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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글 - 강민수 박소희 안홍기 기자, 사진 - 권우성 남소연 기자]

[최종신 : 20일 오후 8시 15분]

20일 오후 서강대 정하상관 게시판에 걸려 있는 정치외교학과 네 학생의 대자보. 대자보에서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여론, 그리고 대학생인 우리들은 너무나 조용하다"는 점이라며 비판했다.
 20일 오후 서강대 정하상관 게시판에 걸려 있는 정치외교학과 네 학생의 대자보. 대자보에서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여론, 그리고 대학생인 우리들은 너무나 조용하다"는 점이라며 비판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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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대학 총학생회의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네 학생의 '양심선언' 대자보가 눈길을 끈다. 총학생회의 입장이 아닌 보통 학생의 시각으로 선언에 동참해서다. 이들은 먼저 타 대학 시국선언의 취지와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했다.

"국가의 정보기관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고 선거에 개입해 자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교란한 중대한 사건이다. 따라서 댓글 몇 개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본질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의 파렴치한 선거개입 및 자유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이어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정부의 정책에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종북좌파이며, 반국가행위자이냐"며 "군 복무를 성실하게 마친 네 사람 모두 충실히 학업을 수행하고 있는 학생인데, 우리도 종북좌파냐"라며 따졌다. 이어 "더 나아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지한 215만 8476명의 서울시민과 1469만 2632명의 국민은 모두 종북좌파이거나 선동당한 바보란 말이냐"고 밝혔다.

이후 이들은 조용한 사회와 학내 분위기를 비판한다. 이들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여론, 그리고 대학생인 우리들은 너무나 조용하다, 원래 정치는 이렇다는 냉소와 함께 말이다"며 비꼬았다.

또 이들은 "우리가 강의실에서 배우고 활자로 배웠던 민주주의라는 사상과 제도는 지금, 여기에서 조용히 붕괴되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삶에서 그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치를 통해서 해결할 길이 막히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건강한 자유민주주의 없이는 근로의 결실도 학문의 성취가 가져다주는 보람도 더 이상 보장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우리 세 사람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우리의 양심선언을 공감해 달라"며 "그리고 이 자보를 통해 구체적으로 우리 각자가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햇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학생들을 향해 "여러분이 생각하실만한 어떠한 정치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며 "또한 저희 네 사람은 혹시 모를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다음과 같이 외친다, 김정은 개XX! 자유민주주의여 만세"라고 밝혔다.

한대련, 경희대 등도 시국선언 물결에 동참

한편, 전국대학조직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도 시국선언 대열에 동참했다. 한대련은 이날 오후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국가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국가정보원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력히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책임져야한다"며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탄핵 직전 사임했던 사실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우리 대학생들은 언제나 부당한 것에 행동으로 맞서고, 시대의 어둠 앞에 가장 앞장서서 몸을 던져 빛을 밝혀내왔다"며 "2013년, 대학생들은 민주주의는 피로 쓰여진 역사임을,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실천과 행동이 있어야 함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대련 소속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은 21일 정오,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경희대·동국대·성공회대·경기대·서울과학기술대·숙명여대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규탄하며 국정조사 실시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발표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희대 총학생회도 이날 누리집을 통해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선거권은 침해될 수 없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고 민주주의 국가의 상식"이라며 "국가를 보위하고 공공에 헌신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이 도리어 국가정체성을 부정하고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은 한 치도 남김없이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며 "관련자들은 죄의 경중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하며 수사축소를 지시했던 김용판 전 청장 등 수사기관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즉각 나서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이러한 범죄행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며 독재자의 후손이 비민주적 계략을 동원해 정권을 잡았다는 오명도 벗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24일 오전 11시20분께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정문부터 회기역까지 행진하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624 경희인 걷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이날부터 학내 중앙도서관 앞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21일 경희대, 성공회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현재 시국선언 가안이 완성돼 단대 학생회장들이 열람하는 단계로 21일 총학생회 홈페이지나 SNS에 게시할 예정이다.

한국외대는 이날 오후 7시 긴급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결정하기로 했으며 한양대는 일요일인 23일 오후 임시 중앙운영위원회를 열고 시국선언 등과 관련해 구성원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일단 학내 여론부터 확인하고 같이 할 대학이 있는지 알아보고 나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5신: 20일 오후 2시 12분]
이대 총학도 시국선언 선포... 13학번 새내기도 동참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20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 축소수사를 규탄하며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20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 축소수사를 규탄하며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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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총학생회가 20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 축소수사를 규탄하며 시국선언을 선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이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파괴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미 꽃을 피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20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 축소수사를 규탄하며 시국선언을 선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학생들이 국정원 선거개입으로 파괴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미 꽃을 피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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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총학생회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이들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시국선언 선포식을 열고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를 규탄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1987년 6월 항쟁으로 꽃피운 민주주의가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커다란 위기에 직면했다"며 "민주주의 축제가 돼야할 18대 대선이 이들에 짓밟히고 조롱당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과연 작금의 비통한 선거개입을 해결할 의지와 뜻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 즉각 수용 ▲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축소수사 자행 관련자 처벌 ▲ 권력기관의 불법·부정 중단 및 완전한 국민주권 실현 보장 등을 촉구했다.

봉우리(23) 총학생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이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들을 기만했다"면서 "진실을 밝히고 실추된 대한민국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를 박근혜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3학번 새내기 이예진(20)씨는 "우리 대학생들이 민주주의 회복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 나서야 한다"며 "이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더 단단해지고 숭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외숙 이화여대 민주동문회 사무국장은 "국정원 선거 개입의 배후에는 분명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간사한 장사꾼이 있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와도 분명 커넥션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전날 학교 커뮤니티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뒤 시국선언문 퍼나르기, 댓글달기 등을 통한 학우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페이스북의 시국선언문에 이날 오전까지 5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밝혔다.

선포식은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장미를 화분에 심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4신: 20일 오후 1시 30분]
"뻔뻔한 국정원"... 대학가 분위기, 심상치 않다

'국정원의 반값등록금 여론조작'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고발당한 김나래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왼쪽)과 정수연 통합진보당 학생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에서 국정원 규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학생들 고발한 국정원 규탄 릴레이 1인 시위 '국정원의 반값등록금 여론조작'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고발당한 김나래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의장(왼쪽)과 정수연 통합진보당 학생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앞에서 국정원 규탄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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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정말 뜨겁다. 이화여자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등 여러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지지하던데, (기자도) 직접 보면 좋겠다."

20일 낮 12시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1인 시위를 교대하던 김나래(25) 한대련(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이 말했다. 국정원이 반값등록금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문건이 알려진 후, 그는 5월 22일 국정원 앞 기자회견에서 이 내용을 비판했다. 최근 국정원은 이 기자회견이 '불법 집회'였다며 김 의장을 고발했다.

함께 고발당한 정수연(25) 통합진보당 학생위원장이 1인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나타났다. 그는 "'국정원 게이트'라 할 수 있는 상황을 두고 대학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며 "이런 와중에도 국정원은 자중하기는커녕 대학생을 고발했다"고 비판했다. 그가 든 종이판에는 '대선 개입 정치공작, 원세훈 강력 수사처벌! 적반하장도 유분수, 대학생 고발 취하하라!'고 쓰여 있었다.

김나래 의장은 "(국정원의 반값등록금 여론 조작 시도는) 대학생을 탄압하려 한 것"이라며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많아졌기에 최근 시국선언 등 대학생들의 행동이 잇따른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민주주의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분노가 크고, 일간베스트충전소(일베) 등의 역사문제에도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던 상황이 맞물렸다"고 덧붙였다. 전날부터 광화문 광장에 선 두 사람은 23일까지 계속 1인 시위를 진행한다.

[3신 : 낮 12시 27분]
전·현직 경찰관들 모임, '김용판 규탄' 기자회견

20일 오전 대한민국무궁화 클럽 회원이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은폐, 축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일 오전 대한민국무궁화 클럽 회원이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은폐, 축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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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회장 전경수)이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축소·은폐를 규탄했다. 또 경찰의 정치적 중립 유지를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경찰청장에 제출했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11시 중간수사결과를 기습 발표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했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과 경찰 공무원 법 위반, 직권 남용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전경수 회장은 성명서에서 대선 3일 전 기습적인 수사발표에 대해 "수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일출 후 발표해야 한다는 것은 경찰의 기본 상식"이라며 "외부 사주에 의해 정치적 이유로 진행된 것이 맞다"며 그 배후를 캐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회장은 이번 사건을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빗대면서 "어느 누구도 경찰을 간섭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회장은 "이번 사건은 시험 한 번 잘 봐서 들어온 경찰이 자기 입신을 위해 또 다시 경찰 이름에 먹칠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전 ▲ 경찰청장 임기제 보장 ▲ 경찰청장 퇴임 후 10년간 국회의원 출마 금지 ▲ 경찰대, 사시, 행시 등 경찰 특채 폐지 ▲ 수사경찰 지휘라인 단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경찰청 민원실에 제출했다.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순경 출신 경찰만 가입할 수 있는 조직으로 현 회원은 3만5천명이라고 한다.

[2신: 20일 오전 11시 40분]
서울대 총학, 대검 앞에서 '국정원 사건'항의 기자회견

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20일 서울대총학생회 간부와 일반 학생들이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국가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을 촉구하는 기지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하라" 서울대생 시국 기자회견 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20일 서울대총학생회 간부와 일반 학생들이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국가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을 촉구하는 기지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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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가명·23·자유전공학부)씨는 19일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국가정보원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한다'는 글을 읽었다. 마침 학교에 가는 길이니 들려보자는 생각에 그는 20일 오전 10시 반, 서울시 서초구 대검찰청 정문 앞에 섰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어쨌든 선거에서 이기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그렇지만 과정이 공정해야 의미가 있지 않겠나."

김형래(25)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또한 "명백한 민주주의 훼손을 손 놓고 볼 수 없다는 서울대 학우들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입을 뗐다. 그는 "공직자에게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며 특히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인만큼 여기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선) 결과가 바뀔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깬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발언 기회가 와서 놀랐지만, 국정원 사태 때만큼 놀라지 않았다"던 정준영(농경제사회학부 08)씨는 국정원 등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생들까지 나서게 된 것은 그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배상윤씨(인문대 13)씨도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력 끝에 쟁취한 민주주의가 공권력에 짓밟힌 참담한 현실에 침묵하는 일은 '행동하는 양심'을 꿈꾸는 제겐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대생 70여명이 참석했다.

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20일 서울대총학생회 간부와 일반 학생들이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국가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을 촉구하는 기지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하라" 서울대생 시국 기자회견 국정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태에 대해 20일 서울대총학생회 간부와 일반 학생들이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국가기관의 간섭없는 완전한 민주주의 보장'을 촉구하는 기지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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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동권인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15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정원 사태에 침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총학생회 정주회(22) 정책팀장은 "비운동권이냐 운동권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국정원 사태를 두고) 분노하는데 총학생회가 거기에 함께 하느냐 아니면 무시하느냐의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정원 사태를 비판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단과대 학생회장들이 모인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서울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을 준비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김형래 총학생회장은 "시국선언은 필요할 때, 더 많이 모여 더 큰 목소리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 총학생회는 ▲ 국정원·경찰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하고 ▲ 정부가 직접 확실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시국선언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학내외 의견을 수렴해 진행할 계획이다.

[1신: 19일 오후 8시 53분]
대학 시국선언 확산... "비상시국, 국민주권 보장하라"

학점따기와 취업난에 짓눌려 있는 줄로만 알았던 대학생들이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며 거리로 나설 기세다. 대학교 총학생회가 동시다발적으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과 이에 대한 경찰의 수사축소를 규탄하면서,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9일 성명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개입 및 수사 축소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후 이번 사건에 대한 시국선언을 할지 학내 의견을 수렴중인 서울대 총학생회는 우선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대선개입 및 사건축소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해 "막대한 재원과 조직력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정보력으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기만하고 속이고 있었다"고 규정하면서 "우리는 국민의 눈길이 닿지 않는 정부기관이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모습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사건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에 대해서도 "국가정보원과 한 패가 돼 정권재창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핵심적인 권력기관들이 국민들의 주권이 행사되는 선거에 개입하여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점"이라며 "공권력이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권력을 불법적이면서도 은밀하게 행사할 때,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1조가 공문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오늘날 보통, 직접, 평등, 비밀원칙에 기반을 둔 선거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저항과 희생에 기반한 성과"라고 전제한 이들은 "권력기관들이 정권의 개가 되어 오히려 국민들의 여론을 통제하는 데 앞장서는 오늘날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 모습이 군사정권 하에서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가 수행하던 역할과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공권력을 이용해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국가정보원 인사들과 축소수사와 허위보도로 국민을 속인 경찰 관계자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국가권력기관이 어떠한 형태로도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국민들을 속이지 않겠다는 약속과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 스스로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책임지고 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 땅의 국민들과 함께 더 이상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모습을 방관하지 않고 직접 일어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우습게 여기는 권력은 용인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역사로부터 똑똑히 기억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대·숙대·고대·연대도 "지금은 비상시국, 국민주권 보장하라"

연세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고려대 총학생회와 함께 벌여나가겠다고 알린 글에 찬성 댓글들이 달려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을 고려대 총학생회와 함께 벌여나가겠다고 알린 글에 찬성 댓글들이 달려 있다.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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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인터넷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시국선언문 퍼나르기, 댓글달기 등을 통한 학우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19일 홈페이지에 띄운 시국선언문에서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과 경찰의 사건 축소를 언급하며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할 18대 대선은 이들에 의해 짓밟히고 조롱당했다"고 평가했다. 또 "국기문란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오히려 검찰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수사를 중단하고 불구속수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박근혜정부는 과연 작금의 비통한 선거개입을 해결할 의지와 뜻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축제가 돼야 할 18대 대선은 이들에 의해 짓밟히고 조롱당했다"고 규정하면서 ▲ 새누리당은 국정원 관련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할 것 ▲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축소수사를 자행한 관련자 처벌 ▲ 권력기관의 불법·부정 중단 및 완전한 국민주권 실현 보장 등을 촉구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페이스북을 통해 "특정 정치 세력 비호가 아닌, 깨어있는 지성, 행동하는 젊음으로 국가 내부의 혼란을 자초하고, 국민적 여론을 분열시키려 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안에 저희 총학생회는 여러분들과 함께 엄중히 대처해나가고자 한다"며 향후 시국선언문이 발표되면 과와 동아리 등 각 단위 별로 참여의사를 밝혀줄 것과 온라인 지지서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오는 21일 오전 11시 교내에서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 및 시국토론회'를 열기로 하고 학우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으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 국회 차원의 대응방안마련을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고려대 총학생회와 관련 활동을 함께 벌여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태그:#총학생회, #시국선언, #국정원 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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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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