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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출판 시장에서 '소설'은 어느 분야보다 오래 축적되고 그래서 강력한 콘텐츠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었다.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세상에서 보듬고 어루만져주는 '힐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겨울에 나와서 2011년 출판 시장을 지배했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2012년~2013년에 힐링 열풍을 계속 이어간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 등. 이에 발맞춰 '아프다', '청춘' 등이 들어가는 책이 쏟아졌고, 스님들의 출판 시장 진출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대부분 전하고자 하는 바가 비슷해, 몇몇 종들만 성공을 하였다.

한편에서는 과도한 힐링의 폐해를 지적하며, '인문학'을 부르짖었다. 이후 수백 권에 달하는 '인문학' 관련 또는 제목에 '인문학'이 들어가는 책들이 쏟아졌다. 대부분의 책들에서, 어렵다고 생각하는 인문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 쉽게 다가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금은 포화 상태에 빠졌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던 중 소식이 들려왔다. 2013년 여름 초입 때 쯤에 소설 기대작들이 쏟아진다는 보도였다. 무라카미 하루키, 댄 브라운, 정유정 등의 소설들이 거의 동시에 출간된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는, '출판사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에, 설마 동시에 내겠어? 다들 1위 후보들인데 말이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win-win 전략이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이 소설들이 뭉치면(?) 그동안 맥을 못추던 소설 분야를 충분히 견인하고도 남을 것이었다.

 정유정의 <28>
 정유정의 <28>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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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결전의 여름이 왔다. 먼저 타석에 들어선 이는 '정유정' 그녀는 2년 전 <7년의 밤>(은행나무)으로 대박을 치며, 2011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바 있었다. 이번에 들고나온 소설은 <28>(은행나무). 역시나 그녀 특유의 접속사를 철저히 배제한 단문체와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그리고 깊은 감동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면서 홈런. 아울러 <7년의 밤>까지 견인한다.

수도권 인근 화양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발생한다. 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달려온 소방대원까지 전염되고 만다. 전염병은 순식간에 퍼지고, 화양은 지옥이 되어 간다. 급기야 정부는 화양시를 봉쇄하고 마는데…. 그곳에서 벌어지는 28일 극한의 드라마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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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타석은 외국 작가끼리의 진검 승부. 일본의 자존심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와 미국의 승부사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문학수첩).

먼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일본에서 출간 7일 만에 100만 부가 팔리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팬이 많은데, 역시나 예약판매로만 종합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현재 어김없이 종합 1위에 올라 있다. 초대형 홈런.

철도 회사에 다니는 다자키 쓰쿠루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순례를 떠난다는 내용. 개인 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관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는 단순하고 조용한 초반에서 복잡한 중간을 지나 강렬함을 빛내며 끝을 맺는다.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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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일찍이 <다빈치코드>, <천사와 악마>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바 있는 그. 그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건 기정화된 사실이다.

이번 작품도 어김없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은 2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분위기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소재, 거대한 음모 속에서 발버둥치는 인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진행 등.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겠지만, 미스터리하고 매혹적인 작품임에 분명하다. 홈런.

이번에도 어김없이 주인공은 '로버트 랭던' 교수이다.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져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과 관련된 거대하고 위험한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이가 바로 그인 것이다. 랭던은 자신을 위협하는 추격자를 따돌리고 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 음모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다.

 김진명의 <고구려>,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
 김진명의 <고구려>,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
ⓒ 새움, 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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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5월 달에 출간되어 미리 달궈놓은 소설이 있다. 김진명의 <고구려 5>(새움). 2년 전 출간된 <고구려 1>부터 시작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시리즈. 고구려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까지 다섯 왕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고구려 5>는 고국원왕에 대한 이야기이다. 재미 하나만큼은 보장하는 김진명 소설가이다.

또한 2년 전 출간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북로드)이라는 스릴러 소설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등극한 넬레 노이하우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한국에서 그동안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유럽 작가로, 이후 유럽 스릴러의 열풍을 주도했다. 이번 6월에도 <사악한 늑대>(북로드)라는 스릴러 소설을 들고 나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 너무 비슷한 느낌의 소설만 쓰는 경향이 있어 훗날이 불안하다. 자기 변화에 조금은 소홀한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라, 네이버에서 연재되며 수 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 시리즈가 7월 중순 출격 대기 중이며,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창비),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솔로몬의 위증>(문학동네)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찍이 3월에 출간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 브래드 피트가 제작과 주연을 맡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세계대전 Z>의 원작인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황금가지)도 건재하다.

겉에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위의 소설들을 출간한 출판사들의 면면을 보면, 우리나라 굴지의 출판사들이다. 특히나 외국에서 이미 입증된 소설을 번역출간한 출판사들은 언제나 비슷하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판권을 사오고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마케팅을 하니, 중소 출판사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럼에도 위의 소설들이 이 길고긴 여름밤을 확실히 책임질 소설들임에는 분명하다. 소재와 주제, 문체와 분위기, 스타일과 추구하는 바가 가지각색이니 골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소설' 붐에 뛰어들어보는 것이 어떠신지?

한국출판인회의가 2013년 6월 28일~7월 4일
국내 주요 서점 8곳의 서적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
1.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무라카미 하루키・민음사)

2. 꾸베 씨의 행복 여행(프랑수아 를로르・오래된미래)

3. 28(정유정・은행나무)

4.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샘혼・갈채나무)

5.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쌤앤파커스)

6. 해커스 토익 리딩(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7. 인페르노 1(댄 브라운・문학수첩)

8. 고구려 5-백성의 왕(김진명・새움)

9. 여덟 단어(박웅현・북하우스)

10. 해커스 토익 리스닝(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11. 해커스 토익 보카 증보판(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12.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신경숙・문학동네)

13.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이근후・갤리온)

14. 사악한 늑대(넬레 노이하우스・북로드)

15.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61(송도수, 서정은・서울문화사)

16. 닉 부이치치의 플라잉(닉 부이치치・두란노)

17. 가슴 청년, 희망을 도둑맞지 마라(최용주・공감)

18. 세계대전 Z(맥스 브룩스・황금가지)

19.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서천석・창비)

20.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강세형・쌤앤파커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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