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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다른 것들과는 달리 얼굴을 볼 때는 뇌에서 특별한 반응이 일어난다. 우선, 나무를 보면서 '아, 이게 나무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보다 얼굴을 보면서 '누군가의 얼굴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이는 방추형 안면 영역(Fusiform face area)이라고 알려진 뇌의 부분 덕분이다.

이 부분은 뇌의 후두엽과 측두엽 사이의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얼굴을 보면 특별히 활성화되면서 반응을 한다. 얼굴그림, 스마일 마크 등에는 반응하지만, 음식, 건물, 풍경 등 얼굴이 아닌 것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눈, 코, 입을 뒤섞어 놓은 얼굴에도 반응하지 않으며, 얼굴의 각 부위만 따로 볼 때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이 부분이 빨리 반응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것들에 비해 사람의 얼굴에 더 시선이 간다. 그리고 얼굴을 보면서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이 얼굴이라고 바로 인식을 한다. 반면에 다른 것들은 보면서 '저게 뭐지?' 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인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얼굴 전문 그래픽 가속기인 셈이다.

얼굴을 인식하는 방추형 안면 영역이 질병이나 사고 등의 이유로 손상되면 안면 인식 장애가 생긴다. 시각에는 장애가 없지만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 하기도 한다.

앗, 깜짝이야.
 앗, 깜짝이야.
ⓒ 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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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을 보자마자 우리는 즉각적인 혼란을 느낀다. 눈 둘, 코 하나, 입 하나가 있는 얼굴에 익숙해져 있고 그래야만 얼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보면서 '눈이 두 개 더 있고, 입이 두 개있는 얼굴이다'고 이성적으로 파악하기 이전에 이상하다고 느낀다. 얼굴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처럼 혹은 동시에 있는 것같은 혼란을 느낀다. 그만큼 우리는 얼굴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이런 뇌의 활동 덕분에 다른 패턴들보다 얼굴의 패턴을 더 빨리 인식한다. 추상적인 도형들 중에서도 얼굴 패턴에 가까운 도형을 더 빨리 인식한다.

그래서 구름의 모양이나 토스트의 탄 자국에서도 얼굴과 비슷한 모양을 발견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심지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얼굴을 연상하는 도형들을 더 오래 쳐다본다.

우리의 뇌는 얼굴을 다른 것들보다 훨씬 정확하게 기억한다. 어떤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틀 전에 처음 본 얼굴을 96% 정확도로 인식한다고 한다. 심지어 몇 달 후에도 매우 정확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그 사람이 업무적이나 사적으로 관계를 형성한 사람이라면 그 기억은 더 정확하고 오래 가게 된다.

어떤 얼굴을 봤는데 그것이 나의 할머니 얼굴이라면, '할머니 세포'를 자극한다. '할머니 세포'는 할머니에 대한 이미지, 느낌 등에 반응한다. 이처럼 할머니에 반응하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가수 싸이에만 반응하는 세포도 있다. 이렇게 특정 개인에만 반응하는 세포들을 발견한 연구에서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톤' 사진이 많이 사용되어 '제니퍼 애니스톤' 세포라고도 한다.

'제니퍼 애니스톤' 세포는 그 배우의 여러 사진에는 반응했지만,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 세포들은 각각 그 사람에 대한 개념을 담고 있다고 해서 개념세포라고도 불린다. 개념세포는 우리가 보는 얼굴과 그 사람에 관한 기억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얼굴이 성형으로 인해 바뀐다면, 그 사람에 관련된 예전의 기억과 경험도 덜 회상된다고 본다.

이런 뇌의 여러 작용으로 인해 얼굴을 볼 때 얼굴의 형태와 함께 느낌, 그 사람에 얽힌 경험과 기억이 순간적으로 떠오르면서 인상을 형성한다. 그래서 자기 얼굴에 대해 책임지라는 말은 결국 인생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말이다.


태그:#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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