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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진행되는 특별활동,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과 어린이집·유치원의 이윤추구 욕구가 만나면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최근 영유아사교육포럼을 발족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토론회를 열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특별활동 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내에서 진행되는 과도한 특별활동이 정작 당사자인 아동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어 아동의 정신적·육체적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도대표 송인수, 윤지희)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영유아사교육포럼 4회 연속 토론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특별활동 실태를 살핀다'를 열어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6월 25일 영유아사교육포럼을 발족하고 영유아사교육의 전반적 실태와 문제를 살핀 바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공도대표 송인수, 윤지희)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세미나실에서 영유아사교육포럼 4회 연속 토론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특별활동 실태를 살핀다'를 열어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6월 25일 영유아사교육포럼을 발족하고 영유아사교육의 전반적 실태와 문제를 살핀 바 있다.
ⓒ 이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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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유치원 아동 절반 이상이 특별활동 참여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과 이슬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의 주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 어린이집 아동의 55.2%, 유치원 아동의 55.7%가 1개 이상의 특별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 이용 영아와 유아 모두 특별활동 3개를 하는 경우가 13.6%와 20.4%로 가장 많았다. 유아는 4개 이상의 특별활동을 하는 경우도 19%로 꽤 높았다. 유치원 이용 유아는 특별활동을 1개하는 경우가 21.6%로 가장 많았다. 2개를 하는 경우는 11.6%, 3개와 4개를 하는 아동은 각각 11%대로 나타났다.

특별활동 과목으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영어를 가장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관별로 어린이집은 영어 68.9%, 체육 48.3%, 음악 38.3%, 미술 30.9% 순으로, 유치원은 영어 61.3%, 미술 40.5%, 체육 32.3%, 음악 24.5%, 교구 21.8% 순으로 나타났다.

특별활동에 지불하는 비용은 어린이집은 월 평균 5만5900원, 유치원은 6만5600원이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특별활동의 경우 무상보육과 누리과정과는 별개로 별도의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종의 사교육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어린이집과 유치원 내에서 특별활동이 실시되는 주요 요인에 대해 부모의 교육열과 편의성, 기관의 원아모집 및 이윤 추구가 맞물려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어린이집·유치원 특별활동 꼭 필요할까? 

'영어 특별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박숙현 수원 새동신유치원 원장은 "입학설명회 때 전문가를 초빙해 부모님들에게 영어 조기교육의 문제점을 설명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에 동의해주셔서 현재 3년 째 영어, 체육 등의 특별활동을 없앴다"며 "대신 한 달에 한 번 예절수업 특별활동만 진행하고 숲 체험을 하는 생태유치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특별활동은 아이들의 만족도가 더 중요하다. 교육의 효과는 나중에 보면 알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영어교육을 아무리 시켜도 초등학교에 보내면 그게 헛수고였다는 걸 알게 된다"며 "이미 10년 이상 그런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러한 경험이 영어 특별활동을 없앨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김성희 서울 구립 홍제2동어린이집 원장은 "특별활동은 기본적으로 안 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부모님들은 누리과정이 끝나는 오후 시간에 아이들에게 꼭 뭘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그냥 놔두면 잘 놀 수 있다"며 "그 시간을 유휴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어른들이 꼭 세팅을 해주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종일반에 두더라도 특별활동 프로그램에 넣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며 "주변 공원을 이용할 수도 있고 상황에 맞춰 어딜 가든지 주변에 아이들 놀 거리가 무수히 많다. 굳이 세팅해서 뭔가를 해주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립유치원에서 근무한다는 한 교사는 "학부모들이 요구하고 원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공립도 원아모집에 있어서 특별활동을 하고 안 하고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별활동을 안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학부모 욕구에 의해 특별활동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사실 어린 아이들에게 오후 프로그램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특별활동을 진행하다보면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인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유치원에서 뮤지컬영어, 오르프(음악), 체육 등 3가지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전체 원아 114명 아이 모두가 특별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활동하다 보니 이런 특별활동 프로그램이 아이들 발달에 안 맞는 경우가 있어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하거나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양미선 부연구위원도 "아이는 풀어놓으면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데도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뭐라도 하나 더 하길 원하고, 아이를 그냥 두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아 불안해한다. 그래서 뭔가 자꾸 해주길 바라고, 이런 특별활동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활동이 기관 이윤추구 수단으로 전락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특별활동이 기관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특별활동 하지 않고도 충분히 기관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측으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박숙현 원장은 "처음엔 주변 유치원 원장님들이 영어 특별활동을 안 하면 원아모집이 안 될 거라고 걱정을 했다. 실제 특별활동을 할 경우엔 교재비와 강사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이익금으로 운영비에 쓸 수 있는데 한 달에 몇 백만 원을 포기한 셈"이라며 "아이들을 위해 원아수를 줄이고, 교사 대 아동비율도 낮췄지만 그래도 원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주변 어린이집 원장들의 말을 들어보면 수익도 수익이지만 하루 종일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있다 보니 아이들도 힘들고 교사들도 지쳐서 특별활동 프로그램이라도 진행을 해야 숨통이 트인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제도적으로 기관 내 환경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희 원장은 "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특별활동을 하는 곳들이 있는데 어린이집이 자가 건물이 아닐 경우 운영에 무리를 줄 수 있지만, 원아모집이 되고 교직원 인건비만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면 보육료만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운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특별활동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부모에게 책임 부담을 전가할 게 아니라 정책적으로 낮은 표준보육단가가 아닌 실 보육단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미선 부연구위원도 "특별활동으로 이윤추구를 하는 이유는 자가 건물이 아닌 임대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때문에 임대료를 갚으려다 보니 그런 것으로 이는 진입장벽이 낮아서 생기는 문제"라며 "현재는 단지 내 어린이집이 있더라도 또 다른 어린이집의 허가를 내주고 있는 상황인데, 진입장벽부터 높이면 이윤추구를 위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게 줄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교육덕분에 행복해야 할 대한민국이 교육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 행복을 담보로 어린 아이에게 너무 심한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지금 어린아이들이 충분히 행복해야 어른이 돼서도 행복할 수 있다"면서 "수익을 위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차린 일부 기관도 문제이지만 큰 틀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학벌사회를 능력사회로 바꾸기 위해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육아전문지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사교육포럼, #특별활동, #어린이집,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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