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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순례를 마친 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보여주고 있는 성원기 교수.
 도보순례를 마친 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보여주고 있는 성원기 교수.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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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탈핵희망 국토도보 순례단이 모든 순례 일정을 마치고 9일 한낮 최종 목적지인 강원도 삼척시 성내동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지난달 6월 6일과 10일 사이, 그리고 6월 28일과 7월 9일 사이 모두 17일간에 걸쳐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 길천성당에서부터 삼척 성내동성당까지 총 327km를 걸었다. 이 순례단을 이끈 사람은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전자정보통신공학부 성원기 교수다. 성 교수는 "핵 물질이 인류와 공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핵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성 교수는 지난달 6월 6일부터 10일까지 휴일과 강의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혼자서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그리고 월성 원전이 있는 경주에서부터는 탈핵 강의로 유명한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와 함께 걸었다. 그렇지만 순례는 여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진행됐다. 그 후 성 교수가 도보순례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핵 단체 회원들이 함께 걷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래서 지난달 6월 28일에 다시 시작한 순례길에서는 13명이 같이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순례에 참여했다 떠나간 사람도 있다. 마지막으로 삼척 시내에 들어섰을 때는 약 100여 명이 함께 걸었다.

성 교수는 도보순례 중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러 사람이 지지를 보냈다. 부산과 경주, 울진 등 핵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지역과, 삼척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핵발전소 건설 예정구역으로 고시된 영덕 등지에서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핵발전소가 가져다주는 문제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성 교수는 그곳에서 핵발전소 때문에 불안에 떠는 주민들과 한수원이 저지른 비리에 분노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처음 순례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순례가 끝났을 때도 역시 '탈핵만이 희망이다'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삼척시에서는 2009년 말 이후,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핵발전소 반대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성원기 교수를 비롯한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교수 107명은 지난해 7월 30일, '삼척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은 당시 성명서를 통해, "핵발전소의 근원적인 위험은 원전 지역 주민의 헌법적 행복추구권에 대한 원천적 침해를 가져오고 주민들을 '암 발생률 증가' 등 실제적 위험에 노출시킨다"며, 김대수 삼척시장이 핵발전소를 유치하려고 하는 데 반대했다.

그 성명서를 발표할 당시, 성 교수는 핵발전소 건설에 찬성하는 일부 지역 주민들로부터 교수직에서 사퇴하라는 압력도 받았다. 성 교수의 반핵운동은 그렇게 시작됐다. 성 교수는 이번 순례에서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통해 더 많은 진실을 알게 됐다. 핵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지역에서, 그곳 주민들의 한숨과 탄식을 들었다. 그리고 삼척에 돌아와서는 다시 "삼척핵발전소를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9일 한낮 '탈핵' 도보순례가 끝난 뒤, 삼척 시내에서 성원기 교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삼척 시내로 들어서는 전국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삼척 시내로 들어서는 전국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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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기간 내내, 핵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도했다"

- 오늘 삼척의 날씨가 34도다. 순례 도중에 비도 왔는데 날씨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나?
"순례길에서는 비도 오고 덥기도 하고 그랬는데 6월 28일 이후 12일간의 순례 기간에는 날씨가 그런 대로 괜찮았다. 햇볕이 뜨겁고 고개를 오를 때 힘이 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날씨가 많이 도와줬다. 오늘 날씨는 무지 뜨겁다. 이 정도 기온이 계속 되면 못 걷는다. 도보 순례하는 데 오늘은 거의 한계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3일 전부터 이대로 가면 걷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15km에서 25km 사이를 걸었다. 그날의 순례는 보통 2시에서 3시에 끝났다."

- 하루 도보 길이가 비교적 짧다. 일정을 그처럼 짧게 가져간 이유는 무언가?
"순례라고 하는 것은 어떤 지향을 두고 기도를 하면서 걷는 것이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 성당에서 시작해 그 다음 성당까지 가는 데 15km에서 18km 정도 걸린다. 성당이 연결이 안 되는 곳이 두세 군데 정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인근 숙소에서 순례를 마치고 또 시작하곤 했다. 성당은 또 주변에 시가지가 형성돼 있어 (이번 순례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분들이 오셔도 숙식을 해결하기 적당한 곳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다 보니, 자연히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가 15km에서 25km 사이를 오가게 됐다."

- 이렇게 뜨거운 날, 삼척에 도착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음, 한마디로 얘기하면, 걷기 이전의 나로 다시 돌아가지 못할 거라는 느낌이 든다. 산티아고를 걷고 나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순례를 끝내고 난 뒤, 새로운 나를 발견한 느낌이다. 앞으로 힘이 닿는 대로 인류가 직면해 있는, (핵발전소와 관련한) 이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이다. (핵으로 인해) 지금은 인류가 계속 존속한다고 말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핵 물질과의 싸움을 앞으로도 어떤 형태가 되든 계속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순례 기간 내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었다. 도보순례를 하는 내내 행복한 기분을 느꼈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삼척 시내를 걷고 있는 전국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삼척 시내를 걷고 있는 전국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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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산티아고를 다녀온 적도 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편인가?
"많이 걷는 편이다. 2011년 안식년 때 제주의 한 감귤농장에 거주하면서, 3월 한 달 동안 집사람과 함께 올레길을 다 돌았다. 그때 한 400km를 걸었다. 이번 순례는 사실 산티아고 순례 중에 영감을 얻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4km마다 성당을 지어놓고 순례자들이 머물렀다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성당 주변에 순례자 숙소도 있고, 마트도 있고, 식당도 있다. 그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가 '아, 나도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순례를 하게 되면 성당에서 시작해 성당에서 끝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번 순례가 성당에서 시작해 성당에서 끝난 것도, 그 형식은 산타이고 순례에서 얻은 경험을 가져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물론 이번 순례의 주제는 산티아고 때와는 많이 다르다.
"탈핵이라는 주제가 워낙 큰 주제고, 절박한 주제다. 순례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우리가 핵으로 인해 큰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핵이라는 위험한 물질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은 발전한다고 하는데 핵이라는 물질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불안하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핵은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파괴시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류가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이 물질과 같이 가려고 하다가는 머지않아 무슨 큰 일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그런 일이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했다. 그래서 하느님께 '현재 우리에게 닥친 이 위험으로부터 자손을 지켜달라'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처음에는 나 혼자 순례를 떠났다."

삼척 시내를 걷고 있는 전국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삼척 시내를 걷고 있는 전국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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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인류의 생존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 처음에는 혼자 순례를 떠났다.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순례는 처음에 어느 분하고 협의한 게 아니다. 어느 날, 일본에서 반핵운동을 하는 분들이 삼척에 있는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에서 그분들이 활동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가 삼척에 오기 전에 핵발전소가 있는 고리와 월성을 지나 왔다는 거다. 물론 그분들은 그 길을 3일 일정으로 자동차를 타고 지나왔다. 그 모습을 보고, 일본 사람들이 참 열성적으로 반핵 활동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나는 핵발전소를 가본 적도 없다. 이건 무언가 잘못됐다. 그런 일들이 겹치면서, 순례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나 혼자 도보순례를 하면서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섰다. 그렇게 도보순례 기간 중에 내내 인류가 핵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렸다."

- 그러다 나중에 순례단을 형성하게 됐다. 어떻게 된 일인가?
"처음에 생각한 것은 나 홀로 떠나는 순례였다. 그런데 순례를 떠나기 바로 전날 저녁에 대부님한테 전화를 했다. 내가 '이러한 순례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학기 중에 한 5일 정도 걷고, 방학을 한 뒤에 다시 순례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때 대부님으로부터 '혼자 결정해서 가는 건 알겠는데 반핵단체에 순례를 떠난다는 사실은 알리고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에 메일을 보냈다. 그것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순식간에 여러 반핵단체와 소속 회원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순례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심지어 정보과 형사 귀에까지 들어갔다. 그래서 방학이 시작된 뒤 6월 28일에 다시 이어진 순례에서는 13명이 함께 걷게 됐다. 애초 계획에는 없던 일이지만, 큰 힘을 얻게 됐다."

삼척 시내를 걷는 도중, 생수로 갈증을 달래고 있는 성원기 교수.
 삼척 시내를 걷는 도중, 생수로 갈증을 달래고 있는 성원기 교수.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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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사람들을 만났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사람들은 아무래도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장길리(포항시 구룡포읍)에서 점심을 먹는데 현지 주민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이 내가 가지고 있는 (한반도가 그려진 탈핵희망 도보순례) 깃발을 보더니, 관심을 보였다. 그러고는 나보고 멀리서 와서 고생을 한다며, 식당에서 먹은 밥값을 치렀다. 그 마음이 무척 고맙고 힘이 됐다. 또 포항 시내로 들어서기 직전에 도로 위에서 한 여자 분을 만났다. 그 분은 길을 지나가다 말고 차를 멈추고 내려 2만 원을 건넸다. 이분이 내 깃발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이분이 시인이다. 이분이 나중에는 흥해성당(포항시 북구 흥해읍)에서 출발할 때, 순례에 참여해 우리와 함께 걸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서 다시 후배 시인을 데리고 와서 또 함께 걸었다. 이분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 핵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주민들과도 만났다. 지금 그 지역 민심은 어떤가?
"순례 중에 고리원전, 월성원전, 울진원전이 있는 지역을 들렀다. 그곳에서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지역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 고통. 또 그분들의 분노, 이러한 것들이 엄청나다는 걸 알게 됐다. 일부 지역은 빨간 현수막과 검은 현수막이 거리를 덮었다. 그 현수막에 '불안해서 못 살겠다', '비리 한수원 물러가라', '원전이 그렇게 좋다면 청와대 앞에 지어라',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면, 서울 여의도로 가져가라'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걸 보았다. 분노가 그렇게 표출되고 있다.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울진에서는 주민들이 마을에 암환자가 많다며 지자체에 자신들을 이주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지역의 한 군의원은 원전에서 사고가 날 때마다 이러다가는 무슨 큰 사고가 날 거라는 불안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심이 이런데, 정부가 원전 관련 정책을 이 상태로 끌고 나가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 지역 주민들의 삶의 환경이 거의 제로 상태다. 어쩔 수 없이 사는 거지, 누가 그곳에서 살고 싶어서 살겠나? 그런데도 주민들은 그곳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그대로 살고 있다. 고리에 가면 암건강검진센터라고 건물을 무척 크게 지어 놨다. 역으로 말하면, 그 지역이 그런 센터를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지역 민심이 불안을 넘어서 분노를 터뜨리는 단계다. 울진에 도착하는 날에는 사고로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이런 상태로 한수원이 언제까지 원전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스트를 쓴 채 걷고 있는 성원기 교수.
 마스트를 쓴 채 걷고 있는 성원기 교수.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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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투성이 한수원, 핵 확대 정책을 논할 때가 아니다"

- 이번 순례의 주제가 '탈핵'과 '삼척 핵발전소 반대'다. 삼척핵발전소 갖는 문제점을 짚어 달라.
"삼척핵발전소 건설 여부는 제2차 국가 에너지 기본 정책에서 결정된다. 이 문제는 박근혜 정부에 달려 있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가 원전 확대 정책으로 갈지, 그 반대로 원전 축소 정책으로 갈지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핵 물질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은 바꿀 수가 없다. 그 물질이 지구상의 생태계를 파괴한다. 플루토늄 같은 경우, 반감기가 수만 년 이상을 간다. 그것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범위밖에 있는 물질이다.

핵 물질은 생태계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것이 생태계 안에 들어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모두 사라지는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까닭에 인류 생존을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핵을 줄여가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삼척에 핵발전소를 건설하는 정책이 진행됐다. 삼척의 미래를 위해서도 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 핵발전소 확대 정책은, 삼척은 물론이고 사실상 인류의 생존을 포기하는 정책과도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이 시점에 박근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보나?
"나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달리, 원전 확대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본다. 더군다나 지금 한수원이 가지고 있는 저 정도의 도덕성으로는 원전을 더 짓겠다는 얘기를 더 이상 하기 어렵다. (삼척핵발전소처럼) 새로운 부지에 새로운 원전을 짓겠다는 것은 국민적인 동의가 필요하다. 삼척핵발전소 문제는 지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김대수 삼척시장같이 일개 지자체장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박근혜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원전 유지 내지는 축소 정책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

핵폐기물을 관리하는 문제는 더 큰 문제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 불가능한 상태다. 그런 이유로, 삼척핵발전소 건설은 백지화돼야 한다. 나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이명박 정부가 삼척을 원전 건설 예정 구역으로 고시한 것을 해지할 것으로 확신한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생태 지도가 바뀐다. 지금부터라도 청정에너지, 대체에너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

-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이 있다면?
성원기 교수
 성원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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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특히 왜곡된, 기형적인 에너지 정책이 문제다. 예전에 유럽에서 한 3개월 동안 체류한 적이 있다. 그곳 사람들은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산다. 그게 지속가능한 사회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더우면 춥게 살려고 애쓰고, 추우면 덥게 살려고 애쓴다. 그래서 원전이 없으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산업을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햇빛 사정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핵발전소를 포기하고 태양광 등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핵 반대 운동은 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 에너지를 낭비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체계도 문제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 요금은 너무 싸다. 가정용 전기 요금은 산업용에 비해 훨씬 더 비싸다. 산업용 전기는 원가보가 낮은 요금은 받고, 가정용 전기는 원가보다 높은 요금은 받는다. 이건 무언가 잘못 됐다. 우리나라의 큰 기업은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다. 우리는 지금 글로벌 기업까지, 전기 요금을 대신 내줘가며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거대 기업을 먹여살리는 꼴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그렇게까지 허약한지 의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전기를, 그리고 더 값싼 전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이득을 보는 건 결국 거대 자본이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살찌는데 국민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에너지 정책이 왜곡돼 있는 탓이다. 이런 상태로 무조건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구사하는 건 문제다. 이제는 핵발전소와 이별을 해야 할 때다. 현 정부가 결단을 내려서 핵발전소 축소 정책으로 가주기를 바란다. 국민은 안전하고 청정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지난 17일 동안 부산에서 삼척까지 걸어오면서, 내가 간절히 바란 게 그거다."


태그:#성원기, #삼척원전, #삼척핵발전소, #반핵,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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