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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또다시 전력대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원자력발전소 관련 비리까지 터지면서 전력난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있다. 지난 2011년 동북부 대규모 지진과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은 대규모 정전없이 위기를 넘겼다. 정부 정책과 시민,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참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는 오래 전부터 친환경과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것인지를 실험하고 있다. 3회에 걸쳐 이들의 실험을 전한다. [편집자말]
동일본 대지진 등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자동차가 친환경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도요타가 직접 개발한 잔디로 심은 그린 주차장.
 동일본 대지진 등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자동차가 친환경사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은 도요타가 직접 개발한 잔디로 심은 그린 주차장.
ⓒ 도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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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 위를 걸었다. 그리고 신발을 벗었다. 좀 더 생생히 느껴보고 싶었다. 평범한 잔디보다는 약간 뻣뻣한 느낌이었다. 또 발을 내딛을 때마다 탄력성이 느껴졌다. 지난달 말 일본 나고야시 인근 도요타 바이오녹화 연구소 앞 마당. 짙은 녹색 잔디가 펼쳐져 있다. 도요타 연구소가 직접 개발한 고려잔디(TM9)다.

기자와 옆에서 같이 걷던 가나가와 도요타 바이오녹화연구소 부장이 말을 건넨다. "잔디 느낌이 어떤가"라고. 기자가 "생각보다 단단한 느낌"이라고 말하자, 그는 "우리가 개발한 잔디의 특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어 "이 잔디는 일본내 대형 마트에도 공급된다"면서 "일반 잔디보다 2배 가까이 값이 비싸지만 가장 먼저 품절되는 품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흐뭇해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왜 잔디까지 만들어 파는 걸까.

98년부터 농업과 바이오기술에 과감히 투자... "환경도 돈"

도요타의 바이오녹화연구소는 미래먹거리를 연구개발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자동차 신기술이나 디자인 등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찌보면 자동차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주요 연구과제가 농업과 연관이 많기 때문이다.

히구치 연구소장은 "지난 97년 우리 회사에서 친환경차로 세계서 처음으로 선보인 프리우스가 나왔다"면서 "이어 98년부터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바이오 농업에 특화된 연구개발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도요타는 당시 회사 안에 바이오 농업에 초점을 맞춘 연구개발과 사업화까지 맡은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 이어 2001년에는 아예 바이오녹화사업을 별도 사업부서로 독립했고, 올해 1월 연구개발을 강화한 녹화사업연구소로 확대 개편했다.

도요타자동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잔디 티엠(TM)9. 일반잔디보다 성장속도가 절반도 안된다. 그만큼 관리비용도 줄일수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잔디 티엠(TM)9. 일반잔디보다 성장속도가 절반도 안된다. 그만큼 관리비용도 줄일수 있다.
ⓒ 도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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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잔디광장을 걸어나가자 자동차 주차장이 눈에 들어왔다. 언뜻 일반적인 주차장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보니 잔디주차장이었다. 회사 쪽에선 이를 '그린(GREEN)주차장'이라 불렀다. 일반 아스팔트 대신 도로에 잔디를 심어놓은 것이다. 또 잔디가 쉽게 자동차 바퀴에 손상되지 않도록 바닥 공간도 차별화 했다.

가나가와 부장은 "일반 아스팔트 주차장에 비해 잔디나 꽃을 심어놓은 주차장의 경우 평균 온도가 무려 섭씨 15도나 더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나 건물, 공장에 의한 도시내부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아스팔트 등 지표면의 고온화도 주요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도요타가 직접 개발한 잔디

도시의 고온화를 각종 식물 등을 활용한 녹색도시로 바꿔 이를 낮추는 작업에 자동차 회사가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 등 각종 에너지 사용 등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 이같은 도시 녹화사업에 도요타가  잔디를 비롯해 각종 꽃과 나무 등을 직접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히구치 소장은 "도요타 잔디는 일반 잔디보다 풀 길이가 절반도 안 된다"면서 "성장 속도 역시 느린 것이 특징이어서 잔디를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TM9 잔디와 함께 각종 식물개량 사업 역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을 지나 돌아나서보니 커다란 녹색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벽면 전체가 각종 식물로 뒤덮여 있었다. 이같은 모습은 도요타 츠츠미 공장을 둘러싼 벽면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연구소에 세워진 건물 외벽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건물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기다란 플라스틱 판넬에 각종 녹색 식물이 심어져 있었다.

나카타 연구소 녹화사업부장은 "건물 외벽에녹화 작업을 했을 경우와 하지 않을 경우와의 벽면 온도차는 약 섭씨 10도 차이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해당 건물의 에어컨 사용 전력량을 비교해보면 벽면 녹화사업을 할 경우 약 25% 정도 감소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같은 건물 벽면 녹화사업을 전담하는 별도 회사가 있다. 도요타 루프가든(Toyota Roof Garden)이라는 회사다. 주차장부터 건물벽면, 옥상 등에 이르기까지 환경녹화사업을 도맡아 한다. 물론 잔디사업도 한다. 가축 배설물 재처리 사업도 이들의 몫이다.

도요타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여나가기 위해 건물외벽 등에 녹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은 실제 건물 벽면에 여러 식물 등으로 시공했을 경우 에어컨 사용량을 크게 줄일수 있다는 실험결과.
 도요타는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여나가기 위해 건물외벽 등에 녹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은 실제 건물 벽면에 여러 식물 등으로 시공했을 경우 에어컨 사용량을 크게 줄일수 있다는 실험결과.
ⓒ 도요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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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를 대체할 연료를 만든다? 바이오에탄올에 주목하는 이유

따가운 햇볕을 피해 연구소로 돌아왔다. 이어 3층으로 곧장 자리를 옮겼다.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한의원에서 약재를 다루는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일반 휘발유를 대체할 바이오 에탄올을 개발하는 곳이다.

나카타 부장은 "기존 바이오 에탄올의 경우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을 원료로 쓰면서 오히려 먹을거리 문제가 생겼다"면서 "도요타는 비(非)식용 식물을 활용해서 셀룰로오스 에탄올 개발에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비(非)식용 식물은 '네피아 그래스'라는 식물이다. 기존 사탕수수와 비슷하지만 성장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재배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 도요타는 인도네시아 등 식량생산이 어려운 곳에서 네피아 그래스를 직접 재배하는 시험도 진행중이다.

히구치 소장은 "현재 석유를 대체할 셀룰로오스 에탄올 제조를 위한 연구가 한창 진행중이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초 원료를 꾸준히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제조 비용을 어떻게 낮추느냐가 관건"이라며 "오는 2015년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께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화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하시 에탄올 연구부장은 "바이오에탄올이 대체에너지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현재 휘발유 값 수준까지 낮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까지는 휘발유 값의 2~3배 정도 수준"이라며 "제조공정의 완성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요타의 친환경적 사업은 그동안 많이 알려져 왔다. 이 회사는 아예 '도요타 환경대응 플랜'이라는 사업계획도 세워져 있다. 현재는 다섯 번째로 지난 2011년부터 오는 2016년까지다. 자동차회사가 잔디를 만들고, 도시 열섬현상을 막기위해 직접 녹화사업에 나선다. 아예 휘발유를 대체할 연료까지 만들고 있다. 세계 5위까지 올라선 국내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아직 이같은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다.
도요타가 차세대연료로 개발중인 바이오에탄올. 도요타는 비식용식물인 네피아그래스를 통해 사료와 에탄올 원료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도요타가 차세대연료로 개발중인 바이오에탄올. 도요타는 비식용식물인 네피아그래스를 통해 사료와 에탄올 원료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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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도요타자동차, #바이오에탄올,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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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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