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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검은 대륙 아프리카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광활한 대자연'이나 '투자 가치 있는 신흥 경제대국'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빈곤·질병 그리고 차별·소외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3년 밀알복지재단이 추진하는 캠페인 '우리의 눈은 아프리카를 향합니다'를 후원하며 지구촌 빈곤의 현주소를 전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편집자말]
에티오피아의 한 병원. 이곳에서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으려면 큰 경제적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에티오피아의 한 병원. 이곳에서 병원에 들러 치료를 받으려면 큰 경제적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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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병원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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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낫지 않으면, 환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병이 낫지 않으면, 환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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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달려가 진료를 받고 주사를 맞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먹는다. 약효가 좋아서일까, 사흘 치 중 하루만 먹어도 몸 상태가 금방 좋아지는 일이 잦다. 남은 약은 어디로 갈까. 대개 쓰레기통에 버리든지 아니면 냉장고나 서랍 안 깊은 곳에 내버려둔다.

이렇게 우리는 약을 쉽게 먹고 쉽게 버리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약조차 얻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병원 문턱에 갈 수 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는다. 비싼 병원비도 문제지만 병원에 오기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한 번의 치료를 위해 그들이 치러야 할 돈은 일주일치 가족 식사에 해당하는 값이다.

그 값을 치르고 치료를 해도 낫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게 되면 그 가족은 또 일주일을 굶게 된다. 다시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런 악순환 속에 살고 있다.

손쉽게 한두 잔 마신 커피... 그건 그들의 눈물이었다

원두를 손질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몰랐다. 커피의 쓴맛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눈물맛이었다는 것을.
 원두를 손질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몰랐다. 커피의 쓴맛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눈물맛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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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한 원두, 보기에는 운치있어 보이지만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로스팅한 원두, 보기에는 운치있어 보이지만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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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밥 한 끼 먹기도 어려운 그들의 힘든 하루에 비춰볼 때, 우리가 먹는 커피는 어쩌면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루에 밥 한 끼 먹기도 어려운 그들의 힘든 하루에 비춰볼 때, 우리가 먹는 커피는 어쩌면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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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커피를 마시는 어른들을 보고 그 모습이 너무나 멋있어서 옆에서 한 모금 살짝 마셨던 기억이 난다. 쓰디 쓴 커피. 그때 기억으로는 분명 내가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커피는 어른들만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훌쩍 커버린 나는 자연스레 커피를 마시게 됐고, 커피 속에 담긴 쓰디 쓴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 맛에 담긴 진실은 알지 못한 채 하루에 한두 잔은 일부러 찾아 마시곤 했다.

에티오피아에 다녀오고 나서 커피는 '에티오피아인들의 눈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관련기사 : 진짜 에티오피아 커피는 '슬픈 맛'입니다). 하루에 밥 한 끼 먹기도 어려운 그들의 힘든 하루에 비춰볼 때, 우리가 손쉽게 마시는 커피는 어쩌면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에티오피아의 빨래, 참 힘들어 보였습니다

빨리를 널어놓은 집
 빨리를 널어놓은 집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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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위에 널려 있는 옷가지
 나뭇잎 위에 널려 있는 옷가지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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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부족한 이곳 에티오피아에서 옷을 빤다는 건 꽤 힘들어 보였다.
 물이 부족한 이곳 에티오피아에서 옷을 빤다는 건 꽤 힘들어 보였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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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게 다 똑같겠지'라고 생각했던 에티오피아. 그들은 생각보다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취재하면서 관심 있게 보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빨래. 왜냐하면, 빨래는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적 시골 할머니댁 바로 앞에 있는 큰 저수지 한 귀퉁이에 동네사람들이 모여 빨래하는 모습을 종종 지켜보곤 했다. 할머니와 함께 손을 맞잡고 빨래터로 향하던 기억은 잊을 수 없다.

저수지에 빨래를 휘젓는 사람들, 넓은 돌판 위에 비누 칠한 빨래를 나무 방망이로 두들기며 삶에 찌든 때를 빼던 할머니의 모습, 빨래터 옆 물가에서 무더운 여름날 미역을 감는 친구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동네 작은 개울가에 옹기종기 모여 빨래를 하는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보며 문득 어릴 적 추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먹을 물조차 부족한 에티오피아에서 옷을 빤다는 건 참 힘들어 보인다.

딱 필요한 만큼만 쓰는 삶

딱 필요한 만큼 가져다 놓고 사는 에티오피아 사람들
 딱 필요한 만큼 가져다 놓고 사는 에티오피아 사람들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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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가게 안 풍경
 에티오피아 가게 안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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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뚜껑을 이용해 만든 장난감
 병뚜껑을 이용해 만든 장난감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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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비교적 살기 좋은 나라에 속하는 편이다. 24시간 열려 있는 건 응급시설이나 편의점뿐만이 아니다. 24시간 내내 놀거리도 널려 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나는 처음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때 '작은 편의점이 하나라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편의점에 가서 탄산음료와 빵으로 배를 채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작은 마을 딜라에는 편의점은커녕 제대로 된 가게조차 없었다(시내에 딱 하나 정도 있다는 말만 건네 들었을 뿐).

얼마 전 딜라에 채소 가게(그나마 제대로 된 가게도 아니었다)가 생겼다지만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이들의 먹거리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이곳에서 과자를 사달라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는 볼 수 없었다.

이들을 만나면서 '없어서 이만큼만 놓고 산다'는 생각보다 '삶에 딱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 놓고 산다'는 생각이 앞섰다. 필요 없어도 일단 챙겨놓고 살았던 내 모습과는 무척 상반된 모습. 그들에게서 삶을 배웠다.

끝없는 욕심으로 점철된 '우리'를 발견했습니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이 얼마나 행복한 곳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오직 가진 것을 지키려 하는, 끝없는 욕심으로 뭔가를 얻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눈을 돌려봐도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 수 있을 텐데…. 현대인의 모습에서 그런 시도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듯하다.

오늘 하루, 단 하루만이라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 '행복'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전달해 주세요. 밀알복지재단(02-3411-4664)에 전화하시면 후원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밀알복지재단 누리집]을 통해서도 사랑을 실천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울지마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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