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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검은 대륙 아프리카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광활한 대자연'이나 '투자 가치 있는 신흥 경제대국'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곤·질병 그리고 차별·소외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3년 밀알복지재단이 추진하는 캠페인 '우리의 눈은 아프리카를 향합니다'를 후원하며 지구촌 빈곤의 현주소를 전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말]
지난 4월 말, 밀알복지재단 사무실서 열린 간담회
 지난 4월 말, 밀알복지재단 사무실서 열린 간담회
ⓒ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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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에 걸쳐 에티오피아의 빈곤을 취재를 하면서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던 의문이 하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아프리카에 쏟아 부은 수조 원의 원조자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가 바로 그것. 물론 이에 대한 수많은 분석이 나와 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온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교수나 연구진이 책상 위에서 만들어낸 보고서가 아닌 직접 아프리카 구호활동에 참여했거나 그들과 함께 생활해 왔던 활동가들을 통해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지난 4월 말, 서울 강남구 수서동 밀알복지재단 사무실에서 아프리카 구호사업에 참여해온 활동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나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14년간 편물직업학교를 운영하며 구호 활동을 해온 김해영 국제사회복지사(현 밀알복지재단 해외사업부 아프리카 권역 본부장)을 비롯해 박충관·이유리·이희성·여동근·임민경 등 6명의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은 간담회 참여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

가난한 아프리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2조 원 이상의 원조 기금이 투입됐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대부분의 아프리카인들이 여전히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으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프리카의 빈곤'이라는 주제를 놓고 문제는 무엇이며 과연 대안은 있는 것인지, 국제사회복지사이며 밀알복지재단 아프리카 권역 본부장이신 김해영 본부장과 직접 구호 활동에 참여해 오신 활동가들을 모시고 토론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먼저 김해영 본부장에게 묻겠습니다. 9년 동안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서 편물학교를 운영하며 이들의 자립을 도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보츠와나에 가셨을 때와 지금의 보츠와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씀해주세요.

김해영 : "제가 보츠와나에 처음 갔던 1990년도에는 포장된 도로가 거의 없었고요. 전기나 통신 등 기반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1월에 보츠와나를 다시 방문했을 때에는 도로포장·전기·수도시설 등 기본 인프라가 거의 설치돼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번듯한 집이 몇 채 없었지만, 지금은 초가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변화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2012년 보츠와나가 DAC(경제협력개발기구)의 최빈국리스트에서 제외됐다는 겁니다. 경제수준도 개발도상국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냥 '착한 일'로만 접근하니 지속성 없어"

보츠와나 굿호프 마을에서 편물학교를 운영해온 밀알복지재단 김해영 아프리카 권역 본부장.
 보츠와나 굿호프 마을에서 편물학교를 운영해온 밀알복지재단 김해영 아프리카 권역 본부장.
ⓒ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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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츠와나의 발전은 아프리카 다른 국가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보츠와나 정부가 광물·관광수입을 통해 얻은 국가 수입을 국민들의 복지와 생활 향상을 위해 효율적으로 이용한 결과기 때문입니다. 보츠와나가 발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김해영 :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영국의 영향을 들 수 있습니다. 1966년 보츠와나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한 후에 영국식 교육을 받은 족장의 아들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보츠와나 정치가 영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영국식 교육이나 정치를 도입해서 그런지 비교적 부패가 적은 편입니다. 보츠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청렴도가 높은 나라로 국가 청렴도면에서는 한국보다 앞섭니다. 2011년 자료를 보면 한국이 43위였고 보츠와나가 32위였거든요. 저는 보츠와나의 성공요인은 청렴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로부터 부패가 시작되면,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잘살고자 노력해도 그 노력이 성공하기 힘드니까요."

활동가들 중 몇몇 분들은 아프리카에서 희망보다는 절망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수년간 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아프리카 현지에서 구호사업을 진행하면서 절망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언제 어떤 이유로 절망감을 맛보게 되는지 말씀해주세요.

박충관 : "처음에 구호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왜 구호를 하는가'라는 생각보다 구호사업 그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구호사업을 통해 지어진 학교가 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 왜 애써서 지어준 학교를 비워둬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됐지요. 접근 방식의 문제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빈곤 해결이라는 효과를 보기 위한 접근이 아니라 단순히 착한 일,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지속성이나 전문성을 가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전문성 없이 선한 의지만을 가지고 진행하는 구호사업은 본인의 만족감은 채워줄 수 있을지언정 현지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좀 더 전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사업이 효과를 드러낼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습니다."

"헌옷 기부, 그 나라 의류산업 망칠 수도 있다"

아프리카 구호사업개발 중인 박충관 부장
 아프리카 구호사업개발 중인 박충관 부장
ⓒ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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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습니다. 열정만 있고 전문성이 없다면 그것은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겠지요. NGO 활동가 입장에서 느낀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박충관 : "많은 NGO가 영양·농업·의료 등 각각의 분야를 나눠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느 NGO는 아이들 영양식만 주로 보급하는 사업을 하고 또 어느 NGO에서는 의료사업에만 집중하고 또 어디는 교육에 집중하고…. 그러다 보니 사업이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구호사업은 모든 사업들이 밀접한 연관성을 갖습니다. 사람 사는 일이 그렇듯 의식주가 모두 해결되려면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데 각자 특화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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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덫>의 저자 글렌 허드는 빈곤국들에 흘러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구호금들이 더 큰 장애물이라고 했습니다. 빈곤국이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들로부터 상당한 후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잠비아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아프리카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원조를 꼽으며 '죽은 원조(Dead Aid)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이나 저개발국 빈곤층을 돕기 위한 원조가 오히려 빈곤층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할까요?


김해영 : "헌옷 기부를 통한 지원이 현지의 의류사업·의류기술의 발전을 저해시키기도 합니다. 모기장을 기부하는 바람에 현지 모기장 공장이 도산한 경우도 있고요. 이는 선의를 가지고 하는 사업이 현지에서 어떠한 결과를 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일단 그들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주는 쪽 입장에서 편리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택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현지 조사를 통해 현지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난 뒤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프리카 현지인들도 충분히 어떤 사업을 스스로 진행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아프리카 현지에 빈곤층을 위한 병원이나 학교·공장시설을 만들어주지만 몇 년 가지 않아 방치되고 결국 버려지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이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들이 사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주인 의식을 갖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유리 대리
 이유리 대리
ⓒ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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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를 하다 보니 교육을 받은 아프리카 사람들 사이에서 원조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교육의 중요성이 실감되는 장면입니다. 아프리카 교육지원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유리 : "보츠와나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현지 교사들이 많이 양성됐고, 그들이 보츠와나의 교육을 이끌어나간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교육기자재·학용품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필요한데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학교 건설사업이 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현지주민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현지 교사들 양성과 현지 교사 주도의 교육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 나라마다 추구하는 교육 정책과 교육 목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 나라의 민족성이나 역사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교육 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요. 또한 자칫 강대국에 의한 교육 식민화 등의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NGO의 교육정책 참여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인정해주는지 궁금합니다.

이유리 : "교육사업은 주로 일반적인 인권(UN세계인권)의 개념에 입각해 진행됩니다. 정부기관과 소통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건 교육뿐 아니라 다른 어느 분야도 같을 것입니다. 교육에서도 다르지 않아서 많은 서류와 복잡한 절차가 요구됩니다. 사실 무엇하나 쉽지 않아요."

이희성 : "저는 에티오피아에서 교육청 인사를 만났습니다. 몇 가지 교육현실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기관장 급 되는 사람이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더군요. 콩나물시루같은 교실에 4부제 수업, 교사의 자질 부족과 책임감 부족 등 문제를 알고 찾아갔지만 그 인사는 '너무나 잘되고 있다'며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교육 공무원들이 교육에 대한 열의도, 관심도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부분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 아이들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그게 아프리카의 성장으로 이어지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먼저 비전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해 보였습니다."

가난을 상품화하는 사람들, 어떻게 해야 할까

에티오피아 한별학교를 찾은 이희성 주임
 에티오피아 한별학교를 찾은 이희성 주임
ⓒ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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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영 본부장도 보츠와나에서 편물학교를 운영해 보셨으니 잘 아시겠네요. 듣기로는 편물학교 운영 초기에 학교 문을 닫아야 했던 위기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김해영 : "제가 보츠와나에서 진행한 직업훈련교육사업은 국가에서 필요로 했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마을 사람들과 협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교육 당사자인 지역민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금방 등을 돌려버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업훈련학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방식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입식 혹은 상명하달식 교육을 하지 않았습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비효율적일지라도 정부나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1990년 당시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대신 학교가 안정되는 2~3년 후에는 한국인들이 모두 떠나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죽도록 고생만 하고 떠나라는 것이지만 그런 요구사항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 어디를 가나 '복지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복지의 수혜자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오히려 자신들의 가난을 상품화하는 경우인데요. 아프리카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에 실망해 현장을 떠났다는 활동가들도 있었지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해영 :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타국의 원조를 당연한 보상으로 여깁니다. 백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자신들을 착취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먼저 아프리카의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전체는 서구에 의해 400년간 유린당했습니다. 100년 전 만해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동물처럼 사냥돼 노예로 끌려갔고 아프리카 땅은 서구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했습니다. 노예상이나 식민지배자들은 이들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서구사회로부터 받은 착취와 박해에 대한 기억은 그들의 핏속에 유전돼 있습니다.

서구사회에서는 몇십 년간 그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예전에는 아프리카인들을 사냥해 사고팔았던 인간 사냥꾼들이 이제 와서 약주고 병원 만들어주고 사진을 찍어갑니다. 게다가 고마워까지 해달랍니다. 핏속에는 아직도 백인들에 대한 불같은 원망과 저주·두려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는 일이지요.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그들의 인식까지 이해하면서 구호활동을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하는 사업이지만, 아프리카 인들은 그것을 착취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희성 : "저도 에티오피아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착취에 대한 인식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지나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머니 머니' 하면서 돈을 요구했습니다. 거지도 아니고 겉보기에는 멀쩡한 사람들인데 마치 맡겨놓은 돈을 달라는 것처럼 당당히 달라고 하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아디스아바바에서는 법으로 구걸이 금지돼 있다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달랐습니다.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언제든지 채워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동근 : "에티오피아와 말라위를 방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무기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갔던 말라위의 한 마을은 마침 춘궁기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상황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마을 주변에 큰 호수가 있는데도 그 물을 끌어다 농사에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무기력하고 의지가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마을 전체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와 활력을 불어넣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뚝딱뚝딱 우물 파주고 기념사진? 의미 없다"

도로가 없는 오지를 헬기로 조사하고 있는 여동근 주임
 도로가 없는 오지를 헬기로 조사하고 있는 여동근 주임
ⓒ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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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경 : "조금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원조를 주는 국가와 받는 국가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프리카는 피해자가 모여 있는 대륙입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들 중에서 고위 공무원들은 또 가해자가 되지요. 이는 피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피해의식에 둘러싸여 자신들의 장점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 안에서 장점을 발견하고 원조와 자신들의 강점을 잘 조화해 나간다면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계속 과거에만 머물러 있으려 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죠. 이런 것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빈곤과 착취의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걱정스러웠던 또 다른 하나는 문명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은 순수의 땅 아프리카까지 '문명의 쓰레기'들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닐봉지·플라스틱·합성섬유 쪼가리부터 컴퓨터와 자전거·못쓰게 된 펌프까지…. 이러다 대륙 전체가 문명사회에서 버린 혹은 전달한 쓰레기로 가득 차는 것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김해영 : "먹고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환경까지 생각하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컴퓨터와 펌프 이야기를 하셨는데 아프리카에서는 관리나 수리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망가지면 버리면 그뿐이지 수리를 하거나 고쳐 쓴다는 생각을 하지 않지요. 문제는 원조를 주는 쪽에서 그런 아프리카의 문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바로 파트너십이지요.

도움을 주기 전에 마을을 조사하는 단계부터 지역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봐서 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NGO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한해서 최소한으로 개입해 지역구성원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마을에 우물을 하나 파준다고 할 때도 어느 날 갑자기 방문해서 뚝딱뚝딱 우물을 파주고 기념사진 찍고 철수해버리면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렇게 파놓은 우물은 저들의 것이 아니니까요. 적어도 마을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작은 힘이라도 보태게 하고, 돈이 없으면 나무하나 돌 하나라도 저들이 스스로 보태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그 우물은 정말 마을의 재산이 되고 주인의식을 갖고 관리하게 되는 겁니다."

이희성 : "이런 문제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NGO가 모금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후원자들의 목소리를 너무 의식한다는 것이지요. 아까 기념사진 이야기를 하셨는데 실제로 후원자들은 보여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물을 파주고 쌀과 빵을 주고, 옷과 컴퓨터, 자전거를 전달하고…. 저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주고 싶어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때때로 현지인들의 요구보다는 후원자를 위한 구호사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지요."

임민경 주임
 임민경 주임
ⓒ 밀알복지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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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 대 20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100의 원조 자금 중 80%는 원조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이고, 나머지 20%만이 실제 원조가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20%조차도 그들에게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이런 문제를 놓고 투명성이나 전문성의 부족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김해영 : "NGO가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그런 때문에 관료화되는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절차와 형식에 얽매이다 보니 비정상적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기부를 통해 조성된 후원금이기 때문에 더욱 양심적으로 지출돼야 합니다. 종사자 개인마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게 맞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토론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간담회에 모인 이들은 아프리카의 가난을 끝낼 당장의 묘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만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가지 구호사업이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가야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전달해 주세요. 밀알복지재단(02-3411-4664)에 전화하시면 후원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밀알복지재단 누리집]을 통해서도 사랑을 실천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울지마 아프리카, #밀알복지재단, #에티오피아, #죽은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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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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