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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님길'에서 맛있는 커피에 족욕까지 마친 우리 일행은 차를 타고 함백산 중턱에 있는 'O2리조트'로 갔다. 언제 와도 마음에 쏙 드는 곳이다. 시원하고 앞뒤로 전망도 좋고, 조용하니 여름 피서지로는 최고인 것 같다.

오랜만에 여행지에서 모인 친구들이라 리조트 2층에서 통닭과 맥주로 잠시 담소를 나누고는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일출을 보고 산책을 잠깐 한 다음, 2층에 있는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식사를 했다.
  
O2리조트, 국내에서 가장 높은 1,100미터 고지에 위치하여 무척 시원하다
▲ 태백시 O2리조트, 국내에서 가장 높은 1,100미터 고지에 위치하여 무척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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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술 한 잔으로 피로를 풀기는 했지만, 아침에 쓰린 속은 역시 해장국으로 풀어야하는가 보다. 황태는 무엇보다 숙취해소에 최고인 것 같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어제 방문했지만, 전체를 둘러보지 못했던 '365세이프타운'의 일부인 철암지구의 '강원도 소방학교'로 갔다.

오늘은 태백에서 가장 문화관광해설을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난 유명해설사인 '신동일' 선생이 동행하여 더 즐거운 하루가 될 것 같다.

김수종과 신동일 해설사, 신 해설사는 최근 8년간의 해설사 일을 그만두고 생업에 전념하기 위해 건설회사 일을 다시 시작했다. 아쉽다
▲ 기념촬영 김수종과 신동일 해설사, 신 해설사는 최근 8년간의 해설사 일을 그만두고 생업에 전념하기 위해 건설회사 일을 다시 시작했다. 아쉽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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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소방학교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소방공무원들을 위한 전문교육시설이지만 일반인도 단체로 예약 시 이용할 수 있는 안전교육기관이다. 상주하는 30여명의 전문 교관들로부터 심폐소생술·소화기 사용법·화재 현장 탈출법·항공기화재훈련체험·종합훈련탑체험·주택화재훈련체험·수난구조훈련체험 등을 익히고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우리들도 신나고 재미있게 교육을 받았다. 사실 나는 심폐소생술을 몇 번 간접 체험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서 좀 더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강원도 소방학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
▲ 태백시 강원도 소방학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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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공급이 중지되면 뇌는 4분이면 뇌사, 심장은 8분이면 멈추게 된다. 119구급대가 신고를 받고서 출동하여 현장까지 도착하는 시간이 평균 8분 정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긴급 사태 발생 시 주변에 있는 누군가 한 사람은 최소한 8분 정도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횟수가 1분에 90~100회 가량 되며, 온몸의 힘을 손목과 팔, 어깨에 모으고 힘차게 쉬지 않고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8분 동안 무려 700~800회 정도의 심폐소생술을 하려면 체력도 문제지만, 충분히 연습하거나 숙지하지 않으면 쉽지 않겠다는 판단도 들었다. 
 
365세이프타운의 일부인 강원도 소방학교
▲ 태백시 365세이프타운의 일부인 강원도 소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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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힘든 일이며,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았다. 정말 소방관도 구급대 일도 굉장히 힘들 것 같다. 소방학교를 둘러 본 나는 산언덕에 있는 건물 두 채를 발견하고는 그리로 가 보았다.

'태백선린교회의 광산연구소'라고 입간판이 서있는 건물은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멋지고 아름다웠다. 지은 지 40~50년은 되어 보이는 건물이 보기에 좋아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좌측 건물은 비어 있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어 보였고, 우측 건물은 안에 사람이 있는지 입구에 개 2마리와 인기척이 들렸다.
 
강원산업의 독신광부용 기숙사
▲ 태백시 강원산업의 독신광부용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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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연구소라고 하기에는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튼 연구소나 집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2층 건물이 너무 잘 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를 둘러보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다음에 기회를 잡아 사전에 연락을 하고 방문하는 것으로 하고 외부를 살폈다.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신동일 해설사에게 물어보니, "아! 저기 두 개의 건물은 예전 삼표연탄을 만들던 강원산업의 독신자용 숙소와 간부관사인데, 현재는 어느 교회가 인수하여 쓰고 있죠. 지은 지 40~50년 정도는 되었는데, 사실 잘 지어져서 지금도 수리를 좀하면 국내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광업소 숙소로 가치가 있는 곳이죠. 현재 태백시가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라고 했다.
 
탄광의 간부용 관사, 현재는 교회의 연구소로 쓰이고 있다
▲ 강원산업 탄광의 간부용 관사, 현재는 교회의 연구소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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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도 몇 개 남아 있지 않는 광부들의 숙소인데, 이곳은 간부들의 관사에 독신자용 숙소까지 거의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어 보존하여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보였다.

소방학교를 전부 둘러 본 우리들은 다시 차를 타고 철암역으로 갔다. 철암역에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무연탄 선탄시설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근대산업유산21호인 '철암역두선탄장'이 있다. 그리고 역전을 지나는 철암천에 기대여 지어진 11동의 '까치발 건물'이 또 다른 볼거리이기도 하다.

태백시는 연말부터 도로 확장공사가 시작되는 구간을 제외하고 태백역과 역두선탄장, 까치발 건물, 삼방동 벽화마을을 연계하는 '태백광산역사체험촌'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하고 있다. 특히 까치발 건물은 외형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는 수리하여 박물관 및 유명작가들의 설치미술을 전시하는 아트하우스로 개조하고 있는 중이라 기대가 된다.
 
철암역 앞에 있는 까치발 건물 11동, 반가운 발견이다.
▲ 태백시 철암역 앞에 있는 까치발 건물 11동, 반가운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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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은 개보수 공사를 진행 중인 까치발 건물의 안팎 사진을 찍고 이웃한 철암시장까지 살펴 본 다음, 철암역으로 갔다. 하루 이용객이 2~3명이 지나지 않던 이곳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중부내륙 순환열차인 '오트레인'과 백두대간 협곡열차인 '브이트레인'의 이용객이 늘어남에 따라 하루 800명 이상의 승객이 드나드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철암역 산악 관광열차
▲ 태백시 철암역 산악 관광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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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태백은 지역을 순회하는 시내버스는 물론 시티투어버스와도 체계적인 연계를 통하여 열차승객은 하루 종일 버스까지 무료 환승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에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도시락도 판매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철도와 연계한 태백시의 시티투어버스
▲ 태백시 철도와 연계한 태백시의 시티투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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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열차와 협곡열차는 특이한 모양에 가족단위로 관광이 가능하다. 산과 계곡을 편안하게 열차를 타고 가며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기쁨이 있어 인기 폭발이라고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한적한 시골 역을 크게 바꾸어 놓은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태백시 철도관광열차
▲ 강원도 태백시 철도관광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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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태백에 올 때는 열차를 타고서 탄광문화체험 형식으로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우리들은 '구문소(求門沼)'로 이동했다. 이곳은 세상 어디에도 쉽게 볼 수 없는 '물이 산을 넘는다(渡江山脈)'는 기이한 현실을 보여주는 곳이다. 다시 말해 여기는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山自分水嶺)'라는 대자연의 진리를 거슬린 곳이다.

보통 물은 산을 만나면 뚫지 못하고. 산은 물을 만나면 건너지 못한다. 이것이 천지간의 기본진리인데 구문소는 물의 입장에선 산을 뚫었고 산의 입장에선 물을 건넜으니 놀랍고 도 신기한 곳이다.

신동일 해설사의 설명에 따르면 "구문소의 전설 가운데 중국 하(夏)나라 우왕의 전설이 가장 재미가 있다. 중국 시조설화에 등장하는 삼황오제(三皇五帝)의 마지막 왕인 요순시대 순(舜)임금의 뒤를 이은 우(禹)왕의 이야기다. 그는 중국 최초의 세습왕조인 하나라의 시조다.
  
태백시
▲ 구문소 태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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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은 배달조선의 14대 환웅인 치우천황에게 치산치수(治山治水)를 배워 황하의 물길을 원만하게 터주는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천년이 넘도록 물난리를 겪지 않았다.

어느 여름 날, 조선 땅 태백에 대홍수가 일어났는데 물길이 막혀 천지가 물에 잠기고 사람들이 익사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주민들이 하늘에 기도를 올렸더니 우왕이 단걸음에 달려와 차고 있던 큰칼로 바위를 찔렀다.

이에 큰 구멍이 생겨 물이 빠져나가고 홍수를 면했다고 전한다. 그때 만들어진 구멍이 바로 지금의 구문소다. 그런데 너무 웃기고 재미있는 것은 구문소 바로 옆에 현재도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석굴 위 벽에 있는 글씨다.

지난 1937년 일제 강점기에 일인들이 착암기로 구멍을 뚫고는 길을 낸 곳이다. 이 길은 지금도 찻길로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인공석굴 위쪽 벽에 크게 '우혈모기(禹穴牟奇)'라는 글이다.
 
일본인들이 낸 길과 구문소
▲ 구문소 일본인들이 낸 길과 구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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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혈모기(禹穴牟奇)를 해석하면, '우왕의 굴과 기묘하리만큼 닳았다'라는 뜻이다. 태백의 주민들이 우왕의 도움으로 대홍수의 위기를 면했듯, 일인들은 자기들이 이곳에 도로를 내기 위해 구멍을 뚫은 행위를 우왕처럼 주민들을 위해 큰일을 했다고 우기는 의미의 글이다.

정말 교만하고 어처구니없는 글귀다. 사실 구문소의 인공석굴은 풍수적인 시각으로 보면 구문소의 석벽이 태백의 기를 끌어안아 보호하는 장막 역할을 하는 곳인데, 장막 가운데 구멍을 뚫어 기를 빼가는 형국이다. 다시 말해 산등성이에 쇠말뚝을 박은 것과 같은 행동으로 지기(地氣)를 파괴한 만행이다"라고 분개했다.

덧붙이는 글 | 6월 29일~30일 태백여행을 가다



태그:#태백시 , #구문소 , #365세이프타운, #강원도 소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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