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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 책표지 아프니까 청춘이다
ⓒ 팸앤 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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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란도샘으로 불리우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샘앤파커스)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지금,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희망과 공감 메시지다. 조지 버나드 쇼는 "젊음은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했을 정도로 젊음은 소중하고 또 소중한 인생의 계절이다. 젊음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이지만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혼돈의 계절, 예측불허의 시기이며 아무것도 규정되지 않은 시기,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야 하는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들에게 위로의 말로, 혹은 사랑이 담긴 따끔한 충고로,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지성의 언어로 격려의 메시지로 응원하고 있다.

"시계보다 필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삶의 성공이란 퍼즐의 마지막 피스를 채웠을 때 판가름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얼마나 빨리 가느냐'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나아가 나침반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거울이다. '지금 내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를 수시로 돌아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울보다 나침반을, 나침반보다 시계를 더 찾는다.

인생의 성공이란 커다란 한 번의 성취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승부로 직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획기적인 승부처, 전환점만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이것만 되면, 이때만 오면…'이라는 가정을 자주 한다. 가정하지 말고 실행하라. 하루하루 조금씩 남은 삶의 빈틈에서 꽃을 피워라. 그 시간의 빈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다. 시간은 영혼을 만드는 유일한 재료라고 했다."(본문 197쪽 중)

나이든 사람들은 그저 젊은이들의 그 모습만 보아도 돌이킬 수 없는 젊음, 그 싱그러운 모습이 그저 좋아보여서 '좋을 때다!'라고 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것을, 고뇌와 방황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채로 성장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 아픔과 고뇌와 힘겨움조차도 젊음이라는 것을, 그것마저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한편으로는 20대의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으로서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더 마음이 쓰이기 마련이다. 아들 혹은 딸이 겪고 있는 성장통을 함께 앓아줄 수도 없고 답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멀찌감치 서서 앓고 있는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내 아들 딸이 젊음의 그 한 시기를 통과 중이기에 그 또래들이 그냥 남 같지 않다. 힘과 격려를 줄 수 있는 반짝하는 대안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힘겹게 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들을 향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는 그래서 더 크게 공감을 유대를 이끌어내나 보다.

힘겨워하는 청춘들에게 란도샘은 학생들과 대학에서 부대끼면서 그동안 보아오면서 느낀 것들을 풀어놓았다. 청춘, 20대는 연마하기에 따라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광채를 내뿜는 원석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기에, 젊은이들이 짊어진 고민의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말한다.

"나는 대학에서 흔들리는 청춘들과 늘 부대끼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야 하는 아픈 그들을 따뜻한 위로의 말로 보듬어주고 싶었다. 화려한 시기를 마음껏 즐겨야 하는 청춘들을 뜨거운 격려의 말로 응원해주고 싶기도 했다. 이 소망을 담아 글을 쓴다. 더 가열차게 이런저런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처세 글이나, 대책 없는 감성으로 "걱정하지마, 다 잘 될거야!"하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가득한 글이 아니라 그대들의 영혼을 울리는 마음의 글, 그대들의 머릿속에 내리치는 따끔한 죽비 같은 글을 전해주고 싶다. 취업의 포로가 되어 하루하루를 조급하게 달려가는 그대에게 진정한 미래의 그림을 그려주고 싶다. 대학에 몸담은 선생으로서 공부든 취업이든 생활이든 연애든 그대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세밀하게 짚으면서 때로는 따뜻하게 위로하고 때론 엄하게 꾸짖어주고 싶다."

그는 권위를 앞세우는 대학교수가 아니라, 진짜 선생이 되고 싶은 교육자로서 조금이라도 더 살아본 인생 선배로서 사랑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꼭 한 번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0세쯤 된다. 란도샘의 인생시계 계산법에 따르면 80세 중 24세는 24시간 중에 오전 7시 12분이다. 생각보다 훨씬 빠른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집을 막 나서려는 순간'이다. 그런데 많은 젊은이들이 인생의 사계 중에 봄에 피는 '매화', 일직 피어나기만을 바란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저마다 다르듯이 나의 꽃을 피우는 계절은 따로 있다는 저자의 말이 와 닿는다.

미래가 이끄는 삶, 열망이 이끄는 삶, 꿈이 이끄는 삶을 살라고 란도샘은 말한다. 연봉으로 1달러를 받고 일하며 천문학적인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양보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돈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한 것이 아니라, 열정적으로 일했더니 돈이 생겨 있더라"고.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우선 가시적인 성과나 보기에 그럴싸한 현재에 좋아 보이는 것을 택한다. 자신의 가치와 열정과 보람을 기준으로 한 선택이 아닌, 보다 합리적이고 최적화된 듯한 넓어 보이는 길로 간다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인간의 세 가지 불행 중 첫 번째로 소년등과를 꼽았다(나머지 두 가지는 아버지 덕으로 좋은 벼슬에 이르는 것과 재주가 좋은데 글까지 잘 쓰는 것)고 한다.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소년등과)이 좋아 보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것. '소년등과 일불행'이라 하여 '소년등과 하면 불행이 크다'거나 '소년등과 부득호사'라 하여 '소년등과한 사람치고 좋게 죽은 사람이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 너무 일찍 성공하지 못한다고,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안달하지 말라고 그는 권고 한다.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다. 바로 코앞 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늦가을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는 되려 하지 않고 다른 꽃들은 움도 틔우지 못한 초봄에 향기를 뽐내는
매화가 되려고만 한다."

우리나라 영화제에는 있는데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는 없는 수상 부문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신인상이다. 신인상은 영화계에 데뷔한 첫 해에 가장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에게 혜성처럼 나타난 배우에게 주는 것인데, 미국 같은 경우엔 신인처럼 보이는 배우도 알고 보면 수많은 단역, 조연을 거쳐 오랜 경력을 쌓고 주연을 맡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빠른 성취에 주는 신인상, 하지만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주연상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청춘들이 '신인상'에만 연연한다. 훗날 주연상을 받기 위해 내공을 쌓겠다는 생각을 못한다.

"그대, 좌절했는가?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대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잊지 말라.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 따로 이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그대의 계절이 오면 여느 꽃 못지않은 화려한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그대의 계절을 준비하라."(본문 40쪽)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카톡으로 아들 딸에게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으로 좋은 내용을 띄우곤 했다. 편지를 쓰듯이.

"불안하니까 청춘이다
막막하니까 청춘이다
흔들리니까 청춘이다
외로우니까 청춘이다
두근러기니까 청춘이다
그러니까 청춘이다."

이젠, 란도샘의 또 다른 책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손에 들었다. 한 번 반한 작가의 책은 한 권만으로는 부족하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책표지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 오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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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 교수의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를 통해 '성장'이란 것이 고통을, 아픔을 수반한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청춘'의 시기가 좋은 것은(그들이 아무리 질풍노도와 같은 시기에서 힘들어한다 해도) 많은 가능성 때문이리라.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며 사는 김난도 교수, 일명 란도샘은 흔들리며 어른의 문턱에 선 젊은이들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 한다. 조금 먼저 어른이 되었고 그러나 어른 행세에 서투른 모습으로 열린 청자의 마음으로.

저자가 언급한 '모죽'이라는 대나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모죽은 씨를 뿌리고 5년 동안 작은 순이 나오는 것 말고는 아무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섯 번째 해가 끝나갈 무렵의 어느 한 순간부터는 하루에 몇십 센티미터씩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데 거의 25미터에 이르도록 큰단다. 땅속에서 뿌리를 키우며 도약을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가 오면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빨리 그리고 높이 나간다고.

젊은 시절은 '모죽'의 시간이다. 눈에 드러나는 것 보이는 것 없고 가시적인 성취도 없지만 그 어느 한 시기에 피어날 그때를 위한 온축의 시간이다. 암중모색의 시기이다. 그래서 많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모두의 삶이 순간순간마다 '모죽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다림 없이 인내 없이 되는 일이 그 무엇이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잖는가.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책을 읽는 중에 카카오톡 스토리 친구의 방에 이런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명심'. 이란 제목의 글로 퍼온 글이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어머니는 할머니 같은 어머니라고 합니다.
할머니는 손주를 향해 오직 사랑하고 기다려 주는 일만 하기 때문입니다.

가르치거나 답답해하는 엄마와 달리 할머니는 넌지시 지켜보면서
스스로 놀고, 깨닫고, 기뻐하고 지루해하는 놀이를 마치기를 기다립니다.
이렇게 기다려 주는 아이는 차분하고 독립적이며 호기심 많은 창조적인
아이로 자란다고 합니다.
어디 아이뿐이겠습니까. 어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기다림의 시간이 가르침의 시간보다 더 귀할 때가 많습니다. 기다림 안에는 사랑과
격려, 믿음과 희망, 평화와 성숙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는 '조용히 기다리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좀 더 기다려 보세요.
믿는다면 기다려야 하고 기다리면 좋은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놀랄 것입니다."

문득 '하나님의 물레방아는 천천히 돌아간다'(그러나 고운 가루가 되게 한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책, 캔 카이어의 <십자가를 바라보라>에서 언급된 미켈란젤로의 시도. "끌에 뜯기는/ 형체 없는 차가운 돌/ 자태가 살아나네/ 대리석이 깎일수록/ 형상이 돋아나네."

책을 읽고 난후 책 전체에서 내게 주는 교훈은 '기다림'이었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이, 아들 딸이 좀 더 신나게 역동적인 삶을 살게 할 수 있을까 나름 고민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카카오톡 스토리에 올린 글을 본 순간, 그렇구나,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전부구나. 기도하며 기다리는 것.

젊은 시절은 '모죽'의 시간이다.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모두 매 삶의 순간순간마다 모죽의 시기를 지난다. 어른이라 불리는 우리는 모두 어른일까. 어른이 되어져 가고 있다고 하는 게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불완전한 삶,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누구나 흔들리면서 성장하기에. 성장은 모죽의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다림 없이 인내 없이 되는 일이 그 무엇이랴.  '아프니까 청춘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어른이 아니라, 천 번을 흔들려야 겨우 어른이 된다. 흔들림은 어른이 되기의 여정'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 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 쌤앤파커스(2010)


태그:#아프니까 청춘이다, #천번을흔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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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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