월 대통령 공고로 해제됐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공포됐던 긴급조치 제1호, 제2호, 제9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4월 "긴급조치 9호는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긴급조치 제9호가 해제 내지 실효되기 이전부터 이는 유신헌법에 위반돼 위헌·무효"라고 선언했다.

A씨는 자신의 사건에 대해 재심을 신청해 받아들여졌고, 대구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강동명 부장판사)는 19일 A(71)씨에 대한 긴급조치 9호 위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5일 열린 재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해 긴급조치권의 목적상의 한계를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긴급조치 제9호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어 긴급조치 발동 요건 자체를 결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긴급조치 제9호의 내용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내지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해 소급해 효력을 상실했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법원은 당해 법령을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아가 형벌에 관한 법령이 폐지됐다 하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반돼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그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이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적용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이서 범죄가 되지 않는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정희, #긴급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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