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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누렁이 버스커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에 마음을 다 주는 순정파 버스커
▲ 도사누렁이 버스커 눈길 한 번, 손길 한 번에 마음을 다 주는 순정파 버스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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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가 크고 귀가 늘어지고 주둥이가 검은 누런 개들을 우리는 보통 도사누렁이라 부릅니다. 도사누렁이는 육견 업자들이 근수를 늘여 수입을 올리기 위해 토종 황구에 여러 덩치가 큰 경비견, 사역견, 도사견을 섞어 만들어 낸, 흔히 고기로 사용되는 식용개 농장의 육견에게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들은 간혹 사람을 물어 죽였다는 뉴스로, 사육농장을 탈출하여 동네 개들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개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도사누렁이 울라와 버스커를 알게 되면서 이들이 어떤 종류의 개들보다도 영민하며 온화한 성품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싸움이 벌어지는 동물보호소. 하지만 울라와 버스커는 화를 내지 않습니다. 분노도 하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서 싸움이 과한다 싶으면 그저 육중한 몸을 일으켜 한 바퀴 '휘~ 이' 도는 것으로 싸움을 무마시키는 기지를 발휘합니다.

보호소에서 가장 시끄러운 급식시간에도 의젓합니다. 배고픔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충분히 겪어 본 개에게는 결코 쉽지 않는 행동인데 울라와 버스커의 참을성과 인내는 한결같습니다.

강아지와 큰 개의 모든 애교를 다 가지고 있는 도사누렁이

도사누렁이 울라  다소곳한 자세로 언제나 기품이 흐르는 울라.
▲ 도사누렁이 울라 다소곳한 자세로 언제나 기품이 흐르는 울라.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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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는 없을 것 같다고요? 천만이에요~ 사람 손바닥만 한 큰 발로 가슴에 콕! 도장을 찍고 가슴에 안겨오면 묵직한 황홀함을 주기도 합니다. 또, 시커먼 얼굴을 불쑥 들이대며 뽀뽀하는 앙큼함, 긴 꼬리를 철썩이며 다가와 깊고 그윽한 눈망울로 수줍게 말하는 순진함까지 녀석들은 작은 강아지와 큰 개의 모든 애교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늘 감탄하는 부분은 힘 조절인데요. 30kg이 넘어가는 몸무게로 장난을 걸어오면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그걸 아는 듯이 완급 조절을 잘합니다. 발바닥에 뭍은 흙 때문에 얼굴이 더러워지긴 하지만, 한 번도 상처를 낸 적이 없습니다.

도사누렁이 울라와 버스커를 마음 깊이 사랑하면서 식용으로서의 가치로 존재하는 그들에게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연민과 책임에 대한 강한 절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사누렁이 울라  가끔은 흐트러질 줄도 아는 융통성이 있는 울라
▲ 도사누렁이 울라 가끔은 흐트러질 줄도 아는 융통성이 있는 울라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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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라와 버스커는 2012년 5월, 한 시골 마을에 방치된 식용개 사육장에서 구조되었습니다.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개 사육장에는 20여 마리의 도사누렁이들과 진도 혼혈견들이 먹이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여 앙상한 뼈를 드러내고 있었고, 굶어 죽고 질병에 걸려 죽은 개들의 사체가 군데군데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뚫린 뜬장의 바닥 쇠망에 몸이 끼인 채 굶어 죽은 개도 있었습니다.

개 주인은 시내에서 건강원을 하는 사람으로 산 속에서 개들을 기른 뒤 건강원을 통해 개들을 판매해 왔는데 건강원을 접으면서 개들을 방치해 왔다고 하였습니다. 이후 이들의 소유권은 관할지자체로 넘겨졌고, 동물자유연대는 지자체 보호소의 보호기간인 10일을 연장시켜 이 기간 동안 개들의 입양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과 단절된 산 속의 개들은 사육장 인근 마을에 설치된 임시견사로 옮겨졌습니다.

뜬장에서 나고 자라 땅을 밟아보는 것이 어색하고 낯선 사육장의 개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땅 위에 서 있음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 동료와 어울려 땅바닥을 뒹굴면서 장난을 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한 것인지 이들은 서서히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식용개 사육장  어린 강아지들의 다리가 다 빠지는 뜬장
▲ 식용개 사육장 어린 강아지들의 다리가 다 빠지는 뜬장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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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의 보호기간은 품종이 없고 몸집이 큰 대형견의 입양을 진행하기에는 아주 촉박한 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들의 사연이 모 방송 프로그램에 방영되어 입양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약속한 기일을 앞두고 반 이상이 입양이 되지 못하고 여전히 임시견사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임시견사의 개들을 돌보아 줄 관리인을 채용하고, 관할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보호기간을 다시 한 번 더 연장시키며 입양에 총력을 쏟았습니다. 어느덧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고, 임시견사에는 3마리의 개들만 남았습니다.

사육장의 도사누렁이로 태어나 이름을 갖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개들이 천운으로 가족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입양자들은 이들의 온순하고 순진한 성품과 사교성이 놀랍다는 소식을 자주 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입양을 잘 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울라와 버스커의 경우, 소 축사로 잘못 입양돼 다시 임시견사로 환수조치를 내렸습니다. 녀석들을 옮기기 위해 축사기둥에 묶여 있는 엉킨 줄을 풀자, 그 중 한 녀석이 반갑다며 꼬리를 칩니다. 뜬장에서 나고 자라 땅에 발을 딛고 걷지 못하는 녀석을 옮기려 하자, 제 앞발을 내 어깨에 척척 걸칩니다. 뒷다리로 점프하여 올라타며 수줍게 뽀뽀를 합니다.

입양 간 도사누렁이 이천으로 입양 간 도사누렁이 영심이
▲ 입양 간 도사누렁이 이천으로 입양 간 도사누렁이 영심이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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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개와 사랑에 빠졌었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습니다. 현실적으로 도와주기가 힘든 식용이라는 제도 안에 갇힌 비운의 개들…. 주둥이 까만 불쌍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던 추상적인 이미지가 무너졌습니다. 바로 코앞에서 내 목에 앞다리를 두르고 매달려 가슴팍을 파고드는 녀석들. 저는 순식간에 이 도사누렁이와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북받침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 버스커는 그날로 바로 서울로 올라오게 됩니다. 한 십년은 사람과 함께 차도 타보고 살아 본 듯한 버스커의 능청스러움에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일주일 뒤엔 버스커와 함께 소 축사에서 데리고 나온 울라도 서울로 왔습니다.

순식간에 도사누렁이와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도사누렁이 버스커 청소를 시작하면 방해가 되지 않게 집으로 들어가 기다리는 의젓한 버스커
▲ 도사누렁이 버스커 청소를 시작하면 방해가 되지 않게 집으로 들어가 기다리는 의젓한 버스커
ⓒ 동무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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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마리는 동물자유연대 복지센터에 입소되고, 임시견사에 남아 있는 3마리의 개들은 더 이상 입양진행도 되지 않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 보호센터에 빈자리가 없어 월별로 생활비를 지불하는 사설보호소에 위탁시켰습니다.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대황이, 인상이 강렬해서 인상이, 복 많이 받으라고 다복이라고 이름도 지었습니다. 이 중 대황이가 얼마 전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처음 도사누렁이를 접하는 보호소 소장님께선 사나운 인상과 40kg가 넘는 어마어마한 덩치에 기겁하셨지만, 이후 대황이의 입양까지 고려할 정도로 녀석에게 푹 빠졌습니다.

이들에겐 우리가 잘 몰랐던 다양한 매력과 상상하지도 못했던 품격이 있었습니다. 단지 먹는 개라고 치부하며 눈과 귀를 닫기엔 이들의 매력은 끝이 없었습니다.

사육장의 어린 도사누렁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천진한 미소로 함께 어울려 장난을 치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1초. 더는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어떤 구김도 없어 보이는 순진하고 착한 강아지들의 미래가 암담하여 그 광경이 불편했고, 그 어떤 처참한 광경보다도 암울하고 슬퍼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대부분의 방학을 과수원 하는 외가에서 보냈습니다. 외가에는 흔히 똥개라고 부르던 3~4마리의 개들과 고양이가 항상 있었습니다. 개들과 고양이는 하루 종일 자유롭게 다녔습니다. 개들은 할아버지의 담배 심부름 길을 항상 함께해 주었습니다. 가마솥 뚜껑 위를 건너다니며 놀던 아기 강아지들은 어느 날 뚜껑이 열려 있는지 모르고 놀다가 모두 뜨거운 물에 빠져 죽기도 했고, 경운기에 깔려 죽기도 했으며 죽으면 거름덩이에 묻혔습니다.

개 사육장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개 사육장
▲ 개 사육장 산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개 사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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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가고 집으로 돌아갈 땐 외가의 개들은 버스정류장까지 배웅을 나왔습니다. 난 이제 우리 집으로 가는 거야…. 그러니 얼른 돌아가라고 재촉해도 개들은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듯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여주며 어린 마음에 미안함을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다시 외가로 돌아가려면 30분은 족히 걸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방학이 왔고, 유난히 듬직했던 누렁이가 죽었다는 소식과 녀석을 또 거름덩이에 뭍은 할머니를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외가의 개들은 사람과 함께 살면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거나 또는 전염병으로 죽으면서 항상 3~5마리의 개체 수를 유지했고 크게 대접받고 살지는 못했지만, 존재 자체로 존중받으며 사람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다가 거름덩이에 묻히고 다시 흙이 되었습니다. 복날에 대한 아픈 기억 따윈 없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개를 먹지 않습니다. 이는 가까이 있는 개라는 동물을 먹는 것이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행동이라는 합의가 바탕을 이룹니다. 개라는 동물은 우리 삶 깊숙하게 파고들어 인생을 반려하는 반려동물의 위치까지 와 있습니다. 적어도 이런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며 그것이 반려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윤리, 감성, 연민, 동정심, 친근함의 자연스러운 발현입니다.

입양 간 도사누렁이들 화성으로 입양 간 도사누렁이 바다와 깜순이
▲ 입양 간 도사누렁이들 화성으로 입양 간 도사누렁이 바다와 깜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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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먹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 인간의 삶에서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일입니다. 반려견과는 다른 식용견이라 이름 붙여진 울라와 버스커에 그 정당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사육장의 개들은 병든 상태로 아주 짧고 불행하게 살다가 죽습니다. 사회성은 말살되고 높은 지각력은 오히려 더욱 심한 고통을 초래합니다. 사람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생략하고 내 마음대로 어림짐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식용으로 이용되는 개들의 모질고 거친 삶과 억압과 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도사누렁이 울라와 버스커와 함께 동고동락 한 지 1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근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을 제대로 보았고 진정으로 이해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주둥이 까만 착한 개의 도사누렁이를 변호합니다. 개 식용을 반대합니다. 허영과 오만이 없으며 충직하고 정직한, 뜨거운 가슴과 큰 사랑을 품은 울라와 버스커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인간보다 동물이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라. 고통은 인간과 동물에게 동일하게 고통스럽다. 오히려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돕지 못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 루이스 제이 카무티–

사육장의 도사누렁이들 공격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과 사람이 궁금할 뿐입니다.
▲ 사육장의 도사누렁이들 공격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과 사람이 궁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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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함께 나누는 삶)에도 올라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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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