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한테 먼저 받으려 하지 말고, 내 것을 먼저 내어놓자"라는 일념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봉사 하나로 삶을 살아온 이가 있다. '행복만나협동조합' 최회광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12일 만났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정부의 복지정책에도 불구하고,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만 되는 취약계층을 보듬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독거노인, 미혼모, 다문화가정,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을 지속적으로 돌보는 동시에, 이들의 자활까지 도모한다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취약계층, 그 중에서도 미혼모의 자활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희망가게로도 불리는 '도토리' 1호점(서울 홍제동 인왕시장 내 위치)이 새 단장을 끝내고 손님을 맞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토리는 지난해 6월 서울형 사회적 기업 일환으로 문을 열었지만, 올 3월 인가를 끝낸 행복만나협동조합의 출범과 함께 제2의 도약을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서울 홍제동 인왕시장 상가에 위치한 사회적 도시락기업 1호점 '도토리'
 서울 홍제동 인왕시장 상가에 위치한 사회적 도시락기업 1호점 '도토리'
ⓒ 김영욱

관련사진보기


'도토리는 프랜차이즈가 아닙니다'

이처럼 도토리는 영리를 추구하는 도시락 체인점과는 그 태생부터 다르다. 일반 체인점이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출발했다면, 도토리는 취약계층의 자활을 도모하는 데서 시작했다. 창업에 필요한 교육 외에도, 사회에 나가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것이다. 

"도토리는 프랜차이즈가 아닙니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행복만나협동조합이 출범했듯이, 여기(도토리)서 이 사람들(미혼모)에게 창업에 필요한 현장교육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도록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제2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최 회장의 얘기다. 그의 말처럼 도토리는 그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금전적, 물질적 지원이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줌으로서 미혼모와 같은 취약 계층들이 안정된 삶을 지속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는냐 하는 시험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작지만 큰 열매

도토리의 매출은 아직 미미하다. 한 달 평균 1000만 원 남짓이다. 주요 거래처도 인근의 신지식개발원 직원들과 상인들이 전부다.

도토리 1호점 멤버로 합류한 임옥연 씨와 딸 은영이
 도토리 1호점 멤버로 합류한 임옥연 씨와 딸 은영이
ⓒ 김영욱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비록 매출은 적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바로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의 자립이라는 알찬 열매들입니다. 아직 가시적인 효과는 없지만, 조만간 그 열매들이 영글어 익어갈 것입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2호점이 문을 열 예정입니다." 

현재 도토리에서 주문할 수 있는 제품들은 6000~10000까지로 가격대가 다양하다. 식당에서 직접 식사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이때에는 4000원만 내면 된다. 밥과 함께 국과 3가지의 반찬이 제공된다. 조리시설이 없기 때문에, 필요한 물품들은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한 반찬공장에서 매일 공급된다. 

최 회장은 "사회 곳곳에서는 불우한 이웃을 돕자고 외치고 있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입니다"며 "봉사는 아주 크지도 거창하지도 않으며, 도시락 하나를 주문할 때 바로 시민들의 봉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도토리, 확산 움직임 보여

행복만나협동조합은 도토리 사업외에도 한국음식업협동조합연합회 전국 시도 16개 지회의 특산물을 저렴하게 공급받아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한 유통구조의 합리화도 꾀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행복마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직거래장터가 자리를 잡았으며, 이를 통해 고단백 저칼로리의 메뉴의 다이어트 도시락도 개발 중이다. 이중 일부가 도토리를 통해서도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은 "16개 지회 회장들이 도토리를 모델로 삼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며 "행복나눔플러스와 연계한 사업 진행을 통해 도토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종사자들의 현실적 문제 고민할 때"
현재 도토리 1호점은 미혼모인 임옥연 씨와 딸 은영(6살)이가 지키고 있다. 임 씨는 지난 5월 이 사업모델을 개발한 가천대 인액터스 동아리를 통해 이곳에 합류했다.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설지만, 하나하나 배워가고 있습니다. 어린 딸 은영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아야죠. 도토리가 분명 저에겐 새로운 도전입니다."

임 씨의 집은 안산이다. 도토리가 위치한 인왕시장까지는 지하철로 2시간이나 걸린다. 힘든 출퇴근에 파김치가 될 것 같지만,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겠다"라며 야무진 포부를 밝히는 임 씨.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고통이 하나 있다. 은영이 교육문제다. 돌봄이 교사가 매일 오지만,  교사가 방문하지 못할 경우 딸과 함께 출근한다. 그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립을 위해 시작했는데, 자녀의 교육 때문에 그만둬야 한다면, 사회적 기업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행복나눔플러스란
지난 2001년 서울시의 비영리민간단체설립허가를 시작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철도청 은퇴 이후, 목사로서 제2의 삶을 걷고 있는 최회광 현 대표가 행복나눔플러스와 인연을 맺은 것도 바로 이 시기다.

그 해 9월 독거어르신과 차상위계층들을 위해 사랑의 반찬 나눔운동을 시작한 행복나눔플러스는 반찬, 쌀, 김장배추 등을 무료로 전달하였으며, 저소득층 청소년에겐 장학금을 지급했다. 2010년에는 다문화가정을 초청해 설날 민속떡국 잔치, 어르신 무료급식, 보일러 및 집수리 지원, 나눔이 있는 행복한 콘서트' 후원 및 어르신 초청 문화공연행사 등을 개최했다.

서울형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2011년에는 어르신 초청 미용 및 마사지 봉사, 행복나눔 사랑의 콘서트, 행복한치과 치아 치료 주선 및 케어, 사랑의 송편 나눔행사. 장애인 사랑나눔 행사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덧붙이는 글 | 소상공인 28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태그:#사회적 도시락기업 도토리, #행복나눔플러스, #최회광, #행복나눔협동조합, #도토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