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봉태규

▲ SNL 코리아 봉태규 ⓒ CJ E&M


3주 만에 시청자의 곁으로 돌아온 <SNL 코리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영화배우 봉태규가 호스트로 초대된 이번 <SNL 코리아>는 '셀프 디스'가 대세였다. 영화배우는 자신이 출연한 출연작을 알릴 때 대중에게 히트한 영화를 알리기를 바라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작품을 되새기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봉태규는 달랐다. 자신의 흥행작과는 거리가 먼 <가루지기> 혹은 <미나문방구>를 과감하게 언급한다. 150만 관객이 들어야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 <미나문방구>의 최종 관객스코어가 30만이라고 봉태규의 입으로 스스로 말하는 장면은 셀프 디스의 시작에 불과했다.

콩트 '울긴 왜 울어'에서 봉태규의 팬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가루지기>를 손꼽자 "가루지기가 뭐 어떠냐. 윤여정 선생님과 베드신도 하고 마을 아낙네들과도 베드신하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짓는다는 건 봉태규가 <미나문방구>에 이어 좋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가 <가루지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루지기>는 2008년 개봉 당시 저조한 흥행을 봉태규에게 안긴 영화다.

<가루지기>는 '울긴 왜 울어'라는 콩트로 단 한 번만 언급되지 않는다. '봉태규의 인생극장'에서 봉태규는 2008년에 영화 <가루지기> 출연을 제안받는다. 이 때 봉태규가 이 영화의 출연을 고사하느냐 아니면 선택하느냐에 따라 봉태규의 연기 인생 노선이 달라진다. 봉태규의 필모그래피 그대로 2008년에 영화 출연 제의를 수락하면 봉태규는 더 이상 영화배우로 기억되기보다는 에로배우로 기억되는, 퇴물 영화배우 대우를 받는 신세로 전락한다.

하지만 <가루지기>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는 가정 아래 봉태규는 5년이 지난 지금 월드스타로 대우받는다.  천만 관객이 들어선 <광해: 왕이 된 남자>와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하여 <지 아이 조>와 <레드>에 출연하는, 할리우드 스타와 함께 스타덤에 오르는 잘 나가는 국제적인 영화배우로 출세 가도를 승승장구 달린다.

그러나 국제적인 영화배우 봉태규에게도 백억 원의 출연료로 유혹하는 영화가 있었으니 바로 <가루지기2>였다. 백억 원의 출연료에 눈이 멀어 출연 제의를 승낙한 봉태규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 결과는 2008년에 <가루지기>를 승낙했을 때와 마찬가지 모습으로 술에 절어 사는 실의에 찬 봉태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야 만다.

월드 스타 봉태규가 <가루지기2>에 출연하지만 않았어도 월드 스타의 명성을 유지했겠건만, 그만 고액의 출연료에 눈이 멀어 <가루지기2>에 출연했다가 국제 스타의 명성을 한순간에 날리고야 말았으니 봉태규 영화 인생에 있어 <가루지기>는 그야말로 아킬레스의 건이 아닐 수 없었다. <미나문방구>의 저조한 흥행 성적을 자기 입으로 공개한 것에 이어 2연타석 셀프 디스가 아닐 수 없었다.

하나 봉태큐는 <가루지기>에 출연한 전력을 트라우마로만 남기지는 않고 있었다. 셀프 디스가 다가 아니었다. 변강쇠라는, 흥행에 참패한 영화 속 캐릭터를 자신의 아이콘으로 승화할 줄 알고 있었다. '봉태규의 편집 아카데미: 슬로우 모션' 편에서는 조폭 문신을 한 험악한 사내들이 있는 욕탕에 들어선 봉태규가 물을 튀겼다는 이유로 봉변을 당하는 목욕탕의 풍경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슬로우 모션으로 화면을 바꾸자 이번에는 정상 속도의 욕탕 화면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욕탕 안으로 들어서는 봉태규의 목욕 가운이 사라진 자리에는 봉태규의 대물에 압도되는 조폭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가루지기>에서 변강쇠로 분한 봉태규가 실제 생활에 있어서도 '대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희화하는 콩트다.

하나 더, '위켄드 업데이트'에서 보양식 연구가로 소개된 '봉강쇠'는 봉태규였다. 삼계탕과 용봉탕, 뱀탕을 소개하는 보양식 연구가 봉강쇠는 보양식으로 말미암아 튼튼한 체력을 자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저질 체력, 몹쓸 체력으로 겨드랑이에는 겨땀이 줄줄 흐르고 방송 중에 피곤을 이기지 못해서 곤히 잠든다. 심지어는 오줌도 지리는, '봉강쇠'라는 이름과는 정반대의 허당 끼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안겨다 주었다.

자신의 영화 경력에 있어 흥행 참패작으로 기록된 <가루지기>를 셀프 디스하는 차원에만 그치지 않고 봉태규를 아프게 만든 흥행 실패작의 아이콘인 '변강쇠'를 봉태규의 아이콘으로 만든 <SNL 코리아>는 봉태규의 셀프 디스와 변강쇠라는 트레이드 마크가 하나 되는 자리임에 분명했다. <미나문방구>에 이은 봉태규의 차기작은 흥행작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봉태규 SNL 코리아 가루지기 미나문방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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