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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1998년부터 고용센터에서 직업 상담 업무를 하고 있다. 이 업무도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추세다. 요즘에는 하루 보통 15명 정도의 구직자를 만나 그 중 1, 2명 정도와 심층적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며칠 전 상담했던 구직자 A씨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올해 22세의 여자인데 그간 동생, 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면서, 자아가 많이 상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기본 취업상담 과정에서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아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러던 중 오후 7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A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피시방이요."

위험하지만 집으로 가기는, 아니 집으로는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A를 보냈다. 전화번호를 주고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많이 약해져 있던 A는어느 기관에서도 이렇게 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눈물을 보이며 돌아가던 A가 다시 센터를 방문했다. 전날도 피시방에서 잠을 청했다고 한다. 여자 혼자 무섭지 않았는지 물어보았으나, 현재 본인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제야 깨달았다. 센터에 이런 취약계층을 위한 제대로 된 취업지원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둘러보니 대부분의 서비스는 민간 위탁되어 있다. 담당자의 상담 능력도 구직자의 특성에 맞춰 따라가기엔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A와 같은 여성들을 위한 제대로 된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전문적 상담이 가능한 인력들 충원이 많았으면 좋겠다.

직업상담 업무를 하던 초기 시절인 2000년대 초반 부산 사하구 지역에서 근무할 당시, 남자 장애인 구직자와 상담한 기억이 난다.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거동마저도 불편한 구직자였다. 그 구직자의 취업알선을 위해 내가 사용했었던 상담 틀(희망직종 파악→ 취업알선)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취업 상담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음을 요즘 들어 부쩍 느낀다. 

취약계층에 대한 취업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물량적(수치적)으로 취업 알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성적인 부분(취업의 목적과 같은 부분에 대한 심도 깊은 상담)에 대한 내용들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구직을 원하는 사람 모두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질 수 있는 시스템, 고용+노동+복지가 모두 따로따로가 아니라 통합되어 서비스되는, 취약계층 고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의 이런 이런 서비스를 이제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제공할 때가 된 것 아닐까.

이날 A를 위해 여성상담센터(숙식 문제로 교회가 운영하는 선교원에 문의함)로 전화를 걸었다. 내용을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목사님 말씀이 요즘 이런 내용으로 연락 오는 경우는 없었단다. 나중에 A가 오면 제대로 상담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직업상담 업무를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본인 페이스북과 연동하여 글을 올립니다.



태그:#취업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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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는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업상담원으로 지역민의 고용안정과 실업극복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고용서비스, 개별적 맞춤씩 고용서비스 등을 통해 우리 국민 한사람도 배제되지 않고 국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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