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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4번째 주인공인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대표
 7월 9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4번째 주인공인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대표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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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최초의 것을 많이 시도하면서 살게 되었다"는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의 스펙은 참 다양했다.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다음기획의 초대 CEO ▲부천시 문화정책 전문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 및 포럼 위원장 ▲전남대학교 문화예술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경기문화재단 기전문화대학 학장 ▲경상남도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초대원장을 역임...

요즘 젊은 청춘들이 말하는 토익, 해외봉사활동 등의 스펙과는 차원이 다른 다양한 중년의 스펙을 만들어 온 그가 이제는 마포구의 문화 복지 증진을 위해 마포문화재단에 대표로서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한단다.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고야 마는 김보성 대표는 젊은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요즘같이 정보와 지식이 급변하는 세상에선 한 조직에서만 평생 일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곳에서 젊을 때 할 수 있는 풍성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스펙을 만들어 나가라. 물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의 큰 틀은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재미있는재단이 주최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 14번째 주인공으로 나선 김보성 대표는 지난 9일 홍대 한 카페에서 열린 강연 자리에서 근래 문화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부천, 옥천, 옥천, 화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날 각 지역이 어떤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과 각 지역이 가진 구조적 약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사천 스토리'라고 정의 내리고, 그 속에서 자신이 새롭게 시도하고 성장시켜 온 문화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천스토리①-부천]

"이 사회에 필요한 문화적 생태계를 만들자는 원칙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김보성 대표의 첫 번째 지자체 문화정책 행보는 부천에서 시작되었다. 부천에 가기 전에 그는 문화운동권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그가 부천의 문화정책 전문위원으로 간다고 하니깐 문화운동권 중에는 "김보성이 드디어 투항하러 간다"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었다고. 그러나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신을 가지고 말했단다.

"내가 10년 동안 맨땅에 헤딩 밖에 더 했냐? 우리나라가 유럽처럼 문화와 사회적 공공의식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민간 기부제도가 발달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그 공공재원을 우리가 한 번 써보자! 저거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은데... 그러니 내가 한 번 해볼게!"

그는 기존에 습득한 문화와 예술의 전문성에 행정의 힘을 더해 지역문화예술의 고속도로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 원혜영 국회의원이 부천시장을 역임하면서 부천시의 문화정책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그는 복사골 문화센터의 틀을 만들었고, 부천의 주요 문화예술 사업을  실질적으로 꾸려나갔다.

물론 그 과정에 위기도 많았다. 그 당시 부천은 기존의 조직들에 의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한다. 공무원들의 위계질서로 인해 의사결정이 무척 오래 걸리기도 하였고, 윗사람의 눈치만 보지 아래 사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구조였단다. 때문에 새로 임명된 민선 시장이 '반 연구원, 반 민간전문위원'으로 구성된 '정책개발연구단'이라는 별개의 한시 조직을 만든다.

7월 9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4번째 주인공인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대표
 7월 9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4번째 주인공인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대표
ⓒ 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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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이 문화정책도시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자치단체장의 확고한 의지라고 한다. 원혜영 당시 시장(1998~2003 민선 제2, 3대 부천시 시장)은 숱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문화정책, 문화도시를 하겠다고 마음먹었고, 민간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자체단체장이었다고 한다. 

"부천은 행정이 주도해서 문화를 성공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문화정책이 성공한 지자체를 보면 자치단체장이 일관된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외부 민간 전문가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도 중요하다. 또 얼마나 유능한 공무원들이 이 일을 잘 만들어 내는가...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지자체는 성공한다. 대다수 단체장들이 말로만 해보겠다고 한다. 지자체장의 의지가 안 실려서 안 되거나 민간전문가가 행정적 관계를 전혀 설정하지 못해 공무원들과 갈등만 일으키기도 한다. 또 좋은 공무원들이 없는 경우에도 실패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후광과 변수가 있는데, 지역에 다양한 인력들이 있으면 좋은 필요 충족 요건을 갖추는 거다."

지금 부천은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부천 국제 만화축제, 부천 국제 대학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복사골 예술제 등을 만들어 낸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도시다. 그 최초의 중심에 바로 김보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성공적인 사례에서도 남들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약점을 지속적으로 찾고, 해결할 방법을 연구한다. 그가 지금의 김보성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끊임없이 약점을 찾고 그것을 보완하려고 한 노력 덕분 아닐까.

"행정이 주도한 도시의 약점은 단체장이 바뀌면 정책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지역사업은 지역의 정서를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념만으로 가치만으로 안되는 게 지역사업이죠. 그래서 지역사업이 어렵습니다."

[사천스토리② - 옥천]

옥천에는 국민가요가 되었던 향수라는 노래를 작사한 모더니스트 정지용 시인의 생가터가 있다. 참여정부 시절, 정지용 시인의 문학적 오라를 지역개발에 활용해보자는 취지로 지자체 개발에 30억이 배정됐고 '향수 30리 프로젝트'라는 공모사업이 시작되었다. 그 공모에 서울에 있던 '커뮤니티 디자인 연구소'라는 조금한 디자인 회사가 응모한 아이템이 선정됐다. 그 회사 대표가 김보성 대표에게 "문화예술교육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주민들을 매개 인력으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해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커뮤니티 디자인. 즉 예술가는 창작만 하고 향유자들은 감상만 하는 그런 구조가 아니라, 아예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 안에 향유자들이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구상했다. 전문가들이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활용하는 주민들이 디자인에 참여하는 것. 토론을 통해 기본 틀을 상의하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하자는 게 커뮤니티 디자인인 것이다. 그 최초의 실험이 바로 옥천에서 실행된 것이다.

그렇게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해 흉물이 되어 버려진 한 유원지가 '먼진 신세계'라는 예술 체험장으로 재탄생했다. 주민들과 논의해 커뮤니티 디자인이 들어갔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가 끝났다. 그리고 군수가 "고맙다"면서 연말에 파티를 열어줬는데 거기에 고맙다고 인사를 하러 나온 옥천 출신 지역 산업과 한 과장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시골에 30억이 떨어졌는데 보통 지역사회에 들어가면 도로 닦고, 건물 짓고 생색내면 끝나는 사업이고, 그 지역에 많은 건설업자들이 결국 개발사업으로 돈을 버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30억이 그렇게 안 쓰이고 공모를 통해 일을 맡은 서울에 있는 디자인 회사가 돈을 받아서 수리했다고 하니... 로비도 안 통하지, 그리고 그 돈을 지역사회에 쓴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개발업자들이 그 의미를 들쑤셨을 것이며, 지역신문이 계속 밟았을 것이며, 군수도 얼마나 많은 압력을 받았겠나? 그런데 그 압력 속에서 이 과장이 이 일을 해 온 거다... 이 사업이 다행히 성공을 했고, 그 당시에 그 북받쳤던 감정이 떠올라 울었던 거였다."

그리고 김보성 대표는 덧붙였다. "옥천은 반관반민의 힘으로 성공한 도시다." 그는 민간전문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는 공무원의 교육에도 누구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사천스토리③ - 춘천]

"춘천을 철저하게 예술가나 기획자가 주도한 문화도시다... 춘천은 그 동네 이미지가 좋아서 예술가나 기획자가 찾아 들어간 도시다. 그래서 강준혁이란 기획자가 춘천인형극제를 만들고, 유진규라는 마임이스트가 춘천마임축제를 만들었다. 공조직은 아무 것도 한 게 없었다. 뒤늦게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통해 축제 후원을 받았지만, 결국 예술가와 기획자가 들어가서 하다 보니 호반의 도시가 문화와 예술의 도시가 된 거다."

하지만 이렇게 기획자와 예술가가 주도해서 만든 성공한 도시에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약점이 있었다.

"아무리 인형극이 잘 된다고 한들, 아무리 마임축제가 잘 된다고 한들, 그것은 인형극단 사람들이나 마임을 하는 사람들끼리의 축제인 것이다. 만약에 이게 정말 지역 내 욕구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하면, 당연히 이 조직들 속에서 어떤 사업이 후속 사업으로 이어졌어야 한다. 주민들과 어떻게 함께 생활화 된 마임을 할까? 어떻게 생활화 된 인형극과 관련된 놀이를 할까? 이런 것이 연구가 되고 활성화 되고, 그것이 프로그램화 되어 축적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20회가 넘는 축제를 해왔지만 주민들이 축제의 실제 주체가 되어 활동한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는 최근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을 사퇴한 마임이스트 유진규에 대한 안타까운 기사를 되짚었다.

[사천스토리④ - 화천]

7월 9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4번째 주인공인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대표
 7월 9일 진행된 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 14번째 주인공인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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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은 저와 아무상관 없지만, 21세기 문화적 특성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문화적 성공 사례입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와는 다르게 창조력의 불꽃이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 되고 있다.

그는 "예술가 한 사람에 대한 이슈만으로 새로운 창조력의 불꽃이 발화가 되는 것이 21세기의 특징"이라며, 이외수를 소개했다.

"이외수라는 소설가의 SNS 메시지 하나로 지역이 뜨는 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21세기 SNS의 시대인 것이다."

실제로 이외수가 화천의 산천어 축제, 빙어 축제를 홍보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그 해 130만명의 관광객이 화천에 몰렸다고 한다. 그 덕분에 화천은 산천어, 빙어축제를 통해 벌어드리는 수익만으로 1년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변방에 있던 한 도시가 갑자기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시대가 바로 21세기인 것이다."

김보성이란 사람의 즐거운 시도는 어디까지일까? 그 끝은 알 수 없지만, 그는 진정 열정으로 똘똘 뭉쳐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디지털 노마드임이 틀림없다. 지역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문화예술분야에서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문화예술 기획자임이 분명하다. 김보성이라는 사람 때문일까. 앞으로 펼쳐질 마포의 문화예술적 행보가 기대된다. 또 어떤 즐거운 시도로 지역을 살아 숨 쉬게 할까?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대표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본다.

사람이야기전 소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은 사단법인 '재미있는재단'이 기획 주관하며, 오마이뉴스와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재단은 문화를 중심으로 즐거움을 나누기 위하여 만들어진 공동체입니다. 재미있는 재단의 다양한 사업들, 미국 MBA 진출지원 프로젝트 '개천에서 용났다'와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담는 영상 교육 프로젝트 '비추다'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사업들 중의 하나로 '재미있는 사람이야기 전'을 을 기획하고 전개해 가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람이야기전'은 매주 화요일 지속적으로 개최 됩니다.

먼저 문화계를 비롯한 궁금한 우리 시대의 인물로부터 점차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전시'하는 재미있는 사업입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옆의 텍사스아이스바(02-325-0088)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호프 한잔과 함께 편안한 대화의 장으로 진행되는 '사람이야기 전'은 누구나 스스로를 이야기 하거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날 그날 진행된 이야기는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일정 : 7월 23일 연극인 오세곤, 30일 문화답사전문가 윤재환 입니다. 8월 6일과 13일 아직 미정이고 20일 퍼포먼스 아티스트 김광철 27일 영화감독 정지영 입니다.




태그:#재미있는재단, #재미있는사람이야기전, #마포문화재단, #김보성, #지역예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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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재미있는재단' 전슬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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