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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7월 23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7주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지난 2005년 7월 23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가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삼성 본관 앞에서 열린 7주기 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 삼성일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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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3일, 서울특별시 삼성 본관 앞에서 흰색 소복을 입은 여성이 오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지난 2005년 7월 23일 사망한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36)씨였다.

삼성반도체에서 사내 결혼한 부부는 남편이 영문도 모른 채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면서 영영 이별을 고하게 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3년 7월 23일 오후 7시, '삼성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민웅 8주기 추모제'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린다.

이날 추모제에는 지난 14일 창립총회를 가지면서 삼성 무노조 신화를 깬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비롯해 대기업에 대항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등 35개 노조 및 단체가 참여해 규탄집회를 열 예정이다.

막내딸 태어난 지 1개월 만에 세상 뜬 아버지

지난 1974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한 고 황민웅씨는 1997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첫째 아들을 둔 그는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2004년 10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내가 막 둘째를 임신한 시기였다.

이후 황민웅씨는 아주대병원에서 10개월 동안 힘겨운 항암 투병을 벌였지만,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막내딸이 세상에 태어난 지 1개월 되던 때였다.

당시 정애정씨는 회사 측의 "개인질병"이라는 말을 믿고 2년간 삼성반도체에 더 근무하다 자녀들의 양육을 위해 2007년 퇴사했다. 그녀는 근무 중 틈틈이 공부해 취득한 유아보육자격증으로 어린이집 교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해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고 황유미씨가 사망하면서 삼성 백혈병 문제가 공론화됐다. 대책위에는 제보가 쏟아졌다. 정애정씨도 자신과 남편이 반도체현장에서 근무한 기억을 살려 남편의 사망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는 대책위(현재 반올림)·삼성백혈병 유족·삼성일반노조와 함께 삼성백혈병 산재인정을 위해 싸우는가 하면 삼성노동자들 돕기에도 적극나서고 있다. 하지만 노조 홍보도중 회사직원의 폭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벌금형의 기소유예에 처해지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관련기사: "옷깃 10초 잡았을 뿐인데 폭행죄? 왜 이러나")

아내 정애정씨는 삼성일반노조 등의 도움을 얻어 지난해 처음으로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추모제를 삼성 본관 앞에서 열었고, 올해 8주기 추모제를 대한문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삼성일반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열린 고 황민웅씨 7주기 추모제 당시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삼성 본관에서 추모제를 열려고 하자 사측이 미리 집회 신고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삼성일반노조 등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해 가까스로 추모제 3일 전 집회를 허가받기도 했다.

"추모집회 통해 삼성의 기만적 자세 규탄할 것"

현재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직업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70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고 황민웅씨처럼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이의 숫자는 37에 다다른다. 반올림 등에는 200명에 가까운 피해노동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 노동자들은 노조가 없어 일하다 억울한 죽음을 당해도 호소할 때가 없다"며 "노조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억울한 병마와 죽음을 제대로 알리고 진실을 밝혀낼 수는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어 "2007년 기흥 삼성반도체 여성노동자 고 황유미씨의 백혈병 사망이 사회적인 문제가 된 후 7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삼성은 백혈병 등 직업성 암 피해노동자 중 단 한 명도 직업병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직업성 암 발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화학물질 공개요구도 기업비밀이란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고 황민웅씨 8주기 추모집회를 통해 삼성직업성 암 피해노동자들에 대한 삼성의 기만적인 자세와 실태를 폭로하고 규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즉각적인 산업재해 인정과 삼성백혈병 등 직업성 암으로 고통당하고 죽어간 노동자들이 산업전사로서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삼성반도체 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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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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